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를 위한 여가 추천 리스트

노래의 날개 위에 ‘러블리온 하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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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날개 위에‘러블리온 하모니카’

부쩍 싸늘해진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의 문턱, 화성시남부종합사회복지관의 강의실 너머로 청아하고 맑은 하모니카 소리가 퍼진다. 팀 이름에 걸맞은 ‘러블리’한 앙상블로 일상의 활기와 활력을 관리한다는 ‘러블리온 하모니카’의 연습실 문을 두드렸다.

글. 최정순 사진. 지선미

놀라운 월요일, 설레는 월요일

2011년 창단한 러블리온 하모니카(이하 러블리온)는 매주 월요일 오전, 연습을 이어간다. 두어 시간은 기본이다. 부득이 사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연습에 빠지는 이는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러블리온의 2대 회장이자 창단 멤버인 정면수 선생의 이야기에 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는 연습하러 나와야 건강해져요. 집에 있으면 오히려 아파.”

현재 러블리온을 이끄는 3대 회장이자 연습을 이끄는 최진수 회장이 말을 이었다.

“러블리온은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동아리 모임이에요. 뭔가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표 지향의 단체나 조직은 아니죠. 즐기는 자리인 만큼 각박하게 할 것 없이 여유롭게 지내자는 생각이에요. 회원 누구도 마음에 상처받지 않게 서로 이해하면서 다복하게 어울렸으면 해요. 연습하러 나왔으니 기왕이면 연주하는 즐거움을 누려야죠. 러블리온 연습이 마침 월요일이에요. 일주일을 시작하는 날. 주말에 푹 쉬었는데, 다음날인 월요일에 막상 갈 데가 없다고 생각하면 막막할 때가 있어요. 월요일에 갈 곳이 있다는 건 희망이나 마찬가지예요. 약속이 있다는 사실이 삶에 활기를 줍니다.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다는 게요.”

노래 없이는 못살아

최진수 회장, 정면수 선생과 나란히 러블리온에서 시간을 보낸 이희균 선생이 하모니카 동아리 활동의 동기와 유익함을 털어놓았다.

“우리의 공통점은 노래를 좋아한다는 거예요. 음악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토록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요? 나부터도 노래를 즐기지 않았다면 악기도 안 불었을 거고, 연습이니 공연이니 참여하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가 활동하는 이유도 목표도 노래와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에 있어요.”

최진수 회장이 생각하는 시니어 동아리 활동의 이점은 단순히 어떠한 기능을 습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때 사회 구성원으로 몸담은 곳에서 에너지와 열정을 오롯이 헌신했던 이들에게 세월이 흘러 여가와 여유 시간이 주어졌다고 하루아침에 가만 있으라고 하기는 무리일 터. 시니어에게 악기라는 취미 활동과 이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생활은 각자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정체성을 바탕에 둔 소속감을 부여한다. 하모니카와 함께하는 것의 의미를 알기에 최진수 회장은 회원들에게 연습을 강제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회원들이 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나눠 먹는 소소한 기쁨을 온전히 그들이 누리도록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본다.

“우리가 모인 곳에는 즐거움이 있어요. 동아리 활동이 이뤄지는 시간은 보기에 참 흐뭇한 장면이기도 해요.”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

러블리온은 60, 70, 80대의 연령층이 다양하게 모여 있는데, 이들에게 하모니카는 소싯적에 한 번은 불었을 법한 친숙한, 그러니까 접근성 좋은 취미의 한 가지였다. 이희균 선생 역시 어린 시절 오빠에게 배운 하모니카의 선율을 추억하며 집에서 이따금씩 연주하곤 했다. 전주를 불어 함께 연주하는 곡의 시작을 이끄는 최진수 회장은 하모니카에 관한 테크닉을 따로 배웠다기 보다는 긴 시간 연습을 쉬지 않으며 기술을 잊지 않은 경우다. 베테랑이 포진한 러블리온에서 이들과 함께 연주하기에 부족한 실력이 걸림돌이 되면 어쩌나 싶은 염려가 일었다. 이희균 선생이 바로 손사래를 쳤다.

“밖에서 배우고 오기는요? 여기 와서 다 배우면 되죠.”

악보를 읽지 못해도 괜찮은지 되묻자 정면수 선생이 답했다.

“우리 최 회장이 기초부터 가르쳐줍니다. 자상하게 아주 쉽게 잘 알려주는 훌륭한 선생이에요. 모를 때 물어보면 일러줄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하모니카는 도레미파솔라시도 7개 음계로 된 악기예요. 고음부, 저음부가 어디서 어떻게 소리 나는지, 그 과정과 원리를 자세하게 배우게 됩니다. 입을 얼만큼 대는지까지 정말 세세하게 잘 가르쳐줘요. 회원들에게 하루 이틀쯤 가르쳐주면 금방 따라와요. 물론 집에 가서 개인 연습해야죠. 그렇게 쉬운 곡부터 연습하면 실력은 금방 올라옵니다. 배우는 것에 대해 걱정 말고 악기 연주하고 싶은 정열 가지고 찾아오세요.”

별빛 같은 나의 하모니카

실력과 팀워크에 대한 이야기에서 유난히 눈빛을 밝히는 러블리온 팀에게 언제 무대에 올라도 자신 있게 연주할 레퍼토리 곡을 물으니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진수 회장에 따르면 팀의 대표곡은 때에 따라 바뀌는데, 주력하는 연습곡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임영웅의 노래 외에 철 지난 유행가지만 ‘숨어오는 바람소리’ 등을 잘하는 곡으로 꼽았다. 또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 연령층을 고려해 어르신이 공감하고 호응할 수 있는 트로트 곡을 즐겨 연습한다.

“우리가 공연하러 자주 다니는 곳 중 하나가 양로원이에요. 그곳에서 공연할 땐 트로트 말고도 민요 한두 곡쯤 더해서 연주 합니다. 음악을 듣는 관객을 염두에 두고 공연 리스트를 짜는데, 5곡 정도를 기본으로 해요. 공연 시간은 20분 정도 되죠. 연습 할 땐 좋은 곡 있으니 같이 연습해보자고 회원들이 제안하곤 합니다. 이미 연습량이 꽤 되기 때문에 레퍼토리도 그만큼 쌓였죠.”

얼마 전에는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말을 이용해 연주회를 가졌다는 이들. 연말을 앞둔 요즘은 화성시남부종합사회복지관이 주관하는 정기 연주회 무대에 나설 준비에 한창이다. 20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공연 시간, 5곡 완주라는 목표 달성에 있어 체력적인 부담은 없을까. 이희균 선생은 “아직까지는 회원 중 누구도 체력이 달려서 공연에서 빠진 경우가 없다”고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거창한 약속이 아녀도 팀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각자의 일상에서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

“정면수 회원님은 매일같이 아침 등산으로 몸을 단련하세요. 한두 시간씩 걷는 거죠. 또 이희균 회원님은 아들이 운영하는 목장일을 돕고 계세요. 하모니카를 더 잘하려고 이렇게 운동하고 몸 관리를 하는 거예요. 누구 하나 가만 있는 경우가 없어요. 회원들 대부분이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이고 운동해요.”

최진수 회장의 건강 관리 이야기에 정면수 선생이 보탰다.

“하모니카 연주를 하면 입 안에서 숨을 놀리게 되는데, 일단 얼굴 전체의 근육을 쓰기 때문에 혈액 순환에도 좋은 영향을 끼쳐요. 무엇보다 이렇게 항상 악보 보고 악기 연주하다 보면 노인들이 치매가 안 걸립니다. 하모니카가 좋은 악기예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