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문화 사업

필환경 시대의 축제

문화예술 축제 현장은 환경적으로 최악의 장소다. 인기가 많은 대규모 공연일수록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등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가 도래한 지금, 환경오염 문제는 축제 현장에서도 하나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미 많은 축제 주최자들이 환경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노력으로 세계 각국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축제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원더프루트 페스티벌>

축제의 중심에서

환경을 외치다

몇 년 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축제 현장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환경오염은 문화예술계에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문객이 떠나고 난 뒤 축제 현장은 그야말로 쓰레기 천국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관람객이 축제 현장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세계적인 페스티벌은 친환경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매년 6월 약 6만 5천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독일의 <허리케인 페스티벌Hurricane Festival>은 ‘녹색록Grün rockt’이라는 축제 문화를 만들어 환경을 생각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녹색록은 축제 중에 발생하는 대량의 쓰레기와 음식물 낭비 방지를 중점에 둔다.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생태적으로 분해가 가능한 대체품을 사용하고 페스티벌에서 소비되는 음식들은 지역에서 재배, 생산한 농산물을 이용한다. 또한 축제가 끝난 후 남은 식료품은 무료 급식소에 기부한다. 페스티벌 티켓에도 환경을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지역 철도망을 이용할 수 있는 승차권을 티켓에 포함해 수천 명의 관람객 이동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실천하고 있다. <허리케인 페스티벌>에서 시작된 녹색록문화는 독일의 여러 축제 현장으로 번져가고 있다.

나무와 버스를 재활용해 만든 페스티벌 쉼터

사회와 환경이

상생하는 페스티벌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록 페스티벌,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은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친환경 페스티벌로 손꼽힌다. 장장 5일간 이어지는 페스티벌 기간에 환경을 생각하는 그들의 노력은 다양한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페스티벌 수익금 대부분을 그린피스, 옥스팜, 워터에이드 등의 환경단체에 후원하는 것을 비롯해 매년 축제 기간 설치된 7만 6천여 개의 텐트는 다시 깨끗하게 손질해 재활용 센터에 보낸다. 또 축제에 사용된 장화와 우비 등은 재정비를 거쳐 프랑스 난민촌의 이주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즐기는 마음에서 시작된 페스티벌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넘어 더불어 사는 법을 찾는 페스티벌로 발전한 셈이다.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은 5년을 주기로 안식년을 갖고 있다. 이 또한 축제 장소인 마이클 이비스의 농장Worthy Farm의 회복을 고려한 친환경적 발상이다. 

2014년에 처음 시작된 태국의 <원더프루트 페스티벌Wonderfruit Festival>은 동남아를 대표하는 친환경 예술 축제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천국인 태국에서 친환경 페스티벌을 개최한다는 건 흥미로움을 넘어 태국의 문화예술계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원더프루트는 단순한 페스티벌에서 벗어나 모든 사물을 아끼고 생명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페스티벌의 공연장이나 이용 시설을 나무와 친환경 재료로 만들고 축제가 끝나고 난 후에는 재활용한다. 2019년부터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해 모든 참가자는 축제를 즐기는 동안 개인 컵과 빨대를 사용하며 일절 쓰레기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이는 참가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이런 노력이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플라스틱 사용을 의식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런 현상 덕분에 강한 규칙에도 불구하고 원더프루트의 친환경적 노력은 참가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발전하고 있다.

자연 소재로 만든 <원터프루트 페스티벌> 공연장

대한민국이 고민할 

축제의 다음 세대

한국에서도 친환경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페스티벌이 꽤 있다. 한국 록 페스티벌의 대표로 불리는 <지산 락 페스티벌>을 선두로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구례 자연드림 락 페스티벌> 등은 친환경이라는 콘셉트를 담고 있다. 이들이 실천 중인 친환경적 노력은 공연장 쓰레기 치우기,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한 제품으로 관람객에게 편의 제공하기 등으로 외국 사례와 비교해 보면 상징적이고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 한국의 축제 주최자들도 축제 현장의 쓰레기 처리 및 관리에 고민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처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가능하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는 부지런한 스태프를 고용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사실이다. 

축제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은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할 이슈이며, 세계 여러 나라의 축제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화적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 페스티벌이 축제의 다음 세대를 고민하는 진정성 있는 친환경 페스티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축제 현장의 깨끗함을 넘어, 축제를 친환경적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 개발과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실천 가능하고 지속성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글 김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