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안만세시장은 100년 전, 경기 남부의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역사의 중심지다. 1919년 3.1만세운동의 의미가 뚜렷하게
남아있는 만세시장 거리에는 이국적인 다문화 거리의 바이브와
유니크한 음식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으로
시작된 만세시장 먹자골목의 다국적 음식문화는 만세시장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태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30여 개국의
다국적 음식문화와 매력적인 향기가 시장 골목마다 따뜻하고
맛있게 스며있다.
글 민혜경(여행 작가) 사진 민혜경, 발안만세시장상인회
발안만세시장은 일제강점기 때 나라 잃은 아픔을 격렬하게 겪었던 장터로 3.1운동 당시 발안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곳이다. 1919년 3월 31일과 4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났던 만세운동은 일제의 무단통치에 맞서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참여한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민족의 자주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 발안만세시장 장날에 향남면과 팔탄면 주민 1,000여 명은 일사불란하게 모여 거리 곳곳에서 열렬하게 만세를 외치고 시가지를 행진했다. 시위대와 일본 경찰과의 충돌로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에 격분한 주민들이 돌을 던져 일본인 경찰부장이 사망에 이르자 일제의 무차별 보복이 시작되었다. 결국 제암리 학살사건으로 이어진 만세운동의 현장은 발안시장 옆으로 흐르는 개천 부지와 발안파출소 앞 삼거리로 역사 속에 남아있다. 2013년 이 역사적 사건을 기리기 위해 시장 이름을 ‘발안만세시장’으로 변경하고 독립운동의 정신을 오롯이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시에서 발안만세시장 일원의 총 4.4km 구간에 항일 기념 발안만세거리를 조성했다. 일제강점기 때 만세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났던 이곳은 수원과 오산을 도보로 오가던 시절, 농산물뿐만 아니라 공산품 등 물물교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장터 중 하나였다. 발안마을은 서해 갯벌이 있어 각종 농수산물이 신선하게 거래되었고 또한 발안천이 서해와 내륙을 연결시킨 덕분에 발안마을에 물산과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서 큰 시장이 형성되었다. 1990년대 말까지 만세시장은 경기 지역의 사람들이 즐겨 찾던 오일장이었다. 2000년대가 되면서 시장 주변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온라인 쇼핑몰이 늘어나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100년의 역사를 품은 발안만세시장은 지금 화성특례시 서남부의 생활 중심 터전으로 외국인 산업단지가 들어오면서 3만여 명의 외국인들이 살고 있는 외국인 특구지역이다.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그들의 수요를 만족시켜 줄 글로벌 마켓도 증가하는 중이다. 주말엔 장을 보러오는 대부분의 사 람이 다문화가정이라고 할 만큼 만세시장 오일장은 글로벌 마켓으로 사랑받고 있다.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네팔, 인도, 스리랑카, 베트남, 고려인 등 국적도 30여 곳이 넘을 만큼 다양하다. 다국적 외국인들과 한국인이 함께 모이다보니 세계 각국의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외국 식당도 다양하다. 만세시장의 역사와 문화, 예술 그리고 오일장과 글로벌한 음식들은 왠지 낯설고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 분위기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1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만세시장은 다른 재래시장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경기도 남부에서 가장 유명한 오일장이 열리는 곳이다. 장날이 주말인 날이면 전통 장을 보러온 관광객들과 외국인 주민들로 시장이 북적거린다. 화성특례시의 전통시장은 발안만세시장 외에도 남양읍의 남양시장, 송산면의 사강시장이 대표적이다. 남양시장은 매월 1일과 6일, 사강시장은 매월 4일과 9일이 장날이다. 화성 원도심에 위치한 발안만세시장
은 매달 5일과 10일이 되는 날에 전통 오일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은 크게 ‘만세동락’, ‘동가발상’ 그리고 ‘세세만년’이라는 세 개의 거리로 구분되는데, 애국, 애족, 애향의 신념을 지켜온 만세시장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일장에는 전통 재래시장 특유의 활기와 넉넉한 인심이 넘쳐난다. 시장으로 들어서면 신선한 채소와 제철 과일, 싱싱한 생선, 입맛이 절로 도는 수제 반찬 등 지갑이 자꾸 열리는 시장 먹거리들이 수두룩하다. 시장 한쪽에는 태극기 떡을 재현해서 판매하는 떡집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찹쌀과 천연색소로 만드는 태극기 떡은 태극 문양과 사괘를 그대로 구현해서 만들기 때문에 3.1절, 광복절, 개천절 등 나라의 기념일에 맞춰 떡집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
