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계에 불어오는 새로운 바람

Show Must Go Online!

올봄, 결국 열심히 준비한 공연들이 막을 올리지 못했다. 관객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려 왔을 출연진과 스태프에게, 그리고 좋은 작품을 만나길 기대하던 관객에게도 아쉬운 일이다. 비록 공연장의 문은 굳게 닫혔지만, 공연예술계는 온라인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 LG아트센터

방구석 1열에서 즐기는

무료 라이브 공연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위기경보 시스템이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예정된 공연들이 줄지어 무기한 연기 혹은 취소되었다. 지금까지 장기간 공연이 개막하기 전, 일부 장면들을 선보이는 프레스콜 라이브를 제외하고는 고화질, 고음질로 제작되어 집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 극히 일부였다. 그러나 공연장 문이 닫히면서 공연예술계는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그동안 준비해온 무대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국립극장의 창극 <패왕별희>, 세종문화회관의 <힘내라 콘서트> 시리즈, 국립극단의 <페스트> 등 다양한 공공기관 공연장에서 여러 장르의 온라인 상영회를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 무료로 공개하는 작품은 대부분 단발성 라이브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경기아트센터의 유튜브 채널 ‘꺅! tv 경기아트센터’에서는 경기도립극단의 연극 <브라보 엄사장> 전막 공연을 기간 제한 없이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이 작품은 박근형 연출의 ‘엄사장 시리즈’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LG아트센터 또한 세계적인 공연을 만날 수 있는 ‘컴 온CoM+On, CoMPAS Online’ 서비스를 런칭했다. 5월 8일부터 두 달간 매주 금요일마다 무료로 중계되며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아크람 칸이 안무한 잉글리쉬 내셔널 발레단의 <지젤> 등을 LG아트센터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TV, 그리고 LG U+tv, U+tv 모바일을 통해 볼 수 있다.

ⓒ The Show Must Go On!

랜선으로 떠나는

해외 공연 여행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극장 관계자와 몇몇 배우가 감염으로 격리되면서 전례 없는 장기간 셧다운을 강행했다. 이곳의 공연장 셧다운으로 세계 곳곳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Show Must Go On”에서 “Show Must Go Online”을 외치고 있는 것. 해외 고퀄리티 공연 영상들이 공개됨에 따라, 랜선으로 프리미엄 공연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SNS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이벤트를 선보인 뮤지컬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유튜브에 ‘The Shows Must Go On!’ 채널을 오픈하고 매주 금요일, 자신의 작품을 공개했다. 코로나19로 공연장을 찾기 힘든 전 세계 뮤지컬 애호가를 위해 마련한 이벤트다. 이 채널의 첫 작품으로 뮤지컬 <요셉과 놀라운 색동옷>, 그의 대표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공개했다. 또 코로나19 캠페인 ‘Stay Home #Withme’에 참여해 영국과 미국의 공연 단체에 기부를 독려하기도 했다.

영국 국립극장은 우수 연극 공연 실황을 영상으로 제작한 NT 라이브 작품을 유튜브를 통해 4월 한 달간 매주 1편씩 선보였다. 2011~2012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해 흥행한 코미디 연극 <한 남자와 두 주인>, 샬럿 브론테의 소설 원작이자 배우 매들린 워럴이 주연을 맡은 연극 <제인 에어>,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보물섬>과 <십이야>를 중계했다. 이제 연극, 뮤지컬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다.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이 4월 공연 일정을 취소하면서 ‘디지털 콘서트홀’을 4월 한 달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진행한 약 600여편의 공연을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다. 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별도의 회원 등록 없이 ‘Watch now’만 클릭하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카르멘>을 시작으로 <라보엠>, <일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등 세계적인 오페라 작품들을 선보였다. 중부 유럽을 대표하는 빈 국립 오페라극장도 무료 공연 영상 서비스를 시작하며, 바그너와 푸치니 등의 오페라 영상을 24시간 무료 제공했다.

ⓒ 서울돈화문국악당

온라인 공연,

자유로운 관람료 기부와 함께

해외 작품의 라이브 스트리밍에는 기부 페이지가 함께 기재된 곳이 많다. 무료로 좋은 작품을 공개하는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도 코로나19로 생계의 어려움에 직면한 예술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취지라는 것을 온라인 관객의 자율적 기부로 알리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대표 스타들이 온라인을 통해 공연한 <디즈니 온 브로드웨이 25주년 기념 콘서트>는 공연 기부 수익 일부를 후천 면역결핍증HIV/AIDS 인식 개선을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연예술인을 위해 재정 지원, 건강보험, 상담 등 긴급 지원에도 기부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다르게 국내 예술가들은 어려운 상황 속 국가 지원금에만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도 온라인 기부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 예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예술인을 돕기 위해 시작한 ‘예술나무로 다시, 봄!(코로나19 모금 캠페인)’이 있다. 어려움을 겪는 전업 예술가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돈화문국악당이 기획한 온라인 공연 <링크LINK>와 연계하며 자발적인 관람료 후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글 차영은(기획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