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문화 데이트
쓸쓸한 마음이 드는 가을날, 문화적 감성 충전으로 활기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 이번 가을 우리 지역, 화성에서만 즐길 수 있는 전시 문화데이트 코스를 소개한다.
한 사람이 일 년간 먹은 음식을 펼쳐놓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먹은 음식은 전부 복제되어 조각 작품이 되고 작품은 판매되어 다시 음식이 되는, 일종의 ‘음식 사슬 팝업 슈퍼마켓’이 있다.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타마르 길보아(Itamar Gilboa)의 장기 프로젝트인 <푸드 체인 프로젝트(Food Chain Project)>는 2013년 탄생 이래 세계 곳곳의 도시들을 여행하며 순회전시를 펼쳤고, 현재 한국 최초로 화성시 엄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전시장에는 하얀 석고로 만들어진 채소부터 빵, 음료, 술까지 생생한 음식들이 펼쳐져 있다. 사이사이 눈에 띄는 화려한 ‘금색’ 작품들에는 피자, 햄버거 등 건강이나 환경에 좋지 않은 것을 알지만 끊어내기 힘든 ‘정크푸드’의 욕망이 투영돼있다.
전염병, 기후변화, 식량난, 전쟁과 같이 인류를 재앙으로 몰ㅊ아넣는 여러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이 시기에 이번 전시는 미래 식량 전쟁에 대한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국가, 지역, 커뮤니티 간의 불평등으로 인해 만연해지고 있는 식량 부족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프로젝트는 일종의 ‘팝업 슈퍼마켓’ 형태로 전시장 내 음식 조각품이 판매되기도 하며, 그 판매 수익의 일부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는 여러 NGO에 기부되는 선순환의 구조를 이룬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동탄복합문화센터 동탄아트스페이스에서 8월 31일부터 9월 29일까지 <화성별곡 : 이윤기 회고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역작가 이윤기를 조명하고 그 안에서 화성의 지역성을 찾아보고자 마련됐다. 이윤기 작가는 1972년 화성에서 출생해 화성, 수원 등지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으며, 2020년 작고하기 전까지 평면, 조각, 공공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연대를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는 <초창기, 백리, 보통리>, <목리에서 그 이후>, <작가의 작업실> 등 화성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 공간을 기준으로 장소와 시기의 변화에 따른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작가의 작업실>에서는 작가의 숨결을 느껴보도록 이윤기 작가가 사용한 화구와 작품들을 전시했다. 또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 Stuido mbus 703의 <메타 목리 창작촌>에서는 지금은 사라진 이윤기 작가의 작업실을 메타버스로 경험할 수 있다. 이윤기 작가는 백리에서 보통리, 목리, 다시 보통리, 마지막으로 하가등리까지 화성이라는 땅을 돌아다녔다. 이런 작가의 작품에는 다양한 화성 풍경, 사람, 사회가 남아있다. 작가가 보여주는 화성의 여러 모습 속에서 자신이 아는 화성의 풍경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독일 출신의 전설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의 작품을 화성시 동탄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디터 람스는 애플의 전 수석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아이폰이나 아이팟의 디자인에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참고했다고 밝혀 크게 재조명되기도 했다.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이자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정수인 디터 람스의 철학은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이어지며 현대 산업디자인의 표준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전시는 디자인 컬렉터가 소장해온 빈티지 디자인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전시로, 1921년 설립된 브라운(Braun)의 초기 작품을 시작으로 바우하우스의 철학을 잇는 울름 조형대학의 1950년대 작품과 1960년대부터 1980년대 디터 람스 전성기 작품을 시대순으로 감상할 수 있다. 디터 람스의 방을 포함, 바우하우스 제품부터 초기 맥북까지 500여 점에 이르러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디자인 역사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백설 공주의 관’이란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 최초 투명 커버가 적용된 뮤직 시스템 Braun SK 4(1956), 최초의 모바일 뮤직 플레이어 Braun TP1(1959), 최초의 통합 월 마운트 사운드 시스템 L450/2, TS 45 and TG60(1960) 등 디자인 역사에 획을 그은 그의 대표작을 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 시대의 가구, 분위기와 함께 연출해 선보인다.
글 차영은(경영지원팀), 유도경(전시운영팀)
자료 제공 엄미술관, 4560디자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