발안만세시장은 다른 전통시장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10여 년 전부터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화성시 공단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들이 이곳에 터전을 잡았기 때문이다. 과거 고려시대 외국 사신과 상인들이 빈번하게 왕래했던 나루, ‘벽란도’에서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자국 물건을 거래하고 다양한 문화를 교류했던 것처럼 발안 만세시장 역시 다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발안 지역을 다문화 사회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발안만세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외국인 비율이 내국인보다 많아서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말에 만세시장을 찾으면 어느 외국의 거리처럼 느껴질 만큼 활기 가득한 다문화 거리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외국인 특화 거리가 된 발안시장은 2개 구역으로 나뉜다. 동남아시아와 유라시아 사람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과 차이나타운처럼 형성된 중국인들의 거리다. 한문간판이 눈에 띄는 골목에는 화려하고 푸짐한 음식 사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근 화성특례시는 발안만세시장 거리를 음식문화 특화거리로 지정했다.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네팔, 방글라데시,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등 40여 개의 로컬 식당이 밀집해 있는 거리를 걷다 보면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커리와 네팔식 만두를 맛보는 네팔 레스토랑, 스리랑카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 베트남 쌀국수집, 터키 케밥 식당, 정통 커리를 맛보는 인도 레스토랑, 중앙아시아를 대표하는 삼사 식당등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점을 만세시장 거리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셰프가 운영하는 ‘야신’은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는데, 화덕고기빵인 삼사(Somsa)를 굽는 작업 공간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고 아담한 식당에는 테이블이 놓여있고, 외국인들이 삼사를 먹고 있다. 삼사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위구르 신장 문화권에서 즐겨 먹는 주식이다. 삼사는 인도의 사모사와 달리 튀기지 않고 화덕에 구워내는게 특징이다. 탄두리(화덕)에서 구워낸 삼사는 왕만두와 파이 중간쯤 되는 맛의 쫄깃하고 바삭한 식감을 갖고 있다. 화덕에 구운 빵이라 담백하면서 고기와 양파가 듬뿍 들어있어 ‘겉바속촉’의 기본에 충실한 고기 빵이다.
‘엄마손만두 플로리다’에서도 독특한 국수를 맛볼 수 있다. 한국인 남편과 고려인 3세 아내가 운영하는 만두와 국수집인 플로리다는 아내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데, 모든 메뉴는 고려인 아내가 요리한다. 매일 직접 빚는 중앙아시아식 만두 ‘만트’, 양배추와 소고기가 들어가는 고려인 만두 ‘비고지’, 우리나라 잔치국수와 비슷한 고려인 국수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수 있다. 고려인 국수는 과거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건너간 고려인들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등에 정착하면서 만들어 먹은 소울푸드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살았던 안주인의 고려인 국수는 낯설지 않다. 국수 위에 고명으로 올리는 피망 볶음, 소고기볶음, 오이절임, 양배추김치, 달걀지단과 토마토, 오이채와 고수와 허브가루 등이 올라간 생소한 비주얼의 국수지만, 맑은 토마토 육수가 시원하고 상큼해서 이국적인 국수 맛 사이로 왠지 모르게 잔치국수의 친근한 맛이 느껴진다.
발안만세시장 안에는 다른 시장에선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식자재를 파는 아시안 마켓들도 많다. 고수, 사탕수수, 야자수, 두리안 등 유리창 밖에서 동남아시아에서 공수한 과일과 채소를 구경하다 보면 가게 안에 들어가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신기한 재료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동남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현지에서 가져온 다양하고 신기한 재료들이 진열되어 있어 흥미로운 아이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색다른 호기심에 선택한 양념 소스가 뜻밖의 풍미로 입맛에 맞을 수도 있으니 주인장과 담소를 나누며 특별한 쇼핑 시간을 가져도 좋다.
발안만세시장 상인회
경기 화성시 향남읍 평2길 7 3층
031-452-0120
경기 화성시 향남읍 평3길 10
경기 화성시 향남읍 평2길 7-1
070-4833-8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