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을 바라보며 그려낸 조선의 꿈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배우 김수하, 양희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그려낸
조선의 꿈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배우 김수하, 양희준

서울예대 졸업 작품으로 첫발을 내디딘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올해 다섯 번째 시즌으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이 작품은 ‘시조’가 국가 이념인 가상의 조선에서 시조가 금지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백성들이 시조를 통해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신선한 상상력과 강렬한 메시지로 그려내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들은 9월 26일부터 3일간 화성시를 찾을 예정이다. 초연부터 변함없이 무대를 지켜온 양희준과 김수하, 두 배우가 함께 완성해 온 조선의 꿈과 그 여정을 들어본다.

정은숙 사진 이대원(싸우나스튜디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양희준   이 작품은 천방지축인 ‘단’이 골빈당과 ‘진’을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시조가 금지된 가상의 조선에서 ‘자유를 향한 작은 외침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메시지를 담았죠. 

김수하  여기서 시조는 백성들의 자유와 표현에 대한 갈망을 상징하는 존재로 설정되었습니다. 시조의 금지는 곧 백성들의 목소리가 억눌린 현실을 드러내죠.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기존 뮤지컬과 다른 점 그리고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김수하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전통 시조와 힙합을 절묘하게 융합한 무대가 가장 큰 특징입니다.

양희준  일반적인 뮤지컬이 한 가지 스타일의 안무로 통일되는 것과 달리 저희 작품에서는 팝핀, 현대무용, 스트리트 댄스 등 다양한 춤장르가 어우러집니다. 각 배우가 자신의 개성과 장점을 살린 춤으로 캐릭터를 표현하죠. 또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져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과 직접 호흡하며 관객이 마치 조선 거리의 백성이 된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초연부터 현재까지 작품에 참여하면서 느낀 변화나 성장 그리고 작품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수하  저에게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매우 특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으로 처음 한국 무대에 오르게 되었고 특히 한국어로 공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설레고 행복했거든요. 이전에는 영어와 일본어로 무대에 서면서 언어적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제는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제 모국어로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기쁨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로서 책임감도 커지고 어느새 후배들도 생기다 보니 이 작품을 잘 이어가고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어요.

양희준  예전에는 단이라는 캐릭터를 연구하고 제 연기에만 몰두했다면 이제는 무대 위 모든 배우와 호흡하며 단이라는 인물을 더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각자 맡은 캐릭터와 자신의 삶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양희준  단이는 겉으론 천방지축 말썽꾸러기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아픔과 외로움을 감추고 있는 입체적 인물입니다. 그런 감정을 숨기려고 일부러 더 밝고 씩씩하게 행동하죠. 저와 단이의 공통점은 ‘자유를 갈망한다’라는 점이에요. 저는 단이처럼 자유를 찾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지만, 자유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단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수하  진은 양반집 자제로 조선 시대라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인물이에요. 하지만 진에게는 자신만의 정의와 꿈이 있어서 백성과 조선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죠. 저 역시 부당함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직접 나서서 해결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진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이런 점들이 진이라는 캐릭터와 저의 삶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 작품은 두 분께 신인상을 안겨준 만큼 더욱 특별할 것 같아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내게 ○○○이다”라고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릴까요?
그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김수하  저는 친정엄마요! 사실 친정엄마라는 단어에는 단순한 사랑뿐만 아니라 책임감과 잔소리 때로는 희생까지 다양한 감정이 함께 담겨 있잖아요. 진이 백성들을 위해 희생하듯 저 역시 이 작품과 역할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희생하고 사랑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며 무대에 서게 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저에게 늘 따뜻하고 든든하면서도 복합적인 감정이 오가는 친정엄마 같은 의미로 남아있습니다.

양희준  저는 둥지로 표현하고 싶어요. 둥지는 작은 가지들을 하나하나 모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소중한 공간이죠. 비록 화려하거나 크진 않지만, 그 안에서 편안하게 숨 쉴 수 있고 나만의 호흡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에게 이 작품은 언제나 돌아오고 싶은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는 둥지 같은 무대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나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양희준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제가 꿈꾸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 준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막내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선배가 되어 후배들이 이 무대에서 첫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어요. 그럴 때마다 예전의 제 모습이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후배들을 더 챙기게 되고 모두가 좋은 환경에서 멋진 공연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쁨과 서로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을 배운 것 같습니다.

