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동의 멋쟁이

소다미술관의 10주년

안녕동의 멋쟁이

소다미술관의 10주년

어느새 10년, 건축물의 독특함으로 시작해 시대의 다양성을 담아내는 콘텐츠로 주목 받는 소다미술관. 모방보다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장착했고 공간에 썩 잘 어울리는 색채를 탑재했다. 그래서 소다미술관은 지금, 엇비슷한 미술관을 떠나 동시대와 호흡 하는 휴먼 ‘소다’체가 되어가는 중.

글·사진. 이시목 여행작가

특성 : 화성시 최초의 사립미술관

주요 전시 :
팔레트(장애인식 개선 프로젝트), 도시는 미술관(공공예술 프로젝트), 위아 콜렉터즈(관람객 참여형 전시) 등

문의 : 070-8915-9127

주소 : 경기 화성시 효행로707번길 30

홈페이지 : https://museumsoda.org

운영정보 :
* 화요일-일요일
* 하절기(3-10월) 10:00 ~ 19:00
* 동절기(11-2월) 10:00 ~ 18:00
* 동계시즌 한정 환경 정비 목적으로 전시실 등 일부 시설 휴관

시작은 폐건물 한 채였다. 짓다 만 찜찔방을 있는 그대로 재활용해 미술관을 만들었다. 분절된 형태로 남아있던 건물은 허물어지지 않고 ‘재생’돼 새로운 용도의 공간으로 진화했고,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뒤바꾼 희대의 시도가 되었다. 소다미술관은 그렇게 미술관이 되었고, 도시와 미술관의 경계를 지우며 사람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였겠다. 소다미술관은 처음 본 순간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쭉 기발했고, 찾을 때마다 무언가를 자주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 상상의 기저에서 꿈틀대는 건 늘 ‘경계’라는 단어였고, 미술관에서 경계는 선명한 듯 모호해서 좋았다. 이를 테면 찜질방으로 설계됐을 당시 남탕으로 활용될 예정이 었던 실내전시장은 누가 봐도 딱 탕이다. 그 선명한 공간성이 예술을 만나 중첩된 세계를 만든다. 그리하여 순간 모호해지는. 회색빛 골조만 남은 야외전시장도 선명한 경계와 모호한 공간성을 동시에 지닌다. 천장을 뚫어 벽인 듯 담인 듯 분절된 형태로 존재하는 전시장은 마치 미로 같아서, 회색빛 콘크리트 속에 깃든 하늘과 햇살과 바람과 나무와 작품을 겹겹의 프레임이 보여주는대로 본다. 덕분에 계절과 날씨와 시간에 따라 빛의 결과 모양이 달라진다. 그러니 부디 소다미술관에서는 누구든 오래 어딘가에 가만히 앉아 작품을 감상할 일이다.

2층 루프톱은 1층 전시장보다 선명한 경계를 가진, 미술관의 하이라이트 공간이다. 안녕동의 대단지아파트 사이에 섬처럼 들어앉아, 루프톱에 서면 미술관의 안과 밖이 한눈에 드러난다. 이 매력적인 공간에 소다미술관의 목소리를 담은 기획전들이 10년 간 차곡차곡 쌓여 왔다. 이것이 소다미술관의 다음 10년을 기대해도 좋을 이유다.

계속 변화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소다미술관 장동선 관장

올해가 소다미술관이 개관한지 10주년이 되는 해인 것으로 압니다.
10년 동안 지역 사회에서 예술의 경계를 넓히는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소회를 밝혀주신다면요.

10년이 똑같은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중간에 코로나 시국도 있었고. 매일 밤 어떻게 공간을 지속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생존 전략의 하나로 ‘경계를 허물기’ 시작했어요. 음악공연을 비롯한 프리마켓, 아트 장터 같은 이벤트를 열어 주민들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미술관의 담을 넘는 작업’도 지속적 으로 추진해 왔고,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기획전으로 계속 변하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런 노력들을 알아봐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사립미술관이 그것도 지역미술관이 10년 간 대중에게 사랑받는 일은 흔치 않은 것으로 압니다.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미술관 운영의 어떤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어떤 점이 특별히 극복하기 힘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미술관은 전시기획을 통해 다양한 동시대 지역의 이슈들을 예술관람과 공간경험의 형태로 보여 내는 곳입니다. 여기서 예술과 공간 기획이 강하게 작용하는데, 사실 조금 편하게 가려면 유명 작가님 들을 모시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주제로 어떤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또 관람객들이 그 전시를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그런 기본에 충실한 고민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고요.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힘든 건 ‘큰 폭의 적자를
내는 비이성적인 활동’을 계속하기는 어렵다는 점이죠.

