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과학대학교 태권도 시범단
힘찬 기합, 절도 있는 품새, 화려한 격파 등 기본적인 태권도 시범만을 예상하며 객석에 앉았다면 큰 오산이다.
화성의과학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에는 트렌디한 예술성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융합까지 더해져 있다.
이들의 무대를 ‘예술적 태권도’라고 표현한 이유다.
글 강진우(편집실)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서해안의 아름다운 낙조와 수백 척 요트를 품은 국내 최대 규모의 레저 항구로 이름난 전곡항 인근에는 1,200여 년 전 신라와 당나라를 잇는 해상 실크로드의 관문 역할을 한 고대 항구 ‘당성’이 있었다. 그 시절의 당성을 경험할 방법은 없지만, 주요 무역항이라는 특성상 사시사철 활기찬 분위기가 흘러넘쳤을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바람의 사신단’은 이 같은 당성의 역동성을 화려한 댄스 퍼레이드로 승화시킨 <화성 뱃놀이 축제>의 주요 공연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만 무려 29개 팀이 참가해 치열한 경연을 펼친 결과, 화성의과학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이 대상 격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2024년에도 같은 상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이다. 과연 어떤 무대를 선보였기에 2년 연속 정상 수성이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을까. 김기남 감독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뗐다.
“태권도 시범 공연이라고 하면 흔히 품새, 격파, 발차기 등을 떠올리실 텐데요. 우리 시범단도 당연히 이러한 기본 틀을 바탕으로 삼지만, 그 이상의 아름답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2024년 바람의 사신단 공연에서는 당시 큰 인기를 누린 댄스팀의 안무를 모티브로 삼고 해외 팝송을 접목해서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2025년 공연은 ‘아리랑’을 주제로 편곡과 동작을 구성해서 남녀노소 모두가 우리 전통문화의 흥겨움을 누리고 공유하는 어울림의 장을 활짝 열었죠.”
김기남 감독은 바람의 사신단 참가를 통해 거둔 호성적은 화성의과학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관내 대학교의 시범단으로서 <화성 뱃놀이 축제>의 성공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가슴 깊이 새긴 데다가, 2년 연속 대상이라는 결과를 발판 삼아 더욱 많은 무대에 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재성 태권도학과장, 서성원 교수, 강유진 교수(품새부 감독), 김기남 교수(시범단 감독), 박승진 코치를 중심으로 한 지도진과 태권도학과 학생 40명으로 구성돼있는 화성의과학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은 지난 2018년 창단됐다. 태권도의 강인함과 그 안에 담긴 미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활발한 대외 활동에 돌입한 이들은 이듬해인 2019년 처음으로 <화성 뱃놀이 축제> 바람의 사신단에 참가해 금상을 받았다.
이후 경기도태권도협회장기 대회 개막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 및 축제 공연을 진행하며 폭넓은 무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화성의과학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은 해외로도 발을 넓혔다. 일본 오사카 한국문화원이 개최한 구르메페스티벌에서는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로 해외 관객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주포르투갈 대한민국 대사배 태권도 대회와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배 태권도 대회의 개막식에서는 태권도의 본질적인 매력을 어필했으며, 지난 3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태권도 대회 개막식에서는 태권도 동작과 K-POP 안무를 조화롭게 융합시킨 공연으로 현지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올해 태권도 시범단을 이끌고 있는 곽주용 총주장은 이처럼 다채로운 대내외 무대에 설 수 있었던 핵심 원동력으로 ‘성실한 훈련’을 꼽았다.
“우리 시범단은 학과 수업이 끝난 뒤 매일 오후 6~9시까지 다 함께 모여서 합을 맞춥니다. 평일 내내 이렇게 연습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만큼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모든 단원과 공유하고 있기에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에 임합니다.”
3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정창현 단원은 “누구나 무대 구성, 안무, 편곡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는 곧바로 채택된다는 것 또한 우리 시범단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즉 하나의 무대를 만들 때 지도진부터 신입생까지 모두가 열린 소통 문화를 토대로 집단지성을 발휘함으로써 태권도 시범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화성의과학대학교 태권도 시범단만의 특색 있는 퍼포먼스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다양한 국내외 행사에서 활발하게 공연을 펼치고 있지만, 화성의과학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의 머릿속에는 바람의 사신단 공연 때의 추억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인상 깊은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대한 박현종 훈련부장의 대답이 이 같은 사실을 여실히 방증했다.
“바람의 사신단은 여느 공연과 달리 퍼레이드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50~70m 길이의 잔디 무대에서 주변을 빼곡하게 둘러싼 관객을 대상으로 조금씩 이동하면서 공연을 펼친 건데요. 진영이 조금씩 이동할 때마다 관객이 달라지다 보니 매 순간이 공연의 시작인 것 같은 독특한 느낌을 경험했습니다. 아울러 무대와 객석이 거의 맞닿아 있다는 점을 활용해 공연 틈틈이 관객들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발하게 소통하고 더 큰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박현종 훈련부장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3학년 박한결 단원의 답변 또한 바람의 사신단을 향해 있었다. 당시 막 입단한 신입생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매진한 그는 불행하게도 2024년 바람의 사신단 공연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다.
“공연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시범단이 정상에 올랐을 때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고, 일종의 부채 의식도 있었는데요. 작년 주축 멤버로 공연에 나선 끝에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라는 쾌거를 거두게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선배 단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신입생 강유라 단원은 “선배님들의 생생한 경험을 직접 들으니, 가슴이 두근거린다”라며 말을 이었다.
“아직 바람의 사신단 공연에 나서 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좋은 무대인 줄은 몰랐는데요. 시범 역량을 높이면서도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올해의 공연이 더욱 기대됩니다!”

화성의과학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은 올해 바람의 사신단 공연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대신 올해 <화성 뱃놀이 축제>에서는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팀 자격으로 초청 공연에 나선다. 김기남 감독은 “경연팀이 아닌 초청 공연팀으로서 축제 무대에 오르는 만큼, 이번에는 아예 ‘뱃놀이’를 콘셉트로 삼은 공연을 열심히 준비 중”이라며 겨울방학 때부터 공연 구성 및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화성의과학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은 <화성 뱃놀이 축제> 이전에 개최되는 영월 <단종문화제>, 연천 <구석기축제> 등 다른 축제 공연에서 <화성 뱃놀이 축제>를 홍보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해당 축제의 주제에 맞는 공연을 별도로 준비하되, 노래와 안무에 뱃놀이를 연상시키는 구간을 마련해 관람객들이 다음 나들이 행선지를 <화성 뱃놀이 축제>로 정하도록 자연스럽게 안내할 계획이다.
“화성 뱃놀이 축제의 공식 홍보대사는 아니지만, 우리 학교가 자리한 지역의 대표 축제이자 우리 시범단 공연이 2년 연속 정상에 오른 행사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일종의 비공식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려고 합니다. 작년 축제에 27만여 명이 다녀갔다는 뉴스를 봤는데, 올해는 방문객 30만 명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기남 감독은 <화성 뱃놀이 축제>와 더불어 바람의 사신단 공연에도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이 향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수십 개 팀이 펼치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데다가, 공연 무대와 객석 사이의 간격도 좁아서 무대를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화성의과학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의 초청 공연도 많이 보러 와 달라고 말한 김기남 감독의 눈빛에는 5월에 펼쳐질 전곡항에서의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화분> Vol.70
에디터 ***
포토그래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