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극, 다시 한 번 힘차게 날아오르길!

뉴스레터 2022년 5월호 칼럼 / 글 김연정

‘모든 어른들은 한때 어린이었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어른은 거의 없다.’

프랑스의 유명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Jean-Baptiste Roger de Saint-Exupery)의 작품, 『어린왕자』 서문에 적힌 글귀다. 이 글귀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 어린이에서 어른이 된 성인들에게 잃어버린 순수성을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아동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한 만큼, 아동에게 더욱 특별한 해다. 모든 아이는 자라서 성인이 되는 만큼,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동을 위한 양질의 문화예술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성인들의 막중한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더욱 소외된 아동극

어린이들이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공연 장르인 아동극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지난 해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 코리아)가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아동청소년공연 및 예술교육 피해 사례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19년 상반기 손실금액이 약 23억으로 집계된데 이어, 지난 해 손실 금액은 약 25억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피해액이 해를 더해 더욱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사례도 지난해 상반기 공연 취소는 184건, 연기 취소는 95건, 예술교육 취소는 23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2019년에 비해 증가한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조사가 아시테지 코리아에 소속된 회원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을 고려한다면, 피해규모는 더욱 막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동극은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낮은 아동들이 주요 관객층인 만큼, 극장 공연을 계획하던 단체의 공연 취소 및 지연이 불가피했다. 또한 아동극 초청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유치원, 학교 등의 교육기관이 대면 수업을 최소화하고, 단체관람 일정을 취소하면서 아동극은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말았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산업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큼, 대부분의 콘텐츠는 구매력을 갖고 있는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작된다. 게다가 아동들이 보기에 부적절한 자극적이고도 선정적인 콘텐츠들이 무분별하게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자아의식을 형성해나가는 시기인 만큼, 어떤 콘텐츠를 접하느냐가 아이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이가 처음 접하는 공연, 베이비 드라마의 선전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영유아를 위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고, 선보여 왔다. 36개월 미만의 영유아들이 보는 공연을 뜻하는 ‘영유아극(baby drama)’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과연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아이들은 유모차에 앉은 상태에서, 혹은 보호자의 품에 안겨, 그리고 안전한 공간에서 공연을 본다. 영유아극 배우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연을 이끌어나간다. 움직임과 소품 활용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호 교감에 힘쓰기 때문에 공연을 보는 동안만큼은 아이들의 집중력도 극대화된다.

유럽의 부모들이 어린 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공연 관람이 아이들의 감각 발달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와 부모가 밀착된 상태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대감과 애착이 커지는 효과도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극단 민들레는 영유아를 위한 공연을 제작해 선보임으로써 아동극의 장점과 미덕을 각인시켰다. 시흥시는 2019년부터 지역 내 영유아의 문화예술 향유 권리 및 미래 관객 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영유아를 위한 공연 창작워크숍’을 개최해 영유아극에 특화된 배우를 양성하고, 작품 창작 및 발표를 지원했다. 워크숍을 수료한 배우들은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현재 다양한 곳에서 영유아 관객과 만나고 있다.

 

모든 아동청소년에게 열려있는 덴마크의 4월축제

아동청소년 관객만을 위해 열리는 축제도 있다. 바로 덴마크의 ‘4월 축제(Aprilfestival)’다. 덴마크 연극센터(Teatercentrum)와 아시테지 덴마크(ASSITEJ Danmark)가 공동 주최자로서 축제의 실질적인 운영을 이끈다. 첫 번째 축제는 1971년에 개최되었으며, 당시에는 15개의 극단이 25개의 작품을 선보였다고 한다. 현재 4월축제는 100개가 넘는 극단이 참여해 150~200여 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500~600회에 달하는 공연을 펼치는 세계 최대의 아동청소년극축제로 성장했다. 축제 주간에는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지역의 모든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연극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주말에는 25,000명이 넘는 어린이, 청소년 및 성인이 무료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4월축제는 모든 아동청소년이 동등하게 덴마크의 공연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년 덴마크의 다른 지역에서 개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보다 다양한 지역에서 공연을 통해 아동청소년과 만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지방 자치 단체의 문화 활동을 장려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지역구가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도록 함으로써 공연예술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약 1,000명에 달하는 공연예술단체, 극장 관계자, 해외 게스트 및 극장 홍보 전문가들이 매년 이 축제를 방문하도록 유치함으로써 자국 아동극 단체의 활동 무대를 넓히고, 외국 단체와 협업할 수 있는 물꼬를 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아동극의 활성화를 고대하며

국내에서도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해 아동이 사회 및 문화예술로부터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동을 위한 행사가 5월을 기점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아동 대상 공연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아시테지 코리아는 인천 소재 10개의 공공극장과 손잡고, 오는 5월 18일(수)부터 총 11일간에 걸쳐 ‘아시테지 BOM 나들이’를 개최한다. 인천 어린이를 위해 엄선한 우수 아동극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화성문화재단은 영유아의 감수성 발달과 정서함양을 위해 ‘HCF Kids 베이비 클래식’ 시리즈를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오늘 5월 27일(금)에는 그 두 번째 공연으로 ‘모차르트의 마법 바이올린’을 무대 위에 올린다.

아동이 어떤 상황에서도 문화예술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우수한 아동극을 보며 꿈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과 더불어 한때 어린이였던 우리, 성인의 관심이 절실할 때라고 본다. 공공기관 및 협회를 시작으로, 민간 문화예술단체가 활발하게 아동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풍성해지길 고대해본다.

 

 

 


글 김연정

현 올웨이즈 어웨이크 대표. 10년 넘게 공연기획과 홍보 및 해외 투어 / 해외예술단체와의 합작 및 국제교류 / 여러 축제에서 일한 개인적인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문화예술기획 및 국제교류에 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활발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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