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에 읽기 좋은 책
화성시문화재단은 화성시민이 도서관에서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에 참여하고 도서관과 소통하며 화성시의 독서문화를 선도하고자 ‘도서관 시민 서포터즈 2기’를 열었다. 그중 ‘시민 북 큐레이터’는 시민이 책을 선정하고 전시하는 큐레이션 활동을 통해 양질의 도서를 발굴하고 도서 추천을 다원화하고자 한다. 책 읽기 좋은 독서의 계절, 이 가을에 시민 북 큐레이터 3인이 추천하는 도서를 만나보자.
“아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한번 물어와.”
“넌 뭘 좋아하니?”
“나는 벌레가 좋아.”
“곤충 말이야?”
“아니, 벌레”
“나는 나비가 좋아. 그리고 반짝벌레도.”
“반딧불이?”
“아니, 반짝벌레” (본문 중에서)
미국의 버나드 와버 작가가 글을 쓰고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자인 이수지 작가가 그림을 그린 책이다. 이수지 작가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한국 작가로는 처음 수상했다. 글이 없는 그림책으로 메시지를 전달해 온 작가인 만큼, 《아빠, 나한테 물어봐》는 그림만 봐도 행복이 느껴지는 이름다운 그림책이다. 집 근처 빨강, 노랑 단풍이 화려하게 물든 가을 배경의 공원을 아빠와 딸이 다정하게 대화하며 산책하는 그림책으로 읽다 보면 같이 산책에 나선 듯한 기분이 든다. 어린 딸은 끊임없이 아빠에게 “아빠, 나한테 물어봐.”하고, 대화를 나눈다. 순수한 어린아이의 귀여운 억지도 사랑스럽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진지하게 대화하는 아빠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특별한 날의 놀이동산, 워터파크, 키즈 카페보다 아빠와 함께하는 일상의 시간이 아이에게 가장 큰 행복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둥지나래어린이도서관 시민 북 큐레이터, 박유련 추천 도서
《책은 도끼다》, 박웅현, 북하우스, 2011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트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저자의 말 ‘울림의 공유’ 중에서)
머릿속 도끼질의 흔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진행했던 인문학 강의의 내용을 담은 책이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왔다.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하는 가을에 책과 남은 몇 달, 더 나아가 나의 삶에 대한 울림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한 구절 한 구절, 울림을 주었던 책들 중에서 자신만의 울림과 해석을 담아 아름답게 써 놓았기에 많은 곳에 밑줄과 포스트잇이 붙여지고, 나의 생각을 멈추고 삶을 배울 수 있다.
‘책을 왜 읽느냐, 읽고 나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라는 본문의 내용처럼, 이 책을 읽고 나면 책이 더 좋아지고, 순간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며, 좋은 글을 마음 가득 담게 된다. 책을 좋아한다면, 책을 좋아하고 싶다면, 책을 읽고 싶다면, 책에서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검찰에게 정의나 공익이란 없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경각에 걸리거나 말거나,
남의 인생이 망가지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오직 자신들의 전리품을 위해서 움직일 뿐이다.” (본문 중에서)
검찰 출신 작가는 ‘모든 열정 중에서 이너서클을 향한 열정이야말로 악하지 않던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무서운 위력을 발휘한다.’라는 C.S.루이스의 말로 시작하여, ‘검찰에서 왜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성추행 같은 일이 일어나는가, 거미가 오는 것을 보고도 꼼짝 못 하는 거미줄에 걸린 벌레의 상태, 무력감 때문이다. 권력의 힘이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 권력은 올바른 권력이 아니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며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권력은 정의로운 것이 아니다. 내부의 동료들은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침묵을 지키거나 나아가 강자의 편에 선다.’라는 말로 마무리 짓는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25년 전 입사 시험 임원 면접의 질문은 “상사가 담배 심부름을 시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였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1990년대에는 면접관의 흔하디흔한 질문이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시계는 제자리인 듯하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고인 물은 썩는다. 이 간단한 진리를 대한민국의 검찰 조직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단지 ‘우리는 너희와 달라’라는 특권의식으로 권력의 카르텔에서 자신들이 악마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한 번 권력에 심취하면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어서 빨리 그 중독에서 빠져나오길 바랄 뿐이다.
작가는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에서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홍반장’과 같은 검사들도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소시민으로서 홍반장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글 화성시문화재단도서관 시민 서포터즈 2기(김은하, 박유련, 범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