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 화성에 살다
지난 3월 ‘2024 화성 메세나 1호’로 선정된 이창환 작가의 ‘화성에 살다’ 사진전이 열렸다. ‘화성에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이창환 작가를 만나 보았다.
글. 손완주 사진. 배호성
3월 동탄문화센터 동탄아트스퀘어에서 진행된 이창환 작가의 사진전 ‘화성에 살다’는 주변에 가까이 있는 것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깊게 쳐다보면, 비로소 아름다운 순간들이 수없이 표출된다는 사실을 알려준 전시였다. ‘화성에 살다’는 남양호, 노하리 홍연, 매향리 풍경을 담은 사진전이다. 이창환 작가와 화성과의 인연은 22년 전 서울에 살던 그가 화성시 발안으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되었다.
“서울에서 살던 제가 화성으로 이사를 온 건 떠밀려 왔다는 말이 맞을 거예요. 희망을 품고 온 것도 아니고, 기대가 있었던 것도 아닌 이곳은 그저 상황이 좋아지면 떠나야 하는 그런 곳이었지요.” 살다 보면 그렇게 한 템포 쉬어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 어떻게 호흡을 정리하고 시선을 가다듬느냐에 따라 다음 단계에서의 행보가 결정된다. 이창환 작가의 선택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상실감, 공허함 속에서 20년 전 기억에 묻어둔 사진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사진기를 들고 새벽에 남양호에 가보았습니다. 그날 새벽의 남양호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자욱한 새벽 안개 사이로 동이 트고 새가 날아오르는 침묵의 소리가 저를 수용하고 포용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이창환 작가는 남양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남양호가 전해주는 힐링의 이야기를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사진에 담았다. 그러는 사이 가슴 속의 상실감이 조금씩 엷어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기대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사진을 통해 자연스럽게 화성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러다 노하리 동방저수지에 있는 홍연도 만나게 됐죠. 여름에 82번 국도를 타고 가는데, 동방저수지 쪽에 붉은 홍연이 보이더라고요. 가서 보니 엄청 큰 군락지가 있었고, 저수지를 가득 매운 붉은 홍연이 초록색 잎들과 함께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돌보는 사람 없이,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연꽃 군락지인 그곳엔 안타깝게도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었다. 찾아주는 이, 보아주는 이가 없어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제 모습을 유지하다가 마침내 화려한 꽃을 피우는 홍연을 보며 이창환 작가는 시간 속에서 있는 힘껏 살아가는 자연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을 사진에 담았다. 시간의 풍경 속에서 찬란하게 피었다가 쓸쓸하게 지고, 다시 찬란하게 피어나는 홍연의 이야기를…
매향리 갯벌의 모습도 그렇게 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연처럼 만난 곳이었다. 갯벌의 모습을 찍기 위해서는 그 위를 40분 이상 걸어 들어가야 한다. 갯벌을 가로질러 가다 보면 바닷속 아무 것도 없는 진공상태 그대로인 갯벌을 만나게 된다. 그 텅 빈 갯벌을 걸으며 이창환 작가는 치유를 느꼈다.
“남향리 갯벌은 사진을 찍는 순간보다 걸어 들어가는 순간이 더 좋기도 해요. 갯벌의 길들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바다가 숨겨왔던 말들을 걸어주는 것 같거든요. 남향리 갯벌에서는 조심스럽기도 해요. 5월이면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고, 10월이면 낙지를 잡고, 겨울이면 굴을 캐는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에게 그곳은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일텐데, 거기에 사진기를 들고 오는 사람이 그분들 눈에는 이방인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요.”
이창환 작가의 시선은 갯벌을 딛고 살아가야만 하는 고단함, 그럼에도 갯벌을 떠나 결코 살아갈 수 없는 이들. 그곳으로 향해 있으며, 그 둘은 마치 하나의 피사체처럼 서로 연결된 모습이다. 마치 우리의 일상이 투영된 듯 그렇게.
