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에 일상을 담는 오롯한 공간

오롯의 방

전통음악에서 우리는 자연을 본다. 아등바등 자신을 내세울 필요도, 애써 숨길 필요도 없이 드러내기만 해도 감동을 만들어내는 전통음악에서, 언제나 태연자약한 자연의 모습과도 같은 경이를 느낀다. 순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래야만 밝은 선율을 밝게, 슬픈 선율을 슬프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오롯의 공간은 참 자연스럽고 정갈할 것 같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저희는 ‘오롯(OLOT)’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창작 음악그룹입니다.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피리와 생황을 연주하는 김한길, 해금과 양금을 연주하는 유선경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룹명은 부사이자 순우리말인 ‘오롯’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모자람 없이 채워주자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또 청중들에게 저희의 음악과 이야기가 오롯이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지어봤습니다.

2019년에 결성됐으니 3년째가 됐네요. 사실 저희는 16년 동창이에요. 국악고등학교를 같이 졸업했고 잠시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한양대학교로 진로가 갈라졌지만, 같이 공연도 하고 따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운명처럼 연인이 돼서 공동 작업을 하게 됐죠. 아무래도 연인 관계이다 보니 같이 붙어 있는 시간도 많고 공유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그러면 우리 음악을 일기 쓰듯이 만들어 보자”해서 정식으로 이름을 달고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저희는 피리와 해금을 주 전공으로 연주해왔지만, 오롯으로 활동하면서 연주하는 악기가 또 있어요. 생황과 양금이 그것이지요. 이들 악기는 아직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관중들이 굉장히 신기하게 보곤 합니다.  국악기를 널리 알리는 차원에서 저희 공연에 자주 올릴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여러 악기를 가지고 저희의 이야기를 더욱 다채롭게 담아보려 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죠.

저희의 음악을 한 단어로 소개한다면 ‘위로’가 아닐까 싶어요. 유재영 시인께서 직접 공연을 보시고 해주셨던 말이 갑자기 떠오르는데요. 오롯의 음악으로 많은 위로를 받으셨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오롯의 음악은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작업을 하나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이야기를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들려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오롯의 작업이 시작됩니다.

정말 일기처럼 음악으로 녹여내고자 하는데, 즉 저희가 본 시선으로 해석한 사물과 풍경을 음표 위에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같이 본 풍경은 물론 따로 경험한 것들을 가지고 그때 느꼈던 감정과 상황을 생생하게 떠올리면서 악기를 붙잡고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이런 생각을 했을 때는 이런 선율이 나왔으면 좋겠다, 떨어져 있을 때 네 생각을 하며 이런 선율을 지었다… 이러한 조각조각의 선율을 연주하다가 다른 소리를 덧입히며 음악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떨어져 있을 때도 공동 작업을 하는 셈이죠. 처음에 느낀 감정이 다를 수 있지만 존중하며 따로 또 같이 서로의 소리를 융합해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같이 여행하며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부여의 성흥산성이 있어요. 여기에는 아주 큰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흔한 말로 ‘사랑나무’라 불리더라고요. 아래에서 나무를 바라보면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가 바람을 일으키는 것처럼 느껴져요. 이 모습을 떠올려 표현한 곡이 <나무>로, 생황과 양금으로 고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입니다.

오롯의 모든 색깔을 들어보려면 <목이 긴 메아리>, <노을 사냥>이란 곡을 추천해요. <목이 긴 메아리>는 유재영 시인의 시 <뚝방길>에서 나오는 한 구절인데, 청각의 시각화라는 공감각적인 심상을 담고 있는 시어예요. 이 곡이 저희가 연주하는 악기들의 모든 색깔을 관찰해볼 수 있고, 다른 음색이지만 감정을 일체화하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노을 사냥>은 오롯의 음악 중 가장 드라마틱한 곡이죠. 탄생 배경을 소개하자면, 같이 노을을 보고 있다가 한순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다가가지만 해는 더 빨리 떨어지고, 이 순간을 ‘노을을 사냥한다’란 표현으로 담아봤어요. 한번 들어보면 ‘국악기로 이런 느낌을 낼 수 있구나’라며 놀라실 겁니다.

당신의 작업실은 어떤 곳인가요?

저희는 각자 용인과 오산에 사는데, 중간 지점에 공간을 두고 연습해보자는 생각에 1년 전 화성에 오게 됐어요. 화성에서도 동탄 지역에 이렇게 쾌적하고 한적한 곳을 발견하게 됐을 때 너무 기뻤죠. 이곳 작업실에서 연습하다 보니 “그러면 화성 시민들에게 우리 음악을 들려드릴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해서 화성예술가활동지원 공모에 참여하게 됐는데, 감사하게도 선정이 돼서 그 인연을 시작하게 됐네요. 저희 작업실에는 작곡을 위한 미디 장비와 악기 연습을 위한 여러 악기가 있고, 각자 개인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이 구분돼 있어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고 외부 소음도 들어오지 못하게 방음·차음 시설도 갖춰 놓았죠.

화성에 와보니 교통이 편리하고 무엇보다 바로 옆이 무봉산, 치동천이 있어서 ‘여기라면 영감도 받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언뜻 보면 도시적이지만 다른 쪽을 보면 훌륭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어서 양면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맛집, 카페도 많고요(웃음). 저희 곡 중에도 양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이 있어요. 바로 <보라색 꿈>이라는 곡인데, 저녁 시간에 작업을 하다가 휴식 삼아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밤하늘과 도시 야경을 보게 돼요. 수많은 별 속에서 도시 건물들의 불빛도 별로 보이곤 하거든요. 화성은 도회지와 자연 두 가지 매력을 가진 도시 같다는 생각에 문득 두 개의 주제가 상반된 느낌을 주는 <보라색 꿈>을 떠올리게 하네요.

올 가을에는 화성에서 공연을 올릴 계획이에요. 그때가 되면 좀 더 가까이에서 우리 화성시민들을 만나 뵐 수 있겠죠. 앞으로 화성의 많은 예술가, 여러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화성 시민에게는 전통음악을 사랑하는 계기가 될 좋은 공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오롯’의 음악을 들어보세요.

목이 긴 메아리
나무
노을 사냥
노을 사냥
보라색 꿈
보라색 꿈

글 이종철

사진 홍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