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대로 또 원하는 대로, 취향 따라 즐기는 화성특례시

끌리는 대로
또 원하는 대로,

취향 따라 즐기는
화성특례시

화성시는 넓다. 동탄에서 서해안까지, 시화호에서 남양만까지 이르는 광활함을 자랑한다.
갈 곳이 너무 많아서 혹은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서 여행을 미루었다면 주목하자.
화성시문화관광재단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도시와 농어촌이 공존하는 화성특례시의 독특한 매력을 살린 테마별 여행 코스다.
개발한 코스는 총 9개. 그날의 기분과 취향에 맞는 코스가 우리를 기다린다.

글·사진 김기쁨(여행 작가)

쉼, 감성, 시간여행까지 9가지 색깔의 화성 여행법

지난 10월, 화성시문화관광재단이 다양한 관광 자원을 활용해 ‘화성특례시 추천 여행’ 9개 코스를 개발했다. A 코스는 ‘문화·자연·미식 올인원 패키지 투어’로, 용주사와 융건릉, 궁평항, 전곡항, 제부도와 서해랑 케이블카를 아우르는 코스다. B 코스는 쉼에 집중한다. ‘화성 쉼표여행’이라는 이름에 맞게 한우마을과 율암온천, 황금해안길과 비봉습지공원을 누비며 마음의 피로를 풀 수 있게 했다.

핫플도 놓칠 수 없다. C 코스 ‘핫플 감성투어’는 소다미술관과 엄미술관, 로얄엑스클럽, 남양성모성지를 지나 제부도 노을로 향하는 인생사진 코스다. D 코스 ‘제부도 원데이 트립’을 따라가면 바다와 하늘이 열리는 제부도의 매력을, E 코스 ‘펫프렌들리 화성’을 따라가면 댕댕이와 함께하기 좋은 여행지를 만날 수 있다.

넓은 만큼 깊은 역사가 궁금하다면 F 코스 ‘화성 시간여행’을 추천한다. 고대의 공룡알 화석산지와 중세의 화성당성, 근·현대의 화성시역사박물관 그리고 미래를 상징하는 화성ICT생활문화센터를 아우른다. 공룡이 살던 시대부터 미래까지 모두 경험하는 셈이다.

G 코스는 자연 속에서 사색하는 ‘그린&소울 로드’, H 코스는 누구나 편히 떠날 수 있는 ‘무장애 힐링 여행’으로 여유를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I 코스 ‘청소년 캠프: 어서 와, 화성은 처음이지?’에는 교육과 체험 자원을 한데 모았다. 가족 여행을 위한 훌륭한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무엇 하나 빼놓기가 아쉬울 정도로 알찬 코스들은 2026년, 화성특례시 문화관광 홈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이다. 시범운영을 통해 보완한 이후 코스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재단은 지난 11월, 쉼표여행(B 코스), 감성투어(C 코스), 시간여행(F 코스) 코스의 일부를 우선 선보였다. 마음 비움이 필요한 연말, 시민들이 참여한 ‘쉼표여행’ 시범 투어에 동행했다. ‘아,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온, B 코스의 주요 스폿을 미리 공개한다.

갈대 따라 일렁이는 사색의 시간 비봉습지공원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먼저 들른 곳은 카페 밀마다. 약 4,000평 규모의 정원을 갖춘 베이커리 카페로 도심에서 숲의 상쾌함을 만날 수 있다. 아늑한 우드 캐빈과 낭만적인 불멍존이 쉼이라는 테마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화성시에는 이처럼 매력적인 카페들이 많다. 덕분에 오션뷰와 논뷰, 숲뷰까지 공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니 여행을 떠나기 전 카페 몇 곳을 점 찍어 두는 것도 좋겠다.

카페에서 에너지를 충천한 후 도착한 첫 번째 여행지는 비봉습지공원. 비봉습지공원은 시화호의 수질 개선과 생태계 회복을 위해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습지공원이다. 총면적은 47만 5,343㎡로 그중 일반인에게 개방된 면적은 약 22만 5,000㎡다.

1990년대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라 불릴 만큼 수질 오염이 극심했다. 오수와 폐수가 유입되었고 물고기가 떼로 폐사했으며 악취가 진동했다. 악화된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시화호 상류 하천에 인공습지를 조성한 게 1996년. 시간이 흘러 지금은 다양한 야생동물과 철새가 서식하는 보금자리로 거듭났다.

아픈 기억을 이겨낸 비봉습지공원은 더없이 자연스럽고 평화롭다. 가로수길을 따라 공원에 들어서면 전망대가 보인다. 내부는 전시관이자 휴식 공간이다. 습지에 사는 동물들과 아이들의 체험 학습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습지에 사는 생물들을 보호하자며 삐뚤빼뚤 써 내려간 ‘다회용품을 쓰자’라는 다짐이 사랑스럽다.

본격적으로 공원을 걷기 시작하면 눈앞 가득 갈대밭이 펼쳐진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갈대의 색도 짙어진다. 그 사이로 잘 정비된 탐방로와 관찰 데크가 갖춰져 있다. 걷는 내내 양옆의 갈대가 바람에 일렁이며 물결을 만든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황금빛 풍경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말수가 줄어든다. 힘들어서가 아니다. 귓가를 맴도는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솨아- 파도를 닮은 바람 소리, 갈대밭 곳곳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도심에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자연의 소리가 귀하다. 그래서일까. 몇 번이고 발길이 멈춘다. ‘종일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에, 떠나는 길이 마냥 아쉽기만 하다.

습지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생태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자. 하루에 여섯 번,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해설은 화성시 통합 예약 시스템을 통해 예약 가능하다. 비정기적으로 만들기 체험과 탐조, 미션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해설은 최소 2일 전까지 신청해야 한다.