잘 지어놓은 건물과 재밌는 내력은 사람을 불러 모으죠.
그래서인지 초반에는 건립 배경과 독특한 구조물에 관심이 더 쏠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은 우리 사회의 흐름을 짚는 담론들을 그때그때 미술로 잘 풀어낸 기획전이 미술관을 더 돋보이게 하는 요인인 것 같은데, 주로 어떤 주제로 전시회를 여는지, 또 주목받는 기획력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아직도 건물과 탄생스토리에 주목하는 분들이 감사하게도 많습니다. 하지만 공간의 특별한 매력에만 기대 미술관을 운영할 수는 없는 일이죠. 우리는 지금껏 이 공간을 캔버스로 한 전시기획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가 있는데요. 저는 예술과 디자인이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어떤 목소리를 내야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 10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그 결과 우리는 개인전 한 번 없이 10년 간 기획전만 46번을 개최한 미술관이 되었습니다. 기획력의 힘은 다양한 생각을 수용하는 열린 사고와 태도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틀리다’ 대신 ‘다르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통섭이 가능하죠. 저는 사회적으로 불편한 것과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들까지 예술로 얘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예술공간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미술관에서 연 46번의 기획전 중 유독 애정이 가는 전시회가 있을까요?

사실 다 기억나긴 하는데, 초반엔 실수가 많았어요. 5년을 기준으로 좀 달라진 것 같은데, 처음엔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것들을 먼저 해야겠단 생각에 다른 아트 공간들을 따라하는 게 있었어요. 5년이 지나고부터 우리 목소리를 담은 공간을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죠. 그때부터 ‘팔레트’와 ‘도시 미술관’, ‘위아 콜렉터즈’ 같은 프로젝트 형 전시기획을 시작했습니다. 팔레트는 3년 전부터 시작한 장애 인식 개선 프로젝트인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편견 없는 세상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장애를 주제로 한 전시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얘기라고 보시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리고 위아 콜렉터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포스터로 전시해, 관람객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전시인데, 입장료를 내면 포스터를 그냥 받아갈 수 있어 찾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마지막 으로 ‘도시 미술관’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미술관에 한정돼 있던 캔버스를 도시 전체로 확장 전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우음도, 남양성모성지 같은 화성의 주요 장소에 파빌리온을 세워 화성시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드는 것인데요. 우리가 가진 좋은 사이트에 다양한 예술가의 시선을 모아두는 장을 만들 수 있어 보람도 있고 의미도 컸습니다.

개관 10주년 기념전의 전시명이 ‘안녕! 소다’인 것으로 압니다.
미술관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전시라고 들었는데, 과거 10년과 미래 10년의 시간을 놓고 볼 때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이 될 것 같은가요?
미술관 운영 방침이나 철학에 변화가 생기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장 큰 차별점은 ‘시간의 흐름’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우리는 성장했고, 늘 새롭게 시도해 세상에 영향을 준 것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습니다. 다양성과 통섭이란 주제를 기술, 과학, 문학 등 다채로운 방법으로 이야기해 예술의 경계를 보다 넓게 확장해 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지역사회와 국내 미술계에서 소다미술관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앞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프로젝트나 전시가 있다면 무엇인지도 듣고 싶습니다.

거창한 목표는 없습니다. 지역사회, 국내 미술계에서 우리의 존재감을 찾는 것보다는 새로운 레퍼런스가 되고 싶습니다. 다양한 생각들이 나올 수 있고, 실험되고, 이야기 되고, 공유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올해 전시는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내년에 있을 소다미술관의 첫 전시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내년 첫 기획전은 <Q n A : 나를 만나는 질문>입니다. 산책을 통해 만나는 새로운 공공예술이 부제 인데요. 미술관 야외의 자연을 1km(1,330보) 정도 걸으며, 작품이 던지는 질문에 관람객이 적극적 으로 답을 하는 과정입니다. 이 짧은 산책을 통해 누군가는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