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점도서관 북큐레이션

문학상 수상 도서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나는 봄, 이 계절 다시 독서를 하겠다고 다짐해본다. 하지만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책이 한가득!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도 고민이다. 그럴 땐 도서관 추천 도서가 제격. 화성시문화재단 도서관은 매월 특정 주제로 추천 도서를 선정해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병점도서관은 지난 3월, 노벨문학상, 카네기상, 이상문학상 등 문학상 수상 작품들을 선정했다. 그중 몇 권의 작품을 소개한다.

BOOK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긴긴밤≫, 루리, 문학동네, 2021

“다른 펭귄들이 나를 좋아해 줄까요? 노든처럼 나를 알아봐 줄까요?”
“물론이지.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본문 중에서)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긴긴밤≫은 어른이 아이에게 읽어 주려고 펼쳤다가 어른도 울게되는 책이다. 몇 년 전 뉴스에 소개된 ‘지구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수컷 북부흰코뿔소 수단’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상에 남은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은 코끼리고아원에서 눈이 안 보이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에게, 다리가 불편하면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어 걸으면 된다는 코끼리들의 세계에서 코끼리인 줄 알고 자라왔다. 그러나 노든은 진정한 코뿔소가 되기 위해 바깥세상으로 나섰고 아내와 딸이 생겼지만 인간의 총에 맞아 모두 죽임을 당하고 만다. 노든은 동물원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웜보와 치쿠는 펭귄들 사이에서 버림받은 까만점박이 알을 품기 시작한다. 그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은 노든과 수없이 많은 밤을 함께하고, 노든은 어린 펭귄이 살아갈 날들을 위해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바다를 찾아간다.
험난한 길 위에서 코뿔소 노든과 어린 펭귄이 파란 지평선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사랑과 연대를 느끼게 된다.
노든이 어린 펭귄에게 전하는 ‘너는 너 자체로 존재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통해 안도와 위안을 얻고, 수많은 기적이 모여 ‘나’라는 기적을 이룬다는 믿음과 용기를 선물 받게 될 것이다.

‘2017 노벨문학상’ 수상작

≪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민음사, 2021

“어쩐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적어도 몇 분 동안만은 유예할 수 있었다.
우리는 별빛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 스텝을 밟았다.”(본문 101쪽)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가는 거장 중 하나인 가즈오 이시구로. 그는 그의 일곱 번째 작품인 ≪녹턴≫으로 ‘2017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의 부제는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야상곡(夜想曲) 혹은 몽환곡이라 불리는 ‘녹턴(Nocturne)’이라는 제목처럼 밤에 어울리는 감성을 담고 있다.
젊은 시절 싱어송라이터를 꿈꾼 이시구로의 작품에는 그의 정체성과 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가 묻어난다. 이 작품 역시 베네치아의 곤돌라에서 크루너 가수가 부르는 나직한 세레나데부터 할리우드의 고급 호텔 방에 울려 퍼지는 색소폰 연주, 그리고 베네치아 광장을 메운 <대부> 테마 곡의 첼로 선율이 흐른다.
≪녹턴≫은 이야기 속 인물들이 성공과는 거리가 먼 희망을 좇는 5편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이중 <크루너>는 기타리스트 얀이 과거 전설적인 크루너 가수였던 토니 가드너를 베네치아에서 우연히 만나며 시작된다. 토니는그날 밤 아내를 위해 곤돌라를 타고 세레나데를 부르고 싶다며 얀에게 기타 연주를 부탁하는데, 곤돌라를 타고 운하를 돌던 토니는 얀에게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아내와 사랑하지만 헤어지기로 했다고 고백한다. 이어서 곤돌라 위에서는 토니의 아름다운 세레나데가 울려 퍼진다. <크루너> 외 <비가 오나 해가 뜨나> <말번힐스> <녹턴> <첼리스트> 네 편의 주인공들도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인생의 기로에 서 있지만 희망을 찾아간다. 소설 속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거창한 비유나 은유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산책을 듣는 시간≫, 정은, 사계절, 2018

“수지야, 네가 무슨 일을 하든지 먼저 너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중략)
선택은 언제나 너 자신을 위해서 네가 하는 거야. 네가 무엇을 선택하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거야. 그 힘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의무가 있어. 그것만 잊지 말아 주렴.” (본문 125쪽)

산책을 ‘듣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제목부터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 작품은 ‘제16회 사계절문학상’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대상을 차지한 소설이다.
출생 신고 때 고모가 실수로 ‘빼어날 수(秀)’ 대신 ‘손 수(手)’를 적는 바람에 ‘손이 안다’는 뜻의 이름을 갖게 된 수지. 10대 소녀 수지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엄마와 둘만 아는 수화로 대화를 하며 불편함 없이 살아간다. 심지어 그녀는 상상 속에서 그 어떠한 소리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공 와우 수술을 받게 되면서 고요한 세계가 불완전한 소음의 세계로 옮겨진다. 수지는 낯선 세상에 적응하며 힘든 시간을 살아가는데, 문득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산책을 듣는 시간’ 사업을 구상하게 된다.
소설은 주인공 수지와 엄마, 할머니, 특수학교에서 만난 한민이와 그의 맹인 안내견 마르첼로까지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청각장애를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특별히 안 들리는 능력’으로 여기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들리는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아가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글 차영은(경영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