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문화생활

청량감 가득한 나무 향기에 취해
솔터공방 민홍지 대표

화성시의 생활문화인으로의 삶은 어떨까. 손재주가 남달라 커다란 한옥에서부터 아기자기한 가구들까지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내는 ‘금손’을 보유한 크리에이터 민홍지 작가. 목공방인 솔터공방을 운영하는 그는 화성시에서 문화·예술적 역량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생활문화 분야를 구축해 가고 있다. 화성시문화재단의 <2021 화성예술플랫폼>과 <2021 화성시 생활시장화인>의 시민운영자로 활동하며 화성시 생활문화인으로 활동 반경도 넓혀가는 중이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는 나무를 만지면서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민홍지 작가의 화성시 생활문화인으로의 삶을 엿보았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나무를 통해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방법을 배워요

민홍지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공간의 솔직함을 담고 싶은 가구를 제작하는 솔터공방의 민홍지입니다

나무를 만지는 목공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목선을 제작하셨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목수의 길을 자연스럽게 걷게 되었어요.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부두에서 현장을 이끌며 목선을 수리하시던 모습이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았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목선은 더는 제작 및 복원 사업을 하지 않아 한옥 대목수 일을 배우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한옥이라는 건축 문화재를 복원하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매일 어느 시원함 못지않은 청량감이 가득한 나무 향에 취해 향수가 따로 필요 없는 목공일을 향남에서 하고 있습니다.

공방을 운영하게 되신 계기와 지금 진행하고 계신 일은 무엇인가요?

현장에서 한옥 대목수로 일을 하면서 전문적인 목수로 성장하고자 대학원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했어요. 이후 건축 문화재 보수를 하게 되면서 창호에 관해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전통창호의 종류 중 하나인 꽃살 창호의 꽃 조각에 반해 창호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와 제작을 겸할 수 있는 저만의 작업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 전통가구에 대한 수리도 맡게 되면서 전통가구의 매력을 발견해 지금은 전통적인 기법을 대입한 원목가구 제작도 하고 있습니다.

23P-민홍지작가

공방에서 주로 하시는 수업은 어떤 내용이고 어떤 분들이 참여하시나요?

현재 대학교에서 건축학과 강의를 맡아 수업을 하고 있어요. 공방에서 건축학과 학부생들의 인턴십 학점 교류 교육으로 전통창호 제작과 원목가구 제작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화성시민들을 위한 수업으로 도마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와 원목가구를 직접 제작하는 목공 수업을 운영 중입니다. 기성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겠지만 직접 목재를 선별, 재단하고 자신만의 디자인과 공간에 맞는 맞춤 가구를 만들어보는 것에 대해 공방 수강생들의 만족감이 굉장히 높습니다.

서울에서 화성으로 활동지를 옮기셨는데, 화성시 생활문화인으로 느끼는 장단점을 말씀해주세요.

작년 봄에 서울에서 화성 향남으로 공방을 옮기고 나서 이제 1년이 되었는데 이제 1년이 넘어갑니다. 처음 홍보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 화성시생활문화센터를 알게 되어 시민 목수로 목공방 수업을 진행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이 영상 수업으로 대체됐지만, 공방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가 활동 중인 서남부 지역의 대부분 작가는 본인 작품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여러 작가가 공방과 작품에 대해 홍보를 할 기회와 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올해는 <화성시 생활시장화인>과 <화성예술플랫폼>에 참여 하시는데, 계기가 있을까요?

<생활시장화인>은 화성으로 작업실을 이사하고 홍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알게 됐어요. 시민이 직접 운영자가 되어 제품을 홍보하고 더 나아가서 마켓을 형성하는 화인이, 화성에 처음 발을 딛는 저와 함께 성장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참여를 결심했습니다. <화성예술플랫폼>은 화성시 예술가와 작업실 등 예술 공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예술가와 시민이 예술로 소통하는 프로그램인데, 이 사업을 통해 시민들과 만나 제 전공인 전통창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감사하게도 기회가 주어졌고 오는 9월 11일 솔터공방에서 전통창호 이야기를 해 볼 예정입니다.

코로나19로 생활문화인들의 활동이 많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생활시장화인>이 공방 등을 운영하는 작가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고 있을까요?

현재 <생활시장화인>은 생활문화인들이 직접 제품을 제작하고 물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직거래 마켓을 오픈해 운영 중입니다. 그동안 제품의 홍보와 판매가 어려웠던 공방들에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할 기회의 장을 열어 주었죠. 생활문화 전시장 ‘ikeyo’(이케요)를 통해 오프라인 쇼룸 형태의 전시와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상설 전시 프로그램도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주었어요. <생활시장화인>은 지난 2020년 코엑스에서 열렸던 ‘K-핸드메이드 페어’와 수원 메쎄에서 열린 ‘2021 핸드아티코리아’에 참여해 많은 분들의 이목을 끌었고 이는 화성시 생활문화인들의 공방 홍보와 제품 판매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목공을 하면서 뿌듯했던 순간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요?

저는 목공을 하면서 제작했던 모든 작품이 다 기억에 남는데요. 이런 작품 활동과 여러 작업은 제가 이 일을 계속해 나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3년 전 장애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진행한 일입니다. 장애가 있었던 고등학교 학생들인데 처음 수업 의뢰를 받았을 때는 안전사고 등의 이유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시작하니 학생들에게서 작은 소품이라도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간절한 눈빛을 보게 됐습니다. 그날은 제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서 수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기억이 저에겐 큰 동기부여가 되었고, 화성시에서도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교육학교의 목공 수업을 진행해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성시에서 생활문화인으로 실현하고 싶으신 꿈은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장애인 목공 참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에겐 목공 수업이 쓰지 않았던 근육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연구결과도 있기에 화성시에 있는 특수교육 시설에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을 위한 목공 수업을 진행해 그분들과 만든 작품을 화성시 관내에 전시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직접 보고 만날 기회가 적어지는 요즘 저 또한 비대면으로나마 화성시민분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솔터공방’을 검색하시면 저의 여러 활동과 가구제작에 관련한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화성시민들에게 솔터공방이 마음의 작은 위로가 되는 장소가 되길 바라며 이곳, 화성에서 믿음직스러운 작가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김상미
프리랜서 작가이자 화성시문화재단 동탄아트스페이스 전시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신문사 기자에서 결혼과 함께 프로주부로 지내다 익숙함을 걷어내고, 문화예술 글쓰기, 도슨트 활동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중이다.

글 김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