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 시니어기자단
“노을이 저 혼자 다 타버리고 적막이 오면 울안으로 내리는 저녁연기 그리움입니다”
최근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의 시니어기자단 ‘늘푸른기자단’이 발행한 5호 신문 <청춘시대>에 수록된 신치호 기자의 ‘저녁연기’ 중 일부다.
고된 세상살이를 잠시나마 어루만지는 시 한 구절은 물론 동네와 마을의 알토란 같은 소식과 생생한 이야기를 실어나르는 이 특별한 신문의 존재는 메마른 일상에 붓는 마중물이나 다름없다.
2019년 창단, 올해로 10명 규모로 성장 중인 시니어기자단은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여름의 한복판에서도 잰걸음을 재촉한다.
글. 최정순 | 사진. 배호성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이하 복지관)의 김수나 복지사는 시니어기자단에서 ‘선생님’ 으로 불리며, 이들의 전반적인 활동을 함께하는 조력자다.
초복을 넘긴 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던 어느 여름날, 시니어기자단이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을 찾았다.
김수나 복지사의 깃발을 따라 총총 걸음을 옮기는 시니어기자단은 벽에 쓰인 글귀부터 전시된 각종 자료의 사진을 찍고 눈과 머리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언뜻 단체의 평범한 견학 현장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시니어기자단의 취재 활동이다.
해설사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전시장 깊숙이 들어갈수록 시니어기자단의 눈빛은 점차 진지하고 엄숙하다.
화성 지역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익 증진 프로그램을 고민하던 복지관은 시니어로 구성된 기자단을 고안했다.
복지관이 펼치는 활동과 방향성을 알리기에도 마침맞았다.
그리고 2019년 기자단 모집을 통해 6명이 모였다.
취지와 의미가 훌륭했지만, 하필 때가 따라주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기승을 부린 탓이었다.
당시에 힘들지 않은 곳이 어디 있었을까마는 복지관은 줌(ZOOM) 교육을 실시하는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다해 시니어기자단의 시작을 이끌었다.
필명 달맞이, 박금숙 기자는 지면으로 발행된 1호 <청춘시대>부터 활동했다.
“복지관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그러다 2022년 시니어기자단 모집 현수막을 보고 바로 지원했습니다.
오늘의 기자 생활이 시작된 건데요. 당시엔 호기심 반, 취미 반이었어요. 6개월 정도 교육받고, 시니어기자단 수료증이 발급받고, 첫 호 신문이 발행되면서 코로나 당시에 다 하지 못했던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됐죠.”
처음 6명에서 시작된 시니어기자단은 올해로 4명을 충원해 10명 규모가 됐다.
또 얼마 전 화성시 양감면 주민자치회와 교류하는 자리를 통해 관내 유관기관 관계자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수나 복지사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던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니어기자단 내부적으로도 기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를 갖는다는 점을 발전 가능성이자 장점으로 꼽는다.
‘늘푸른기자단’으로도 자신들을 소개하는 시니어기자단은 단체명은 물론 연 2회 발행하는 지면 신문 <청춘시대>의 제호 역시 직접 지었을 만큼 도타운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창단 멤버이자 5호 신문 <청춘시대>에서 최대 기사를 작성한 바 있는 김복임 기자가 능숙하게 명함을 꺼내든다.
“시니어기자단이 되기 전에는 ‘김 여사’로 불리곤 했는데, 이제는 ‘기자님’ 하고 불려요.
시니어기자단 기자는 명함이 나오거든요. 취재 나가서 그걸 내밀 때 저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져요.
기자답게 정중하고 깍듯하게 취재하고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싶죠. 어깨에 힘주고 똑바로 자세 펴고 다닌다니까요.