서해안 따라 걷는 숲길 황금해안길(해안누리길 4코스)

비봉습지공원을 떠나는 발걸음에 흘러넘치던 아쉬움은 궁평항에 도착하면서 어느새 과거가 되어버렸다. 바다를 따라 걸을 생각에 들뜨기만 한다. 이곳은 황금해안길. 해안누리길 4코스에 해당하는 걷기 여행길이다.

황금해안길은 궁평항에서 전곡항까지 이어지는 길이 17km의 해안 둘레길이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데크 산책로와 휴게 시설을 조성하며 순차적으로 개통 중이다. 제부마리나에서 살곶이에 이르는 5km 구간은 낙조경관길, 살곶이에서 공생염전까지 4.5km 구간은 소금바닷길, 공생염전에서 궁평항을 잇는 7.5km 구간은 해안관광길이다.

시민들과 함께 걸은 길은 궁평항 광장에서 시작해 서해마루 유스호스텔에서 끝나는 구간으로, 약 4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다. 해송 군락지 사이로 데크가 잘 닦인 덕에 경치에만 집중하기 좋다.

왼쪽으로는 바다와 갯벌, 오른쪽으로는 소나무가 보이는 길은 때로는 곧고 때로는 굽이친다. 소나무가 자라는 자리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배려가 돋보인다. 나무 사이로 햇살이 조각조각 부서지고, 훤히 모습을 드러낸 갯벌과 모래알은 금색으로 빛난다. 그래서 이름이 황금해안길인가 보다.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명소답게 평일임에도 사람이 적지 않다. 숲 사이를 걸으며 운동하는 시민들은 물론, 갯벌 체험을 하는 아이들과 해변을 뛰어노는 강아지들이 보인다. 일상과 비일상이 적당히 뒤섞인 장면 속을 걷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기분 좋게 울려 퍼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덩달아 입꼬리가 올라간다.

9개 코스가 공식적으로 공개될 즈음엔 황금해안길도 완전한 모습을 드러낼 테다. 그땐 늦은 오후에 와야지. 화성을 걸으며 자연스레 다음 화성 방문을 계획한다. 우리를 바라보며 떨어지는 해를 마주한 채 즐기는 산책이라니. 살짝만 떠올려도 이미 환상적인 여행 아닌가.

자연이 빚어낸 발효의 맛 제부도 전통양조

자연을 입안에도 머금어 보기로 한다. 목적지는 전통 발효 방식으로 식초를 만드는 제부도 전통양조다. 제부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직접 고두밥을 찌고 누룩을 떠서 발효의 원료가 되는 술밥을 만든다. 그 후 1년 이상의 발효와 숙성을 거쳐야 자연발효식초가 완성된단다.

10명 이상의 단체 여행자라면 술밥을 빚는 일련의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술밥을 집에 가져간 이후의 절차도 꼼꼼히 설명해 준다. 술로 먹을지, 식초로 먹을지에 따라 보관법과 숙성 기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 여행자는 체험을 할 수 없지만, 아쉬워하기엔 이르다. 양조장에 들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넓은 마당에 줄지어 놓인 600여 개의 항아리에 있다. 옹기 장인이 만든 전통 항아리 안에서 식초가 발효되는 중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새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제부도의 바람과 햇볕을 받으며, 식초들은 시간의 깊이를 품는다.

다양한 종류의 식초를 직접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미, 포도, 인삼, 돼지감자 등 여러 재료로 정성껏 빚어낸 식초는 저마다 맛과 향이 다르다. 한 숟갈씩 맛보며 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다. 패키지도 예뻐 여행 기념품으로 좋다.

9개의 여행 코스에는 화성특례시만의 독특한 정체성이 담겼다. 각 코스에 깃든 이야기와 체험은 여행자들에게 화성시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바다와 갯벌, 도시와 자연, 역사와 문화를 모두 만날 수 있는 도시. 화성시가 준비한 아홉 색깔 테마는 당신의 취향에 꼭 맞는 여행을 만들어줄 것이다.

비봉습지공원

경기 화성시 비봉면 유포리
031-8047-5078
운영시간
화~일 10:00~18:00(17시 입장 마감),
매주 월요일, 설·추석 전날 및 당일 휴관
입장료, 주차료 무료

황금해안길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 전통양조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제부로 441-7
010-7732-2771
운영시간 화~토 09:00~17:00,
매주 일~월요일 휴무

2025 화성시 추천 여행 시범투어 소개

맛있는 음식과 힐링이 가득한 - 화성 쉼표여행

28개의 이색적인 디저트 명소,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있는 화성시에서 여유로운 티타임으로 화성 여행의 아침을 시작한다. 국내 최대규모 인공습지 비봉습지공원과 서해를 바라보며 걷는 황금해안길에서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율암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거나, 전통양조 체험을 할 수도 있다.

화성, 예술과 바다에 물들다 - 핫플 감성투어

화성이 자랑하는 이색적인 소다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로얄엑스클럽에서 영감을 깨워본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건축 미술에 심취하며, 여느 미술 작품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서해만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케이블카와 빨간등대까지.

공룡시대에서 현재까지, 과거와 현재를 걷다 - 화성 시간여행

매향리평화기념관에서 근현대사의 아픔과 회복을 조용히 되새기며, 바람결에 실린 평화의 메시지를 마음에 담는다. 화성당성의 삼국시대 흔적을 따라 정상에 올라 광활한 풍경을 만끽해보자. 마지막으로 수천만 년 전 신비를 간직한 공룡알 화석 산지를 탐험하며 과거와 현재를 느낄 수 있는, 화성 시간여행 코스.

<화분> Vol.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