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요즘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나요?

화성인의 대답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몇 달 전 새로 알게 된 친구다. 퇴근 후 유명한 맛집에 함께 가고, 날이 좋은 날엔 근처 공원에 자전거를 타러 가기도 한다. 계절별로 함께하는 친구가 달라지는 게 신기하면서도 그게 참 자연스럽다. 화성인은 요즘 누구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지 궁금하다.

당신은 요즘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나요?

윤이나|주부
곧 세상으로 나올 아기

 

2020년 2월, 5년 만에 임신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하기도 해서 직장도 그만두고 지금까지 외출을 조심하고 있다. 요즘은 귀하게 얻은 배 속 아기 ‘럭키’와 함께 음악을 듣고 책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지난날, 아이를 가지려고 수많은 노력을 했다. 유명하다는 한의원도 가보고 시험관 시술도 해봤지만 여러 번 실패했다. 운동, 식단 관리 또한 열심히 했는데 말이다. 정말 속상했지만, 원인이 없다는 것이 더욱더 답답한 마음을 들게 했다. 하지만 남편과 서로 믿음을 갖고 포기하지 않았고기다린 만큼 좋은 일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남편의 진급 소식과 동시에 기다리던 아기가 찾아온 것이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남편과 나는 해외여행도 꾸준히 다니면서 삶의 행복을 누리며 즐겁게 살아왔다. 오랜 시간이 지나 아기 럭키가 찾아와 정말 기쁘다. 어떠한 일이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같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은 가족들에게도, 배 속에서 건강하게 커주고 있는 럭키에게도 고마운 마음뿐이다. 나는 어느새 6개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예비 엄마다.이 글을 보는 분에게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좋은 생각을 하면 분명 좋은 일이 온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늘 긍정적인 마인드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일만 가득하길 소망한다.

정윤성|유통 회사 사무직
껌딱지 친구 루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친구는 강아지 루이다. 껌딱지처럼 늘내 옆에 붙어 있고, 조금이라도 만져주지 않으면 앞발로 내 손을 긁는다. 잘 때도 엉덩이를 내 얼굴에 딱 붙이고 자는 습관이 있다. 껌딱지 친구 루이는 지금 열두 살 노령견인데, 올해 들어 부쩍 기운이 빠져 보여서 걱정이다. 루이가 조금만 아프고 밥을 안 먹고 배변 활동을 못 하기라도 하면 내 마음은 난리가 난다. 루이가 스무 살까지 아프지 않고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 나의 첫 강아지이자 마지막 강아지 루이의 건강을 함께 응원해 주길 바란다.

이현대|연구원
와이프와 배 속에 있는 아기

 

항상 와이프와 둘이서 시간을 보내다가 와이프가 임신해, 아기와 셋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퇴근 후 자기 전에 아기에게 태교 동화책을 읽어주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결혼할 때는 결혼이 끝인 줄만 알았는데, 가족을 만든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언젠가 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해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막상 아이를 가지려니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한 생명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와이프의 임신 소식을 들었던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가족이 생긴다는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고 행복했다. 한편으로는 집안의 가장이 된다는 것이 살짝 부담되면서도, 내 아이에게 사랑을 많이 주는 부모가 되어라 하는 뜻에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뚝뚝하고 부끄러움 많은 내가 태교 책도 직접 읽어주고 배 속에 있는 아기에게 말도 거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게 행복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배 속에 있는 아기에게 아빠의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늘 와이프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도록,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중에 태어나는 아기가 사랑을 많이 주고받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고 싶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양혜민|주부

겨울에 찾아온 아들

 

눈이 펑펑 오는 겨울, 작디작은 아기를 처음 만나 지금까지, 우리는 현재 진행 중이다. 미운 네 살 장난꾸러기와 함께 있으면 하루가 어찌나 빠른지 하루하루가 쌓여 어느새 4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지난날 돌이켜보니 내 몸 힘들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예쁜 행동 하나하나 기억하지 못해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뿐이다. 하지만 앞으로 함께할 날이 더 많은 만큼 이제는 아들의 작은 행동, 말, 표정까지 모두 기억해야겠다. 아들과 같이 보고 싶고,하고 싶은 것이 많다. 가끔은 재촉하고 서툴게 대할지라도 함께하는 매일이 서로에겐 처음이니 늘 새로운 행복으로 다가올 것이다.항상 부족한 엄마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해 주고 생각해 주는 나의 소중한 아들을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야겠다.

임후금|주부
예쁜 꽃들

 

딸이 얼마 전 시집을 가더니 집을 꾸미기 시작했다. 화사한 꽃 화분 몇 개를 사고 받침대까지 사서 이리저리 꾸미고는 시시때때로 내게 사진을 찍어 보낸다. 꽃기린이 빨갛게 피었다는 둥 물을 잘 주었더니 야자나무가 쑥쑥 자란다는 둥. 그러면서 항상 이 말을 덧붙인다. “엄마! 정말 예쁘지?” 나랑 함께 살 때는 화분에 물 한 번 준 일도 없으면서 신혼집이라고 모든 게 다 이뻐 보이나 보다. 나는 그 꽃들에게 말을 건다. “너희들은 우리 딸과 함께 사는 가족이야.싱싱하게 자라고 예쁘게 피어서 우리 딸 매일매일 웃게 해주렴.”

에디터 김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