김수하  저는 관객분들의 변화를 가장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6년전 처음 공연을 올렸을 때는 관객분들이 신선함과 낯섦을 동시에 느꼈거든요. 그러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분이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기다려 주시고,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섯 번 시즌 공연에 참여했는데 그때마다 관객들이 “이번에도 돌아와서 너무 좋다”라고 말씀해 주시면 정말 뿌듯하고 큰 힘이 됩니다.

오랜 기간 함께한 동료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두 분의 케미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상대방 배우가 전과 다르게 변화하거나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수하  사실 이 작품 말고도 다른 작품을 함께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에서처럼 무대 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꼈어요. 이건 단순히 작품 때문이 아니라, 상대 배우가 주는 연기적인 힘과 따뜻한 에너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오빠가 가사도 자주 틀리고 낯을 많이 가려서 인터뷰 때 제가 통역을 해주기도 했었거든요(웃음). 하지만 지금은 무대에서나 인터뷰할 때도 긴장하지 않고 멋지게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양희준 수하랑은 무대 위에서 서로의 호흡이 자연스럽게 맞는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어요. 초연 때부터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작은 실수나 변수가 생겨도 서로 눈빛만으로 알 수 있거든요. 수하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늘 한결같고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번에도 정말 대박이었다”라고 진심으로 칭찬하게 돼요.

공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넘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김수하  공연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태산을 넘어 세상을 향해 외쳐 조선”이라는 가사는 해가 갈수록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고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라는 가사는 아무리 큰 산도 결국 하늘 아래에 있다는 메시지가 용기와 자긍심을 줍니다. 이 마지막 곡을 부를 때면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희열을 느낍니다.

양희준  저는 반대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 ‘시조의 나라’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장면에서는 학창 시절 졸업 작품 쇼케이스로 처음 무대에 올랐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여러 시즌을 함께 만들어 온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특히 백성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열정과 땀이 느껴져서 무대에 설 때마다 연습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울컥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이 장면은 저에게 늘 고마움과 대견함 그리고 특별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무대 위에서 가장 주의 깊게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양희준  연습한 대로 무대 위에서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객이 공연을 보며 웃거나 슬퍼하는 건 각자의 몫이고 배우가 감정을 과하게 표현하거나 슬픔을 강요하면 오히려 부담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무대에서 감정을 지나치게 드러내기보다는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백을 두고 연기하려고 노력해요.

김수하  저 역시 무대에서 관객을 의식하기보다는 지금 이 장면이 실제 상황이라고 믿으며 진정성 있게 연기하려고 합니다.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 감정이나 동작은 억지로 표현하지 않으려 하고 보여주기식 연기는 최대한 지양합니다. 관객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연기가 인위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극 중 상황에 몰입해 자연스럽고 진실한 무대를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목표나 역할 또는 꿈꾸는 무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양희준  사실 배우로서 항상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고들 하지만 제 경력이 길지 않아서인지 지금까지는 정말 하고 싶은 작품만 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제가 진심으로 원하는 작품과 역할에 도전하며 연기하고 싶어요. 그게 저의 가장 큰 꿈이자 목표입니다.

김수하  저 역시 예전에는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많았는데 경력이 쌓이면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아무리 원해도 내 것이 아니면 오지 않고 반대로 원하지 않아도 내 것이라면 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집착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 뒤 결과는 관객과 제작진의 선택에 맡기려 합니다. 앞으로도 마음을 내려놓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번 호 《화분》의 주제는 ‘무해함’입니다.
무대 위나 일상에서 무해함을 느꼈던 소중한 순간 혹은 나에게 무해함을 주는 대상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김수하  앙상블 배우들이 진심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떠올라요. 그 장면이 무대 밖에서 바라보는데 꾸밈없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저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었거든요. 특히 이번 시즌에 처음 합류한 배우들이 보여준 신선하고 진솔한 에너지가 저에게 큰 감동과 고마움으로 남았어요. 그 순간만큼은 무대 위와 밖 모두가 따뜻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양희준  저는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에서 객석을 바라보는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때 비로소 관객 한 분 한 분의 존재가 온전히 느껴지는데 더운 날씨나 궂은 날씨에도 공연장을 찾아주신 모든 분의 발걸음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게 다가옵니다. 박수와 웃음 그리고 눈물까지 모두가 무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일상에서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해요. 어둑어둑하고 촉촉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도 편안해지고 그런 순간이 저에게는 무해함을 주는 소중한 시간인 것 같아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정보
일시 9. 26.(금) 19:30 / 9. 27.(토) 14:00, 18:30 / 9. 28.(일) 14:00
장소 화성아트홀
가격 VIP석 9만 원 / R석 8만 원 / S석 7만 원 / A석 5만 원
대상 8세(초등학생)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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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Vol.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