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연출 추정화
우리가 상상조차 어려웠던 자신의 고통과 정면승부한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어 많은 분에게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추정화 & 김소향
오는 9월 28일 반석아트홀에 뮤지컬 ‘프리다’가 찾아온다.
2022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탄탄한 작품 성으로 인정받아온 ‘프리다’는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서던캘리포니아대(USC)가 주최하는 ‘USC 비전스 앤드 보이스(Visons & Voices)’ 프로그램에 초청받아 LA 관객들을 만난 후 국내로 돌아와 처음 선보이는 무대로 반석아트홀을 선택했다.
프리다의 두 주역 추정화 연출과 김소향 배우를 만나보았다.
인터뷰어. 강다현 사진.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리다 칼로라는 인물에 어떤 매력을 느꼈고 또 어떤 계기로 작품을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녀가 그린 수박 그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핏빛처럼 붉은 수박에 쓰인 ‘Viva Lavida’라는 문구. 그녀의 인생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데 ‘인생이여 만세’라고 쓸 수 있었는지. 얼마나 정열적으로 살았으면 마지막 외출에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녀에 대해 파기 시작했고, 알면 알수록 그녀에게 빠져들었죠. 멋지고 당당하게 자신의 고통과 정면 승부한 그녀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어서 많은 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프리다 칼로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제한된 시간 내에 풀어낸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작업 중 가장 고민됐던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그녀의 인생을 쭉 돌이켜봤을 때 그녀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게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하이힐’이 떠올랐어요. 하이힐은 여자들의 로망 이잖아요. 그런데 그 아름답지만 불편한 구두는 발이 아프면 신을 수가 없어요. 그녀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았고 교통사고로 온몸이 부서지는 경험을 했어요. 따라서 하이힐은 못 신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녀에게 하이힐을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그러려니 사실적인 접근은 애초부터 피했죠. 판타지. 극적 판타지를 끌어내보자. 그래서 죽기 전 자신의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훑어보는 구성으로 ‘Last Night Show’를 만들어 냈습니다.
다양한 작품을 연출해오고 계신데요. 이중 연출님을 가장 닮은 작품이 있다면 어떤 작품이라고 생각 하시나요?
한 작품을 특정할 수 없지만 그간 해온 작품들 모두에서 저라는 자아가 조금씩은 녹아있다는 생각입니다. 얼마 전 올린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든 건데, 거기에도 제 색깔이 들어가 있어요. 그러니 제가 쓰고 만든 작품에는 더 많이 들어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연출가로서 이번 프리다를 맡은 김소향 배우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작 품 을 준비하며 나누었던 특별한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프리다를 쓸 때부터 애초에 김소향 배우를 프리다로 놓고 썼어요. 제가 아는 배우 중 가장 강인하고 아름다운 배우이자 열정 그 자체죠. 그리고 김소향 배우가 프리다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해왔더라 고요. 김소향 배우와는 프리다의 그림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그림을 초현실주의라고 했지만, 그녀는 모두 현실 그 자체를 그렸다고 말했습니다. 즉 그녀의 그림과 생활이 동일하게 흘러 갔던 거죠. 그녀 그림 안에 놓여있는 많은 생각들이 결국 그녀 자신을 표현 하는 것이니까. 삶을 있는 그대로 거침없이 드러내고 사랑한 여자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그런 얘기들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꼭 관심 있게 보았으면 하는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이야기 부탁 드립니다.
글쎄요. 아주 쉽게 썼어요. ‘Last Night Show’에 초대된 오늘의 게스트 느낌으로 시작하니까요. 그래서 그냥 쇼 를 즐겨 주시면 좋을것 같아요 . 그녀의 이야기가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절절하게, 때로는 슬프게 다가올 겁니다. 느껴지는 그대로 즐겨주세요.
다음은 어떤 작품으로 만나 뵐 수 있나요? 그리고 향후 계획도 궁금해요.
