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책방지기의 추천리스트

화성인의 책을 만나보세요

제작부터 출판까지 작가가 스스로 만드는 책, 독립출판물. 시중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서 더욱 특별하다. 우리 화성시의 이웃들이 만든 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화성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세 권을 추천한다.

BOOK

딸과 나눈 반짝이는 순간들

《엄마, 밤이 봄이었나봐》, 별날 & 꿈양, 2020

엄마, 밤이 봄이었나봐
ⓒ별날 & 꿈양
“채아야, 꽃 좀 봐. 어젯밤까지만 해도 봉오리밖에 없었는데 아침 사이에 이렇게 활짝 폈네~”
“그러게~ 엄마, 밤이 봄이었나 봐. 아름답다.”
그러게, 봄은 잠깐의 밤사이에도 꽃을 피우는구나.
너도 밤사이 꽃이 되었나 봐. 이렇게나 사랑스러운걸. (본문 22p)

《엄마, 밤이 봄이었나봐》는 화성에 살고 있는 엉뚱하고 별난 아이 ‘꿈 양’과 그에 못지않은 엄마 ‘별날’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꿈 양이 서너 살이던 무렵부터 일곱 살 봄까지의 일상이 시기와 관계없이 담겨있다. 하룻밤 사이에 꽃을 피워내는 봄밤의 신비로운 기운에 감탄하는 꿈 양의 순수함을 책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책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가 잘못되면 모두 엄마 탓’이라며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한 사람의 엄마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질문과 고민, 그럼에도 단단히 성장해가는 자신의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아이와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단순히 아이를 위해 만들어준 책이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서, 지구사회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별날’만의 진중한 고민이 있었기에 쓰일 수 있었던 책이라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편안히 풀어내고 있다.

BOOK

내 색깔을 찾는 귀여운 여정

《색깔모자》, 오태미, 도서출판 창조와 지식, 2019

ⓒ도서출판 창조와 지식
나는 태어날 때부터 몸 색깔이 없는 카멜레온이었어.
왜 색깔이 없는지는 아무도 몰라.
다시 길을 걷다가 반짝반짝 밝은 해를 만났어.
내가 물어봤지. 색깔모자를 보았니?

이 책은 태어날 때부터 몸 색깔이 없던 카멜레온이 몸 색깔을 바꾸게 해준다는 ‘색깔모자’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담아낸 그림책이다. 책의 주인공인 카멜레온은 꽃과 해, 나무와 비구름을 만나 색깔모자에 대해 묻는데, 그런 질문에 길 위에서 만난 자연은 팔랑팔랑 떨어지는 잎새와 흐르는 빗물 등으로 말 없는 대답을 들려준다. 과연 카멜레온은 색깔모자를 찾을 수 있을까?

어른에게도 동화 같은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손에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지만, 사람이며 환경이며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가끔은 슬프고 가끔은 즐거운 날들의 연속이다. 가진 색이 없어 자신의 색깔을 찾아 떠난다는 카멜레온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아마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무언가에 쫓기듯 하루를 살고 돌아와 이 책을 펼친 우리에게 카멜레온이 묻는다. “색깔모자를 보았니?”

《색깔모자》는 화성에 살고 있는 오태미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작가는 책의 서문에서 “다가오는 삶의 길에서 온 힘을 다해 한 걸음, 온 마음을 다해 한 걸음, 씩씩하게 걸으며 색깔모자를 찾아 떠났던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히고 있다. 올 여름 따뜻한 글과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색깔모자》를 통해 잠시 잊고 지냈던 내면의 물음에 귀기울여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BOOK

마음이 이끄는 대로 떠난 기록

《아줌마! 왜 혼자 다녀요?》, 만욱, 2017

아줌마! 왜 혼자 다녀요
ⓒ만욱
나이 마흔을 앞두던 해.
서른을 앞두고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 해.
사회학 전공에 10년간 영상편집을 하다가 서른다섯이 넘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된 내가, 과연 예술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해이자 난 대체 누구인가라는 물음까지 생겼던 해이기도 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사십 대를 앞두고 오춘기에 접어든 나는 그 해에 반드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끄는 방향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본문 7p)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때 즈음이면 누구나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자아성찰도 벼락치기로 매일 밤 하게 된다. 만욱 작가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는지 마흔을 앞두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줌마! 왜 혼자 다녀요?》는 마음이 이끄는 방향대로 하와이로, 도쿄로 여행을 떠나 그 곳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기록한 책이다. 오롯이 혼자가 되겠다며 호기롭게 떠난 한 달 살기 여행에서 며칠 못 가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처음 사귄 타지의 친구들과 나이와 언어를 넘어 우정을 나누기도 하는 등 인간적인 매력이 폴폴 풍기는 소탈한 여행기가 담겨있다. 책 속에는 글과 사진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의 그림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저자는 화성에 작업실을 두고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인이기도 하다. 인생에는 늘 변화가 필요하기 마련. 만욱 작가처럼 삶에 무언가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필요한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모모책방(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오래 3길 7, 1층, 070-4225-5084, @momo___books)
모모책방은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독립서점으로 그래픽디자이너 강진영이 운영하는 1인 서점이다. ‘이웃이 쓴 책’ 코너와 ‘이웃이 만든 공예품’ 코너에서 동네소식을 접할 수 있다. 내가 찾는 책은 없지만 나를 찾는 책을 만날 수 있는 환대의 공간이다.

글 강진영(모모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