가족의 문화 데이트

봄이라 더 좋은

오가며 좋은 곳을 보면 ‘여기는 엄마랑 오면 좋겠다.’, ‘여기는 애들이 좋아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막상 주말이 되어 함께 어디로 나서볼까 하면 늘 가던 곳만 떠오른다. 가족들과 나설 일이 많은 4, 5월. 알아두면 좀더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우리 동네 문화 데이트 코스를 소개한다.

ⓒ 김두엽
ⓒ 김두엽

 

나는 너를 만들고, 너는 나를 그린다

<김두엽X이현영 2인 展>

그림을 그리는 막내아들은 낮에 택배 일을 나가고, 나이 든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홀로 기다린다. 생선 장사, 나물 장사, 세탁소까지 다양한 일을 하며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나니 어느새 여든이 넘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기다리며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달력 뒷장에 그려본 사과 하나. 우연히 그 사과를 본 아들의 칭찬에 힘입어 이들은 10년이 넘게 함께 그림을 그
려오고 있다. <KBS 인간극장>에 ‘어머니의 그림’으로 소개된 모자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어머니 김두엽 작가는 일상 속에서 만나는 강아지, 빨래 너는 모습, 지붕에 널린 메주 등 솔직하고 순수하게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린다. 그녀의 그림에는 특별한 도구나 독특하게 조합한 색이 등장하지 않는다. 손과 붓으로 마음속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어머니의 그림에 일상이 담겨 있다면, 아들 이현영 작가는 세심한 점묘화와 추상적인 풍경화 속에 커다란 대지를 담아낸다. 두 사람의 그림은 전혀 다른 화풍이지만 묘하게 어우러진다. <김두엽×이현영 2인 展>이 동탄2신도시 반도문화재단 아이비라운지 갤러리에서 열린다. 아들을 만든(낳은) 엄마와 대지를 닮은 엄마를 그리는 아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훌쩍 늙어버린 엄마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의 작품을 보러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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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4월 25일(토)까지
어디서 반도문화재단 아이비라운지 갤러리(경기도 화성시 동탄광역환승로 73, 207동 E262호)
누구와 조금 더 즐거운 일이 많았으면 하는 엄마와 함께
TIP 차로 10분 거리의 동탄호수공원 모닝딜라이트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함께 먹는 브런치

 

2020 엄미술관 지역문화예술플랫폼 육성사업 기획전

<대지의 연금술>

환경과 인류의 공존은 난해하지만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주제이기도 하다. 엄미술관에서는 덴마크 출신의 뉴미디어 아티스트 제이콥 쿠스크 스틴슨Jakob Kudsk Steensen과 함께 인간과 자연이 공생공존하는 관계를 볼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그는 최근 <커넥트, BTS> 프로젝트를 통해 런던에서 야생숲을 디지털 영상 이미지
로 구현하는 생태 전시를 펼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화로운 낙원처럼 보이는 휴양지 하와이에서 멸종된 희귀 새들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가상현실 속에 영상과 VR로 살려낸 작품 <Re-
Animated> (부활, 2019)와 <Re-Wildling> (야생회귀, 2018)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한다. 현대의 기술이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와 실제 자연과 생명체의 소리, 음악이 어우러져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상상의 영역을 경험할 수 있다. 작품 전시와 더불어 미술관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생태 공방’도 진행한다. 프로젝트명은 <스파이더필리아Spider-philia, 거미사랑>으로 거미를 ‘생태계의 수호자’라 정의하고, 인간이 치는 친환경 거미줄 작업을 통한 공동체 행위이다. 전시 공간 안에서 시
작해 미술관의 야외 공간까지 이어져 뻗어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작업을 위한 실은 면이나 마 그리고 대나무와 같이 자연에서 얻은 천연 섬유 재료의 실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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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4월 25일(토)~8월 31일(월) 매주 월 휴관
어디서 엄미술관(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오궁길 37)
누구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누구나
TIP 가까운 융건릉에서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

 

체험하고, 놀고, 배우고

화성시어린이문화센터 개관 1주년 이벤트

봉담 외곽에 자리 잡은 화성시어린이문화센터에는 ‘이런 곳을 왜 몰랐지?’라고 생각할 만큼 쾌적하고 다양한 시설이 가득하다. 처음 방문하자마자 아이를 키우는 주변 친구들에게 링크를 보내줬을 만큼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곳이다. 오는 5월 개관 1주년을 앞둔 화성시어린이문화센터는 이름처럼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예술 체험 공간이다. 직업 체험 형식의 테마파크로 인기가 높은 서울의 ‘키자니아’처럼 여러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키즈체험관’, 어린이 전용 극장 ‘아이누리극장’, 무료 놀이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화성시에서 발견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가 살던 백악기 시대 공룡들을 만날 수 있는 상설 전시와 <케플블록 조립아트: 동물원 나들이>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전시관의 커다란 공룡부터 블록으로 만든 3미터 높이의 앵무새까지,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블록아트를 만나볼 수 있다. 어린이문화센터의 메인 공간, 키즈체험관은 총 3개의 체험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건축놀이 학교, 화석발굴현장, 공룡복원도작업실, 스마트농업연구소, 로보틱스연구소, 미래자동차연구센터, 마리나 등 지역산업, 미래산업과 연계된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다. 3층에는 그물망, 장애물, 터널 등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며 신체발달능력을 키울 수 있는 무료 키즈 놀이터까지 마련되어 있으니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이 있을까. 특히 개관 1주년을 맞아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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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5월 31일(일)까지
어디서 화성시어린이문화센터(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동화길 146)
누구와 한창 뛰어놀 나이의 어린이들과 함께
TIP 어린이문화센터 야외 놀이터와 공원 벤치에서 즐기는 작은 피크닉

*44호에 실린 전시 일정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글 신혜진(기획홍보팀)

사진 제공 반도문화재단, 엄미술관, 화성시어린이문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