향후 계획부터 말씀드리자면 먼저 LA에서 ‘도산’이란 작품을 올립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이야기고요. 이미 LA의 한인극단인 ‘시선’에서 3시즌이나 공연된 작품이에요. 저는 4시즌의 연출과 각색을 맡아서 현재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대학로에서 제 신작이 올라갑니다. 이번 딤프에서 고맙게도 작품상을 주셔서 출발이 아주 기분 좋네요. 제목은 ‘시지프스’인데 ‘까뮈의 이방인’에 대한 제 나름의 해석입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시면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해오셨어요. 프리다 칼로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프리다 칼로가 가장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어떤 어려움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으며, 삶에 대한 투쟁을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몸이 아프면 나약해지기 마련 이지만 그녀는 수많은 수술을 견디고, 인생의 대부분을 편치 않은 몸으로 지냈어요. 그런데도 그녀는 인생을 정말 뜨겁게 사랑하고 찬양한 여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공연의 주연으로서 무대에 오르는 매 순간이 설레면서 가슴이 뛰는 순간일 것 같아요.
프리다가 남달리 특별했던 게 보통 다른 작품을 할 때는 첫 공연날이 되면 떨려요. 그런데 이 공연은 빨리 시작하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리고 너무 기대됐어요. ‘빨리 시작해라’하고 소망 한적이 많아요. 그만큼 우리 캐스트에게 자신이 있었고, 작품에 대한 자신도 있었 습니다.
뮤지컬 ‘프리다’를 “유독 애틋한 작품 이다”라고 말씀하신 인터뷰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 또 배우님께 프리다칼로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 작품입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프리다 칼로를 좋아했어요. 집에도 그녀의 그림을 걸어놓고 지낼 만큼 그녀의 엄청난 팬이기도 합니다. 연출이자 작가인 추정화 연출님께서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시작하셨을 때 저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리고 연출님께 빨리 이 작품을 써달라고 조르기도 했어요. 저는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아주 뜨겁게 타오르는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고 그녀의 그림처럼 저도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또 그 어떤 아픔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믿음을 갖고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뮤지컬의 하이라이트인 프리다의 독무 역시 배우님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장면 이라고 들었어요.
(웃음)맞아요. 제가 연출님께서 이 작품을 쓴다고 하실 때 부탁했어요. 미친듯이 멋진 춤을 넣어 달라고 또 춤추고 싶다고요. 요즘은 무대에서 춤출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도 했고, 제가 부전공 했던 현대무용을 언젠가 무대 위에서 꼭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이루어져 너무 기쁩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명장면으로 추천해 주시는 것 또한 정말 영광입니다.
추정화 연출님과 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이야기 하나 해주실 수 있을까요? 무엇이든 좋아요.
언니는 아니 연출님은 제가 아주 어릴 적 만났어요. 언니는 그때도 정말 빛나는 배우였습니다. 그런 언니가 연출이 되어 있는 걸 전 모르고 미국에 있었어요. 그리고 언니의 작품을 보고 흠뻑 반해서 작가가 누구인지 찾아보니 추정화 연출님이었죠. 그런 언니와 저는 운명처럼 다시 만났어요. 서로에게 큰 영감을 주고 서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입니다. 그녀는 정말 열려있는 예술가 예요. 에피소드라기에는 조금 심심할 수도 있지만 제가 밤새 생각해왔던 아이디어를 언니에게 제안했을 때 , 그리고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여 줄 때가 많았어요. 그땐 정말 세상이 전부 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배우라는 것. 그것이 스스로에게 주는 삶의 의미가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 그것은 너무나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무서울 만큼 책임감이 따르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저의 실수들이나 후회하는 행동들 조차도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영감을 줄 때가 많아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떤 의미일까 생각한다면, 내가 좀 더 바르게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활동을 펼쳐나 가실지, 그리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늘 똑같아요. 진심으로 무대 에서 연기하고, 그 무대에 서기까지 끝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저에게는 대충이란 단어는 없어요. 그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약속입니다. 프리다는 여러분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드릴 거예요. 삶에 지친 여러분 혹은 삶을 사랑하는 여러분 공연장으로 오셔서 함께 인생을 찬양하는 순간을 느껴 보셨 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