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무대 뒤 숨은 조력자

하우스 부매니저 이곡지·헤드어셔 정은서

하나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할까? 무대를 누비는 배우들 외에도 기획과 연출, 음향과 조명, 의상과 소품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또 하나, 관객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을 위해 곳곳을 살피는 이들, 공연장 안내원도 빼놓을 수 없다.
화성시문화재단의 이곡지 하우스 부매니저와 정은서 헤드어셔를 만났다.

먼저 두 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곡지 부매니저(이하 이) 화성시문화재단 공연지원팀의 이곡지 하우스(공연장) 부매니저입니다. 반석아트홀과 누림아트홀, 화성아트홀을 오가며 일하고 있어요. 2018년에 입사했으니 올해로 4년이 되었네요.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설명을 드리자면, 공연장의 안내원(어셔,Usher)은 교육생에서 일반 안내원을 거쳐 헤드어셔가 되고, 그 다음단계로 부매니저를 거쳐 매니저가 되는 체계입니다.

정은서 헤드어셔(이하 정) 저는 하우스 헤드어셔 정은서입니다.
2020년부터 반석아트홀과 누림아트홀에서 일하고 있어요.

부매니저와 헤드어셔는 공연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배우나 기획자 입장에선 안정된 분위기에서 공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관객들 입장에선 공연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공연 전반에 걸쳐 원활한 진행을 돕는다고 할 수 있어요. 공연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죠. 그래서 보통 공연 한 달 전 쯤 스태프 미팅을 합니다. 무대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 음향 감독님 등에게 공연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람객의 예상 연령층과 인터미션 등을 고려한 현장 진행에 대해 논의해요. 공연 당일, 매니저나 부매니저는 기획자 측과 소통하는 무전기 한 대, 안내원과 소통하는 무전기 한 대를 들고 다니며 공연이 끝날 때까지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헤드어셔가 하는 일은 일반 안내원과 크게 다르진 않아요. 공연장게이트에선 티켓을 확인해드리고, 물품 보관소에선 관객분들의 꽃다발이나 음식물 등을 보관해드리죠. 공연장 내에선 관객들이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단, 헤드어셔는 신입 교육생들에게 매뉴얼 교육을 하고, 공연 후 백스테이지 정리 등의 일이 더해집니다.

현재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평소에 공연 보는 걸 좋아해서 하우스 안내원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그러다 실제로 안내원을 1년 정도 해보니 관객으로 봤을 때와는 또다른 공연장의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음악과 조명, 무대 설치 등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공연 당일 백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 재미와 감동으로 다가온 경험이 참 많았어요. 부매니저가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좀 더 넓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부매니저에 도전했고 지금까지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며 잘 하고 있습니다.

저도 공연 보러 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마침 화성시문화재단에서 공연장 안내원을 뽑는다는 공지를 보고 지원했어요. 공연장에서 티켓을 끊어주시는 분들을 보면 저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거든요.(하하) 헤드어셔가 되고 나선 공연의 백스테이지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공연자분들이 리허설하는 장면이나 카메라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이 서로 조율해가는 모습은 지금 봐도 정말 신기하고 멋있어요.

공연장에서 안전사고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나요?

다행히 제가 근무하는 동안 큰 사고를 겪진 않았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공연장이 기본적으로 환하게 밝지 않은데다, 공연이 시작되면 전면 소등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녹화를 위해 무대 아래 장비를 세팅하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케이블선이 길고 복잡해 관객들이 오가다 발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어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공연장 곳곳을 세밀히 관찰하고 위험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게 중요합니다. 화재 관련 안전교육과 정전시 안전 교육 등을 분기별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꼭 필요해요.

공연 중간에 관객들이 화장실을 오가기도 하는데, 넘어져서 손바닥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 사고에 대비해 안내원이 무대 앞에 2명, 무대 뒤에 2명 배치되어 있어요. 위 아래 사방에서 무대와 객석을 살피며 관객들의 움직임에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죠. 그러다 밖으로 이동하려는 관객이 있으면 손전등으로 발 밑을 조심히 비춰드려요.

일을 하시며 겪은 에피소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난 해 말에 한 어르신이 무대에 난입한 사건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전통 상여문화와 두레농악이 어우러진 공연이었는데, 갑자기 어르신 한 분이 무대에 오르셔서 덩실덩실 춤을 추시는 거예요. 다행히 잘 설득해서 큰일 없이 장내를 정리했지만, 당시 매니저를 대행하고 있던 저로서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일이라 가슴을 쓸어내렸죠. 나중에 들어보니 개인적으로 슬픈 일을 겪으셔서 감정이입이 깊이 되셨던 거였어요. 그날 이후 안내원 교육을 더욱 철저히 해 공연 중 관객들의 입출입 동선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매니저와 헤드어셔로 일 하시면서 화성시문화재단에 대한 이미지가 다소 바뀌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어떠한가요?

하우스 부매니저를 하면서 화성시문화재단에서 하는 공연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공연뿐 아니라 전시도 참 놓치기 아까운 게 많다는 걸 알게 됐죠. 화성에 20년 넘게 살았는데, 왜 그동안 몰랐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진즉에 알았으면 두 딸과 함께 좋은 공연과 전시를 보러 다녔을 텐데 말이죠. 저처럼 아쉬운 마음을 갖는 사람이 없도록 화성시문화재단에서 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동탄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살면서 동탄복합문화센터 도서관에 자주 다녔어요. 그때도 반석아트홀에서 여러 공연을 했을텐데, 도서관 출입구와 아트홀 출입구가 달라서인지 중·고등학교 때도 내내 아트홀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제가 화성시문화재단 아트홀에서 일을 하는 게 신기할 정도죠. 안내원이 된 후엔 화성시문화재단에서 정말 좋은 공연과 전시를 많이 한다는 걸 알게됐어요. 많은 분들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간혹 아이를 동반한 관객분 중에 베이비시트를 2개 요구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아이의 키가 작아서 2개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규정상 1개만 드리게 되어있거든요. 2개 드리는게 어려워서 아니라 베이비시트 2개를 겹쳐서 사용하면 앞으로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상 못 드린다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다른 분들을 위해 음료수를 들고 공연장에 입장하거나 공연 중 사진 촬영을 하시는 것도 잠시만 참아주셨으면 합니다.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공연이 끝난 후 관객분들이 “오늘 정말 재밌었어”라며 밝은 표정을 지을 때 정말 뿌듯해요. 이 일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연이 끝나면 게이트에서 관객분들께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를 하거든요. 그때 꽤 많은 분들이 저에게 다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해주세요. 공연 내내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뭉클하고 감사해요.

에디터 최현주

포토그래퍼 남윤중, 김성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