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 시민에 의한 + 시민을 위한 = 축제

2022 '축제기획학교' 시민기획자_이원재, 신지영, 김민숙

화성시문화재단은 시민들이 직접 축제를 기획·운영할 수 있도록 ‘축제기획학교’ 사업을 통해 마중물을 붓고 있다. 이론·실무교육으로 이뤄진 현장 중심형 기획학교를 운영하며 문화자치를 위한 기반을 닦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사업에 참여한 시민기획자들은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축제를 기획해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공기 중에 떠돌던 봄이 드디어 땅에 내려앉았다. 시민기획자 김민숙, 신지영, 이원재 씨는 싱그러운 미소로 봄을 반기듯 서로를 반겼다. 인연이 된 지는 1년이 채 안 됐지만, 10년 지기처럼 돈독한 우정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축제기획학교’를 수료하는 동안 친해질 수밖에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화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분만 모인 것 같네요.

이원재 저는 3대째 화성에 거주하는 토박이예요. 우마차를 끌고 산능성이를 넘어 나무를 했던 시기부터 살았으니까요. (웃음) 자연을 좋아해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팜(farm) 파티를 생각하던 도중 축제기획학교를 알게 돼 배움을 얻고자 신청하게 됐어요.

신지영 10년 전 결혼한 후 화성 우정읍으로 오게 됐어요. 바다를 끼고 있는 동네라서 어촌 마을에 관심이 있었는데 어업 현장이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메일 뉴스레터로 지역의 소식을 확인하는데 마침 축제기획학교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해서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 참가했어요.

김민숙 2007년에 동탄에 터를 잡았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더군요. 마을에 눈길이 갔어요. 동네 사람들이 한데 모여 복작이는 게 좋더라고요. 그러다 축제를 기획하게 됐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2018년에 화성시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축제기획양성가교육을 들으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죠. 이제껏 제가 했던 것은 축제가 아닌 행사를 기획했다는 걸요.

행사와 축제의 차이점은 무엇이었나요?

김민숙 우리가 ‘왜’ 이 축제를 여는지 목적성이 명확해야 하더군요. 무엇을 하려고 모였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거든요. 과거에는 주어진 공간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만 찾았을 뿐이었죠. 그것을 교육을 통해 알게 됐어요. 똑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목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결과물은 분명히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요. 2022년에 축제기획학교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밤 12시까지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가 신청서를 낸 기억이 나네요.

 

지난해 시민기획축제의 이름은 환경을 주제로 한 ‘우리 동네 쓰레기, 미래에 빠지다’였다. 일명 ‘쓰·래·빠 축제’였다. 김민숙 씨가 아이디어를 냈고 치열했던 경쟁 발표 끝에 최종안으로 낙점됐다. 아나바다 장터, 업사이클링 체험, 환경 보호 퀴즈, 친환경 그림 전시, 수공예 작가 판매 부스까지 축제에서 선보인 모든 퍼포먼스는 환경이라는 주제를 관통했다.

축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있다면?

김민숙 9월 첫 주에 화성을 대표하는 축제가 정말 많이 열렸어요. 저희가 계획한 축제일과 겹치면서 사람들이 많이 올지 걱정이 됐죠. 마을 주민들을 위한 축제였고 그들이 만들어가야 하는 축제여야 했는데 다른 곳에 가면 어쩌나 싶었죠. 다행인 점은 늦게라도 많은 분이 오셔서 저희가 준비한 것을 즐기고 가셨어요.

 

시민기획자들이 낸 아이디어는 재치 만점이었다. 참여자들은 축제의 이름처럼 쓰레빠(슬리퍼)를 신고 장바구니에 텀블러를 들고 오는 게 규칙이었다. 의도는 분명했다. 집 앞에서도 축제를 만들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식이 전해지고, 공원에서 울려 퍼지는 흥겨운 소리를 들은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9월 3일 치동천2호공원에서 열린 축제는 화성시문화재단 추산 2천여 명이 방문했다. 그야말로 축제다운 축제였다.

신지영

김민숙

이원재

참여 소감을 안 들어볼 수 없겠네요.

신지영 주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았어요.마을에서 여는 지역축제의 묘미인 것 같아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점이 좋았죠. 축제를 준비한 사람들도 즐기는 시간이었어요.

김민숙 주민이 주체가 되어 만들고 주민이 즐기는 축제였어요. 부스를 운영한 사람, 공연을 한 사람 모두 주민이었죠. 심지어 환경 퀴즈를 낸 사람도 동네에 사는 초등학생이었어요. 축제 이후로 인근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제게 환경 축제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실제로 진행이 됐고요. 의미 있는 축제가 확산되는 것은 기쁜 일이에요.

이원재 축제기획학교 교육을 통해 기획을 배울 수 있었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아쉬웠던 점은 코로나로 참석을 못했지만 이를 통해서 축제라는 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닌 여럿이 함께 힘을 모아서 협력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죠.

 

서로가 감동을 받고, 감동을 주는 시간이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의 뒤에서 묵묵히 서포트해준 화성시문화재단 축제2팀은 모든 공을 시민기획자들에게 돌렸다.

 

김민숙 화성시문화재단은 개입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지켜봐주고, 도와주셨죠. 개인이 주최했더라면 빌릴 수 없었던 공간이었는데. 그곳에 사람까지 모을 수 있다니 제겐 숙원사업과도 같았던 일들이었죠.

이원재 동의해요. 축제 장소 섭외부터 행정, 기관 협조 요청까지 저희가 할 수 없는 부분들을 직접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셨어요.

본격적인 축제 시즌이에요. 화성에서 열리는 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나요.

신지영 유명인을 섭외해서 사람들을 모으려 하지 않고, 지역의 특색을 살려서 지역 사람들이 모이면 좋겠어요. 축제의 목적이 명확하고, 주최자와 참여자 모두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었으면 해요.

이원재 제가 교육을 듣기 전에는 화성에서 열리는 축제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민숙 축제는 만들어갈 수 있는 거잖아요. 문화도 지금 살아가는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거죠. 그게 지속되면 미래에는 화성의 문화로 자리 잡겠죠. 그걸 지금부터 만들어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화성시문화재단은 ‘2023 화성시 축제기획학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 20여 명이 이론, 실무 교육 후 시민기획축제 또는 정조 효 문화제 기획단 활동을 하게 된다. 지역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시민기획자들이 올해에는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글 배미진

사진 김건우·화성시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