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환대, 선량한 친절이 빛나는 계촌클래식축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마을 프로젝트’

민간 기업과 지자체, 학교, 주민의 협업으로 운영되며
지역 고유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계촌클래식축제는
오직 ‘마을을 위한’ 마음으로 모두가 발맞춰 동행한다.
그러자 한적한 시골 마을은 문화 향기가 넘실대는
예술마을로 활짝 피어났다.

마을에 가치를 입히다
‘예술마을 프로젝트’

2015년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는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을과 예술을 연결해 지역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일상에서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다. 한예종은 예술마을을 선정하기 위해 공간의 특수성과 지리적 환경을 고려해 전국 단위의 마을 30여 곳을 목록화했고,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의 계촌마을을 최종 선정했다. 그 중심에는 학생 수 급감으로 폐교 위기에 놓인 계촌초등학교가 있었다.
계촌초등학교는 2009년부터 ‘계촌별빛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전교생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 강릉시교향악단 창단 멤버였던 권오이 교장의 열의와 학생들의 의지가 빛이 났다. 2012년에는 계촌초 졸업생이 연주 활동을 이어 갈 수 있도록 계촌중학교 별빛오케스트라를 창단했고, 아이들은 방과 후 학교 수업을 통해 꾸준히 기량을 연마하며 지역 문화예술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렇듯 학교 구성원들이 쌓아온 이야기는 계촌마을을 클래식 마을로 변화시키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예술마을 프로젝트’는 당초 음악 교육에 초점을 맞췄으나, 오케스트라 실력이 차츰 성장하고 주민들의 관심도 높아지며 마을 공동체가 참여하는 클래식 축제로 발전했다. 한예종 출신 강사들의 애정 어린 가르침은 학생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고 마을 브랜딩은 지역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 계촌초는 여타 시골 학교에서는 보기 드물게 학생 수가 늘고 있다. 인구소멸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뉴스다. 계촌클래식축제 예술감독이자 케이아츠크리에이티브 대표인 유사원 교수는 올해 신입생 3명이 오케스트라단에 합류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이처럼 마을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사람들이 먼저 계촌마을을 찾고 있다.

‘예술마을 프로젝트’와 계촌클래식축제의 중심은 계촌초·중 별빛오케스트라이다

‘예술마을 프로젝트’와 계촌클래식축제의 중심은 계촌초·중 별빛오케스트라이다.

민 · 관의 환상적 협업으로 빚어낸
클래식 축제

지난 5월의 끝자락. 계촌마을 일대가 클래식 선율로 물들었다. 계촌클래식축제가 열린 3일간 마을을 찾은 연주자와 방문객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해발고도 700m에 위치한 산골마을이라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도 이동의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전국에서 수천 명이 몰렸다. 올해 9회를 맞이한 축제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며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축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환상적인 팀워크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사업비를 후원하고 강원도와 평창군이 홍보를 돕는다. 한예종이 축제를 기획하면 마을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더한다. 먹을거리 마련도 주민의 몫이다. 이렇듯 기업과 공공, 교육과 민간의 협업으로 축제의 본질에 충실하고 질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서로의 업무를 존중하며 협업하는 과정이 단단하게 구축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축제가 수월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생업에 바쁜 농촌 사람들에게 클래식은 다가가기 힘든 장르였다. 한예종은 마을에 찾아가 주민들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왜 클래식이어야 하는지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또 지역민들의 살림에 도움이 되는 지점을 찾아 마을의 변화가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주민들은 매해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를 지켜보며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모두가 즐겁고 지속 가능한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올해 9회를 맞이한 계촌클래식축제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며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9회를 맞이한 계촌클래식축제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며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나 된 마음으로 차곡차곡 쌓아온 10년

무엇보다 ‘예술마을 프로젝트’의 구심점은 계촌별빛오케스트라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수상한 마을》이 발간되기도 했다. 계촌창업센터 소소아트 여문희 대표가 기획하고, 미술수업을 진행한 재미킴 작가가 이야기를 엮었으며 아이들이 손수 그림을 그렸다. 마을 내부에서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내년이면 계촌클래식축제가 10주년을 맞는다. 한예종의 목표는 예술마을의 일상화와 세계화이다. 이를 위해 아이들에게 한정된 예술 교육 범위를 어르신까지 확장하고, 지역 예술마을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게 목표다. 또 계촌마을과 결이 같은 해외 클래식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마을에 초청하는 등 10주년 행사를 풍성하게 꾸밀 계획이다.
한예종은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계촌마을 이외에도 전라북도 남원의 비전·전촌마을을 국악마을로 일구고 있다. 평범한 마을에 장르를 덧입혀 활기를 되찾아 주는 이들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INTERVIEW하나의 콘텐츠가 된 계촌마을

유사원 계촌클래식축제 예술감독
배남우 케이아츠크리에이티브 콘텐츠사업팀 팀장

Q. 올해 계촌클래식축제는 8월이 아닌 5월에 열렸는데 이유가 있나요?

배남우 팀장 야외 클래식 축제인 만큼 가장 우선으로 고민하는 게 기상 조건이죠. 그동안 매년 8월 말에 축제를 열었는데 그때쯤엔 태풍과 강수가 골칫거리였습니다. 강수 확률이 적은 5월 말에 개최했지만 아쉽게도 비가 내렸어요. (웃음) 하지만 비가 오는 와중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무대를 지켜봐 주는 관객들을 보면서 되려 아티스트들이 감동했습니다. 이들에게 존경심이 들면서 저희도 겸허한 마음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Q. 계촌클래식축제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배남우 팀장 계 촌마을에 가려면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야해요.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는데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이 눈에 들어와요. 마을 풍경이 선사하는 아늑함과 예쁨, 고즈넉한 분위기가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축제뿐 아니라 마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거죠.

Q. 내년이면 축제 10주년을 맞습니다. 그간의 소회를 들어보고 싶어요.

유사원 예술감독 우리는 축제를 위해 예술마을을 만든 게 아니라 마을을 위한 일을 생각하다 보니 축제가 시작된 겁니다. 축제를 만들어 나가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처음부터 클래식 축제는 차별화된 시각으로 접근했어요. 예술이 축제와 만나 우리의 삶이 즐거워질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게 첫 시작이었습니다. 또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주는 특수성이 있어요. 낯설었지만, 그 낯섦에 예의가 있었습니다. 축제위원회에서도 마을을 키워보자, 같이 성장해 보자며 주민들을 독려해주셨어요. 마을을 사랑하는 태도와 친절함이 더해져 지금의 축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글 배미진

자료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 (주)케이아츠 크리에이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