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실험하고 자연과의 연대를 탐구하는 공간

임승균의 방

임승균에게 예술은 ‘이미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예술은 누구의 발끝에서도 발견하고 찾을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일상은 더없이 중요한 것이다. 그는 작은 티끌 안에도 숨어있는 통찰과 예술을 찾을 수 있는 ‘깨달음’을 고대한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설치미술가 임승균입니다. 저는 우리의 일상과 자연의 상호 반응을 관찰하고, 여러분에게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기 위한 많은 시도를 하고 있어요. 이번에 궁평아트뮤지엄아카이브에서 진행 중인 전시 <활짝, 초록>에서 세 분의 작가님(노동식, 유혜경, 이은숙)과 함께 참여하게 됐는데, 서로 다른 매체를 활용한 색다른 기법을 만나볼 수 있어서 상당히 뜻깊지 않을까 싶습니다. 찾아오시는 관람객 분들에게도요. 사실 <활짝, 초록>은 작품도 작품이지만, 전시 공간의 특색과 서신면이라는 지역 특색이 너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여행하듯 가족과 함께 찾는 관람객들이 많은 것을 느꼈어요. 작품과 더불어 ‘인생 세 컷’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있는데, 여러 가지 체험할 수 있는 재미가 더해져, 아이들이 재미있게 즐기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저는 그동안 자연 속에서 머물며 진행한 작업들을 다양한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산책을 하며 작업한 내밀한 작품부터, 대형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공공 작업까지 다양한 층위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중첩’입니다. 제 작품들을 보면 겹겹이 겹침과 해체가 공간을 채우면서 시각적인 변화를 담아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내용적인 면에서는 전시 주제인 ‘활짝, 초록’을 떠올릴 수 있는 안정, 치유, 생경함을 색상과 이미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숲속에 들어섰을 때 경험할 수 있는 생기와 싱그러움과 같은 넘치는 생명력을 떠올려보시기를 바라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새삼 느낀 것은 전시 현장에 대한 해석, 많은 고민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작품 설치를 위해서는 공간과 주변 조건이 중요하기 때문에 작가는 민감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설치 현장에서 공간과 마주하는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가지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당신은 어떤 작업을 하나요?

제 작업의 특징 중 하나가 굉장히 다양한 매체를 다룬다는 점인데요, 표현 매체를 한정하지 않고 회화, 조소, 디지털 등 여러 가지 기법을 활용하지요. 그래서 작품을 처음 보는 분들은 어떤 작업을 하는 작가인지, 어떤 정체성을 가진 작가인지, 한 키워드나 장르로 정해지지 않는 그런 작가로 생각하시곤 합니다.

어쨌든 매체라는 것은 현 시대의 대체적인 흐름 속에 있는 산유물 같은 거라서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있고, 적합한 표현기법을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연을 주제로 해왔던 작업들이 디지털 미디어에 와서는 사뭇 상반된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요. 억지로 융합시키지 않고 서로 다름을 보여주면서 충돌, 대비 등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주변을 산책하거나 일상 속에서 발견한 오브제를 기존 해석의 질서 밖에 놓고, 그것이 내는 파열음을 작품 속에 담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관찰과 개입을 통해 일상적인 것들을 새롭게 번역하는 것이 제 작업인데, 눈여겨보지 않았던 뜻밖의 장소를 발견하게 한다거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는 수행성을 제시한다거나 흔적의 기록이라거나 하는 등이 그것입니다.

설치 작업을 구성할 때는 전시 공간의 성격을 파악하고, 관람객의 개인 반응을 예측해 즉흥적인 작업으로 진행합니다. 미리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옮겨 놓기보다는, 큰 얼개만 구성하고 현장에 대한 반응을 설치작업에 반영하는 것이죠. 설치작업을 하며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많은 내용과 지식을 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에요. 그보다는 상상의 여지를 줄 수 있는 빈 공간을 만드는 것에 집착하고, 보는 분들 스스로가 각자의 방식대로 작품에 개입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열린 작품으로 보여지기를 선호합니다. 관람객이 자유롭게 바라보고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매개체로 여겨졌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작업실은 어떤 곳인가요?

개인적으로 화성에는 2020년 겨울에 이사했으니, 2년 가까이 돼가고 있네요. 작업실은 작년 12월에 마련해 입주했습니다. 이전에는 수원에서 레지던시 활동을 중심으로 작업하다 보니 화성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는데, 지금은 오가며 자연스레 근방을 찾아보고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화성의 매력이라면 도시 공간과 자연 공간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것, 작가로서는 그러한 대비감이 창작활동에 좋은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곳도 많고, 매력적인 지역도 많아 계속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업실을 보자면 넓지는 않지만 벽을 두고 별도의 공간이 있어 창고처럼 여러 물품과 자재들을 놓아둘 수 있고, 작으나마 사무공간도 만들 수 있을 만큼은 되는 것 같아요. 기본적인 작업은 주로 작업실에서 하고 있는데, 뭔가를 실험적으로 만들어 보기에는 충분한 공간입니다. 물론 실제로 설치작업을 해보려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고, 촬영까지 생각하면 좁아 보일 수 있죠. 하지만 말했다시피 제 작업 특성이 전시 현장에서 공간감과 관객 반응 등을 고려하며 완성해가는 과정이 많아서 부족함이 느껴지지는 않아요. 최근에 저는 화성시의 장소적 특성에 주목하며 현장답사를 진행하고 있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협업해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프로젝트인 <아티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발 디디며 살아가는 대지와 관련된 자연 현상을 살펴보는 흥미로운 작업이죠.

저는 예술은 이해와 합의 또는 논리의 영역을 벗어난 어떠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예술의 본질인 진정한 소통, 교감의 지점을 찾는 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과 자명하다고 믿는 것들에 균열을 만들어 인식을 확장하는 일,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내는 일, 잊힌 존재를 느닷없이 발견했을 때 느끼는 생경함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 여정을 화성시민과 함께하고 싶어요.

글 이종철

사진 남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