시니어기자단은 무보수로 봉사하는데, 기자라는 호칭에서 아주 으쓱해진다니까요. 제 자부심이고 자존감이기도 해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시니어기자단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전문 미디어 교육을 포함해 기자로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채로운 지원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 특강, 교육 경험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과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쌓은 삶의 경험치가 상당할 것임에도 사람들을 만날수록, 분야를 접할수록, 기사를 쓰면 쓸수록 더 알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시니어기자단에게 ‘열정’은 어쩌면 말할 것도 없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전체적인 기사 아이템을 정하고, 각 기자가 어떤 기사를 맡을 지 배정하고,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 쓰고, 편집과 인쇄, 배포에 이르기까지, 신문 1부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에 시니어기자단과 김수나 복지사가 함께한다. 취재는 각자 진행하고, 기사 작성의 경우 한두 달이 걸리기가 예사다.
원고를 수기로 작성해 타자를 옮기는데, 이 과정에도 시간이 소요되기는 마찬가지다.
박금숙 기자는
“한참 써놓고 시간 지나서 보면 별로인 거예요. 맘에 안 들고. 그럼 버리고 다시 시작해요.
그러다 한 줄 잘못 썼다 하면 버리고 또 써요. 생각으론 이렇게 써야지 해놓고, 글로 쓰면 영 아닐 때가 있어요. 그럼 버리고 또 쓰는 거죠. 자꾸 생각하고 반복해서 고치니까 더 나아져요” 라며, 기자 생활 중 무용담을 털어놓는다.
자식의 전화를 기다리며 서운해하던 지난날과 달리, 이제는 취재하고 기사 쓰는 데 몰두하며 자신에게 충실해지는 시간 덕분에 일상이 더 풍요로워졌음도…”
자부심과 충일감으로 기자가 된 만족감을 표시하는 시니어 기자단을 보며 김수나 복지사가 보람을 느끼는 건 언제인지 물었다.
“신문이 발행될 때,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신문을 배포했을 때 모든 지면을 꼼꼼히 읽고 관심 갖는 모습을 확인합니다.
그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이에요.”
김복임 기자 역시 시니어기자단의 원년 멤버다운 포부를 밝혔다.
“지역사회에서 시니어의 시각으로 기사를 작성하다 보니까 <청춘시대> 신문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게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죠.
김수나 복지사님, 금혜정 강사님, 우리 시니어기자단을 응원하는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 조지형 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그에 작게나마 보탬될 수 있도록 건강하게 발로 뛰면서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올해 추가돼 이제 기자가 10명이 됐으니 그에 걸맞게 번창하는 우리 <청춘시대> 시니어기자단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니어기자단과 복지관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박금숙 기자가 말을 이었다.
“복지관에서 참 많은 걸 얻었어요. 귀중한 복지 혜택을 몰라서 지나치거나 연세 들어 집 밖을 나오지 않는 경우를 볼 때 제가 뭘 할 수 있을까 궁리해요.
할 수 있다면 홍보 역할을 하고 싶어요. ‘나오세요, 정말 좋아요, 나와서 뭐라도 해보세요’ 이렇게 얘기하죠.
요즘은 ‘영어반초급’ 강좌에 다니는데 얼마 전에 두 명 소개해서 같이 다녀요. 배우는 사람들이 나오니까 하나는 얻는다고 그래요. 알파벳 모르고 영어 간판 못 읽던 사람들이 복지관 다니면서 하나씩 배워서 읽어요.
복지관에 어르신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복지관 나오면 누릴 수 있는 게 분명 있거든요. 프로그램이 참 좋고요. 못 배워서 소외감 느낀다고 하는데, 제가 경험자로 말할 수 있어요. ‘복지관에서 공부한 나를 봐. 나도 했잖아’ 그래요.”
언제고 푸르른 마음과 생각으로 지역을 발로 뛰며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늘푸른기자단의 6호 신문 <청춘시대>는 올해 연말 발간 예정이다.
지면 신문은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에서 배포하며, 온라인 기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카드뉴스 형태로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다.
관련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연륜 쌓인 시니어의 시각으로 접하는 화성의 깊고 진한 이야기, <청춘시대>가 전하는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