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작가 석동미
추억과 꿈. 과거와 미래. 지나간 것과 아직 오지 않은 것. 결코 만날 수 없는 두 단어가 하나의 오브제에 담겼다. 석동미 작가의 ‘부메랑’ 안에서다. 그녀는 10년간의 공백을 깨고 자신의 추억과 꿈이 담긴 부메랑을 만들었다. 그녀가 던진 부메랑은 큰 원을 그리며 마음껏 하늘을 날다가 다시 손안으로 돌아온다. 던지기 전의 것보다 조금 더 커진 크기로, 조금 더 반짝이는 별빛을 담아서.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어요. 하지만 대학 졸업 후에 결혼과 육아를 하며 10년간 전혀 작품을 그리지 못하게 되었어요. 단절이 생긴 거죠. 그러다 주변 지인의 권유로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8년의 일이에요. 10년간의 공백 이후 나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어떤 재료를 사용해,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담을까 고민했죠. 그렇게 찾은 주제가 ‘꿈’이에요. 어릴 적 스케치북만 하나 있어도 즐거워하던 아이의 꿈, 그 단순한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물론 작업을 하며 지치거나 지겨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작품을 만들지 못하던 시절의 간절함을 기억하며,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해요. 작가로서 어떤 수치화된 목표가 있지는 않아요. 다만 전시를 하다 보면 전시 공간에 제 작품을 맞출 때가 많아요. 작은 소망이 있다면 제 작품이 딱 들어맞는 공간에서 전시를 진행하고 싶어요. 다른 곳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고 오직 작품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처음 미술을 시작했을 때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평면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 새롭게 찾은 소재가 나무예요. 나무는 다른 소재에 비해 제한된 환경에서 쉽게 가공할 수 있는 재료죠. 부메랑 모양으로 가공한 나무 위에 바탕칠을 하고, 마스킹 테이프로 패턴을 만든 다음, 물감을 입혀 시리즈를 구상해요. 패턴이 같아도 사용하는 색이 조금씩 달라서 단 하나도 같은 작품이 없어요. 서양화를 전공해서인지 색을 자유롭게 조합해 사용하는 데 유리한 것 같아요. 패턴을 새로 만들 때는 주변의 것들에 영감을 받아요. 어떤 사물이나 자연을 관찰할 때 선과 면 위주로 보는 거죠. 나무를 본다면 나뭇잎 패턴을 단순화해 겹친다든지, 새로운 색을 조합한다든지요.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개별 작품들, 다양한 시리즈를 모아 한 공간에서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설치 작업을 해요. 지금은 작품 하나하나보다는 설치 미술에 욕심이 커요.
작품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진 않아요. 이름이 붙으면 생각이 한정적이 되어 감상에 방해될 것 같아서예요. 부메랑에 그려진 패턴 속에 별이 많은데요. 바로 그 별을 통해 ‘꿈과 추억’을 말하고 싶었어요. 꿈은 미래지향적이고 추억은 나의 과거를 말하잖아요. 대비되는 두 의미가 함께 담긴 것이 재미있죠. 나의 과거가 묻은 부메랑을 던지면 꿈이 현실이 되어 돌아오는 거예요. 저의 대표작은 부메랑 240개를 낚싯줄에 걸어 커다란 부메랑을 형상화한 작품이에요. 작은 꿈이 크게 확장되어 돌아온다는 의미를 담았죠. 개별적인 부메랑 하나하나를 봤을 때는 단순히 “던져보고 싶다.”, “예쁘다.” 하는 식의 반응이 많았는데, 큰 설치를 본 사람들은 압도당했다고 표현하더라고요. 일종의 포토존처럼 작품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아요. 저는 사람들이 즐겁고 편하게 작품을 감상하며, 잊어버린 꿈에 대해 생각했으면 해요. 어렵고 부담스럽지 않은 미술 감상이 되기를 바라고요.
글·사진 김건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