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초월, 자유로운 소통으로 물리적 제약 극복
메타버스의 바람이 문화·예술계에도 불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신조어로,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디지털 공간을 메타버스라 볼 수 있다. 인터넷 웹사이트 등 가상공간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는 팬데믹의 장기화로 물리적 제약을 받는 문화·예술계가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화·예술계는 비대면이라는 상황을 극복하고 관객을 만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부터 오프라인 공연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국내외 할 것 없이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가 온라인 공연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온라인 공연은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관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공연장의 현장성과 생동감을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관람객이 온라인을 통해 눈으로만 공연을 관람하는 송출 수준의 단계를 넘어 실제 공연장에서와 같은 경험을 느낄 수 있게 첨단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험적인 연극 또한 등장했다. 비대면 온라인 연극인 ‘시간의 방’도 관객과 배우가 온라인에서 만나 소통한다. ‘시간의 방’은 서울, 제주,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세계 각국 여러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연자들이 대면하지 않고 오직 인터넷 접속만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디지털 연극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공연을 영상으로 찍어 전달하는 온라인 공연을 탈피해 관객과 공연자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서로 감정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게 연출한 ‘시간의 방’은 그동안 랜선 공연의 한계로 지적된 감정과 소통의 교류에 대한 실험을 담고 있다.
예술과 기술의 공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디어아트, 가상현실(VR)을 통한 전시 등은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을 통한 예술의 체험이다. 최근 IT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메타버스’다. 가상의 인터넷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는 문화·예술계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존의 가상현실보다 발전된 개념의 메타버스는 웹과 인터넷 등의 가상세계에 현실의 ‘나’라는 존재가 흡수된 형태이다. 즉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공연은 가상의 공간에서 관람객이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를 통해 공연을 즐기며 소통하는 구조다.
문화·예술 공연과 메타버스의 접목은 팬데믹과 비대면으로 인한 시공간의 제약을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극복하고 가상의 공간속 또 다른 나인 아바타를 내세운 관람객이 기존의 온라인 공연보다 공연의 현장감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한다. 최근 공연계는 메타버스 기술을 도입한 공연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월 국내 최초 메타버스 전시회가 시도됐다. EBS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기획해 선보인 “보이스(VOICE):7개의 기호들”은 메타버스에서 전시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상상의 공간, 전시공간이 되다’를 콘셉트로 국내 최초 웹(WEB) XR(혼합현실)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전시를 시도한 것이다. 관람객이 VR기기와 웹 접속을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 내 전시장에 입장하면, 자동으로 관람객 아바타가 생성되고 서로 다른 곳에서 접속한 관람자와 아바타를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함께 전시를 관람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게 기획·제작했다.
지난 9월에는 클래식 최초로 메타버스 연주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세종솔로이스츠는 ‘힉엣눙크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세종솔로이스츠’ 타운을 열고, 메타버스 연주회를 선보였다. 비대면이라는 물리적 제약으로 페스티벌의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준비한 공연을 다양한 플랫폼에 노출해 공간의 제약 없이 관람객들이 현장감 있는 연주회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문화·예술 공연에 메타버스가 성큼 다가와 있다.
메타버스 공연에 관객의 반응도 뜨겁다. 국내 첫 메타버스 전시인 ‘보이스 7개의 기호들’은 첫날 방문자가 4천 명에 달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대중음악계의 메타버스 공연은 문화·예술계보다 한발 앞서 있다.
대중음악계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공연에 집중하다 메타버스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K팝 가수들은 가상의 공간인 메타버스에서 뮤직 비디오를 공개하고, 팬 미팅, 콘서트 등의 공연을 열며 전 세계에서 모인 한류 팬을 만나고 있다. 이런 메타버스 공연은 새로운 수익도 창출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통한 공연 수익을 비롯해 K팝가수의 굿즈, 새로운 콘텐츠 등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판매, 운영되며 다양한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다.
메타버스는 앞으로 문화·예술 공연 전반에도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가상의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는 시공간과 형식의 제약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될 수 있고, 여러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은 아바타의 등장은 콘텐츠 확장의 효과를 불러온다.
이처럼 메타버스의 다양성과 무한한 가능성만큼이나 문화·예술공연의 메타버스 접목은 새로운 형식의 연출과 다양한 첨단기술을 이용을 앞당기고 있다. 또한 가상공간 속 공연장과 전시장을 찾는 관객에게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츠의 경험과 새로운 문화소비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