화성 곳곳을 카메라에 담아온 세월만 십수 년이 넘어가면서 이제 이창환 작가는 화성에서 꽉 찬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을 통해 화성에 관심이 생겼고, 이제는 화성을 떠나 살 수 없게 되었다.
이번 ‘화성에 살다’ 사진전은 시리즈로 앞으로도 두 번 정도 더 전시할 예정으로, 다음 궁평 풍경과 발안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 이후엔 평생을 화성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는 작업도 해볼 계획이다.
이처럼 화성과 관련된 연작을 기획 중인 이창환 작가이기에 2024 화성 메세나 1호로 선정된 것은 참으로 기운이 나는 일이다. “2024 화성 메세나 1호로 선정되어 ㈜하스피아, 다가치사는 사회적협동조합, 화성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예술가들은 개인전을 하고 싶어하는데, 비용 부담으로 제약이 큽니다. 이번에 2024 화성 메세나 지원금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규모보다 더 크게 사진전을 할 수 있었는데요. 관람객들이 제 사진을 보신 후, 여기가 어디냐면서 매향리, 남양호에 가보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제 사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화성 지역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내가 사는 곳, 내가 가진 것보다 더 큰 것을 기대하고 바라며 산다. 그러나 문 앞의 풍경도 애정을 갖고 깊게 쳐다보면 아름다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창환 작가의 사진전 ‘화성에 살다’를 보며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봄, 유명한 명소를 찾아 꽃구경 가는 것도 좋겠지만, 내가 사는 동네 한편에 피어있는 봄꽃들 속에서 저마다의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하스피아 김성한 대표라고 합니다. 저희 기업은 고주파 의료기기 전문 기업으로 암재활 프로그램의 개발과 컨설팅, 그리고 반려견 사업과 호텔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성장 중인 기업입니다. 이러한 우리 기업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따뜻한 온기로 건강한 세상을’이라는 기업 슬로건으로 표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화성 메세나 1호 매칭 기업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보유하게 되셨습니다.
오래전부터 순수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예술가분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그분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고충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화성시문화재단에서 메세나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감히 제가 예술가분들께 드릴 말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기업과 예술의 연결이라는 매우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메세나 사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기업의 홍보를 위한 1회성 지원이나 보여주기식의 활동에 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문화와 예술은 우리 사회를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수단이며 목적입니다. 따라서 보다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상생 모델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먼저 기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릴 수 있는 계획이라면, 사업의 성장과 성공이 우선 아닐까 하는 생각인데요. 이는 기업의 성공이 다시 사회로 환원되는 건강한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이창환 작가님을 비롯한 우리 화성시 관내 예술가분들과 더욱 적극적인 스킨십을 이어나갈 계획으로, 주변 기업인들과 공유하고 협업해 나가려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다가치사는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의 대표이자 임상심리사인 이희정(이후 이)입니다.
안녕하세요. 영화감독이자 조합 이사를 맞고 있는 박인식(이하 박)입니다.
이 저희 조합은 교육부가 인가한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돌봄부터 창의적 교육과 건전한 문화·예술 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기업입니다.
또 취약계층 및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박 이창환 작가님은 저희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예술가로써, 재단에서 선정한 화성 메세나 1호 작가님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하는 입장에서 영화는 ‘소설’이며, 사진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닮았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닮은 구석이 있는 그런 것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이 이사님과 저 또한 같은 문화소비자로서 공감하는 부분인데요. 메세나는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도구라는 생각입니다.
또 우리 후세들을 위한 소중한 투자방법이자 올바른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기초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박 문화와 예술에는 순수혈통이 없어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 소견인데요. 정체된 예술은 미래가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흔희 쓰는 단어로는 하이브리드(hybrid)가 이에 부합하겠네요.
그러한 의미에서 기업과 예술가 간의 협업은 미래 문화산업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박 우리 화성시는 지리적 특성으로나 역사적 특성으로나 상당히 밀도 높은 문화적 배경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또 상당히 젊습니다.
그만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겠죠.
이러한 화성시처럼 저희 조합 또한 균형감 넘치는 기업으로서 향후 10년이 기대되는 조합으로 성장시켜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