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문화재단 경영기획국 문화도시팀 박경빈
자기소개를 해 달라는 말에 조금 긴장 섞인 목소리로 첫마디를 꺼낸다. 좋아하는 일을, 좋은 사람들과 하고 있다며 천진한 미소를 짓는 그녀. 어느새 떨리던 목소리는 느긋해지고 해사한 웃음이 공기를 채워 간다. ‘미생’일 것만 같은 신입 직원의 일상을 조금은 다르게 상상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저는 화성시문화재단 경영기획국 문화도시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경빈입니다. 화성시 문화예술 분야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문화도시팀은 올해 처음 생긴 팀인데요, 화성시를 문화도시(문화체육관광부 선정)로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화성시 문화예술 분야의 비전을 설정하고, 도시재생을 위한 계획수립 업무를 주로 맡고 있죠. 쉽게 말하면, 화성시에서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거나 축제를 계획할 때 지속해서 통일성을 가질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기준점을 세우는 일을 하고 있어요.
맞아요. 입사하자마자 행사가 있어서 그런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적응하는 기간이라 느긋한 여유를 가지기엔 시간이 부족했어요. 최근에는 조금 익숙해져서 업무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문서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죠. 아직은 공문서가 익숙하지 않아서 재단의 문서가 모두 기록되어 있는 폴더(이하 ‘전체문서함’)를 보면서 잠깐씩 짬 나는 대로 열심히 공부 중이에요. 덕분에 전 직장에서 직접 하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배우고 있어요. 다른 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고요.
그렇게 거창하진 않아요(웃음). 제가 맡은 업무가 문화예술 관련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든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서요. 전체문서함을 많이 참고하라는 선배님들의 조언도 있었고요. 덕분에 힌트를 많이 얻고 있죠. 작은 일이라도 문서화해야 하는 업무 스타일이 조금은 딱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고 있어요. 타 부서와의 업무 연계성을 위해서도 유용한 일이죠.
직장뿐만 아니라 지역도 옮기게 되었네요. 맞아요. 사는 곳도, 일터도 바뀐 거죠. 처음엔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도 함께 일하는 재단 분들이 적응을 잘 도와주시고 있어요. 도와주시는 만큼 제가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서울은 인프라나 인적 자원이 풍부한 곳이에요. 이미 발전되어 있는 곳이죠. 그래서 한편으로는 스스로 재미를 찾기가 어려웠어요. 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을 선택하고 싶었죠. 경력이 쌓일수록 한 지역의 문화예술 분야를 제대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었죠. 기왕이면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새롭게 도전하고 싶었고요. 그런 곳이 바로 화성이었던 거죠. 화성은 신도시이기 때문에 아직 보편화하지 않은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갈증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을 방증하듯 문화디자인밸리 이야기가 나오자 사람들은 환영했고요. 그리고 이런 갈증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수 불가결인데 화성은 경제력까지 갖춘 지역이다 보니 앞으로가 훨씬 더 기대됐어요.
이곳 로얄앤컴퍼니에서 건축계의 거장인 배리 버그돌과 함께 미니 간담회를 진행했어요. 남양성모성지와 같이 문화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화성의 공간들을 함께 둘러보면서 이곳의 도시재생을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죠. 거기서 유형과 무형 예술의 조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듣게 됐어요. 사실 이전에는 문화예술이라는 큰 개념에 대해서 무형의 분야만 생각했어요. 전시, 음악, 무용, 연극 같은 분야들이요. 그런데 건축과 그 건축물을 둘러싼 마을 조성까지 모두 문화예술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된 거죠. 덕분에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리고 오래 기억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유무형의 자원이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우물 안 개구리 같았던 제 시야를 넓힐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문화를 말하는 Culture’는 밭을 갈다, 경작하다는 뜻의 라틴어 ‘콜로레Colore’에서 유래가 됐다고 해요. 제 이름 경빈 역시 ‘밭 갈 경耕, 빛날 빈彬’을 사용하는데요. 제 이름처럼 문화가 비옥한 땅을 경작하여 빛나는 열매를 맺기 위해 화성시를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배워서 화성시의 문화예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김지수
사진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