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댄스스포츠
시니어에게 ‘댄스스포츠’가 여느 운동 못지않게 근력을 발달시키고 근육과 관절 등을 고루 쓰게 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에 맞춰 동작을 잇는 ‘이 운동’에는 파트너와의 교감, 동료와의 친교가 동반된다.
글. 최정순 사진. 배호성
SNS 상에서 해시태그를 붙인 다양한 챌린지를 보곤 하는데, 가장 흔한 분야는 아이돌의 댄스 챌린지 같은 춤에 관한 콘텐츠다.
인상적인 동작 위주로 구성한 댄스 챌린지는 숏폼 플랫폼에 잘 어울리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사람들의 일상 가까이에 춤과 음악이 자리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스포츠 요소가 가미된 사교댄스인 댄스스포츠(스포츠댄스)는 주로 2인 1조로, 음악에 맞춰 우아하게 흐르는 몸짓, 활기차거나 관능적인 동작 등으로 나뉜다.
춤 기술을 바탕으로 곡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배움과 연습은 기본 중의 기본이며, 숙련된 댄서 간의 호흡에서 퍼포먼스의 완성도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댄스스포츠를 색다른 운동으로 여기게 된 요즘이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으레 색안경을 끼고 보기 급급했다.
“댄스스포츠나 사교댄스가 재조명 받으면서 100세 시대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이제는 피부로 느껴요. 어쩌면 우리가 큐피드의 화살을 잘 쏜 건지도 모르겠어요.
10년 전에 그 화살을 쐈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내년이면 창단 10주년을 맞는 시니어 댄스스포츠 팀 ‘K댄스’의 김경희 회장이 쏘아 올린 댄스 챌린지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니어 댄스스포츠를 근간으로 한 K댄스는 연령층에 맞춰 재구성, 재편성한 춤 동작과 음악으로 자체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창단한 지 열 돌을 맞은 동아리로, 김경희 회장을 비롯해 현재 스무 명 남짓한 멤버가 속해 있다.
김경희 회장은 오래도록 몸담았던 교직을 은퇴하면서 그동안 취미로 즐겼던 댄스스포츠를 남편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김 회장 부부는 교직에 있을 당시 방학을 이용해 댄스스포츠 연수를 다녀오곤 했는데, 은퇴 이후 주어진 시간은 춤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기회나 다름없었다.
우아하면서도 격조 있는 몸짓에 끌려 지역 자치센터에서 강습을 받았다.
3개월 단위로 수업이 이어졌지만, 분기마다 새로이 수강생이 들어오면 초기 과정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여간 아쉬웠다.
“댄스스포츠 수강생 가운데 초급, 중급, 고급처럼 수준 차이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댄스스포츠에 대한 욕심, 그런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뭉쳐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공청회를 열어 동아리를 시작하게 되었지요.
공청회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면서 댄스 팀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고, 그때 회장을 맡은 것이 오늘에 이르렀네요.”
김경희 회장을 통해 내규, 입회 방식 등의 윤곽이 세워졌는데,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입회비 10만 원 납부와 함께 평생회원 등록, 이후 월 회비 3만 원 납부 등 세부적인 운영 사항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현재 활동하는 K댄스의 멤버 대부분은 부부 사이로 스물다섯 명 남짓한다.
6070 세대를 주축으로, 80, 90대의 명예 회원도 있다. 함께 스텝을 맞추지 않더라도 이들은 연습실, 공연장을 가리지 않고 동행하며 10년 내공에 빛나는 팀워크를 몸소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3년 여간 춤 연습을 쉬기도 했지만, 지난 공백을 메우는 건 역시나 연습, 그저 연습이다.
K댄스 멤버들은 재결성이나 다름없는 마음가짐으로 일주일에 두어 번씩 모여 몇 시간이고 춤을 춘다.
부족하다 싶을 땐 나머지 공부하듯 남아서 추가 연습을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여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보면 그렇지 않죠? 시니어에게 갈 곳이 있다는 것,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로 생기를 주고 환기를 시켜줘요.
나가서 사람들 만나고 춤추려면 일단 씻어야 하고 가꿔야 하고 차려 입어야 하죠.
그건 자신을 위한 것인 동시에 상대를 위해 필요하니까요. 댄스스포츠는 상대방이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이러한 매너는 필수예요. 만약 커플 중 한 사람이 부재할 땐 체인징 파트너 방식으로 서로 배려하면 돼요.
파트너를 위해서도 연습을 소홀히 할 수 없고요.”
K댄스의 역사에는 멤버들의 무수한 연습, 대회 출전이나 축제 무대에 선 다양한 경험을 비롯해 소외계층을 찾아갔던 공연 봉사 등이 켜켜이 쌓여 있다.
물론 거기에는 10년간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댄스 강사와의 합도 포함된다.
10년을 만났으니 함께 먹은 밥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고, 서로의 집에 숟가락 밥공기가 얼마나 되는지 훤히 알 법하다.
일정하게 시간을 보내며 공동으로 성취한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은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다.
‘혈액형만 다른 형제’라는 멤버의 표현에 반색하는 김경희 회장은 K댄스의 최대 강점으로 단연 화합과 단합력을 꼽는다.
“멤버들은 다채로운 특기를 보유하고 있어요.
치매 치료사 1급 자격증을 소지한 분, 색소폰부터 하모니카, 드럼, 아코디언 연주에 능한 분, 전속가수로 통하는 노래 잘하는 분 등 다양한 장르가 포진해 있어요. 그러니까 K댄스 팀만으로 거뜬히 프로그램을 꾸려 봉사를 다닐 수 있는 거죠.
단체로 댄스스포츠 퍼포먼스를 하고, 각자 장기로 노래 부르고 악기 연주하고 레크리에이션까지 가능해요. 2019년 코로나 전까지, 2017~2018년 K댄스 팀이 진짜 꽃을 피웠어요.
각종 댄스스포츠 대회에 참가해 시니어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죠.
다시 모였으니 올해부터 다시 활성화될 거예요. 팀은 물론이고 남편과 개인전 부문에 출전해 왈츠로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