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H의 상점> 참여작가

민율·오킹·리나리

화성시문화재단은 10월 31일~12월 10일 동탄아트스페이스에서 중견작가 기획전 <작가 H 상점>을 열었다. 작가 개인의 정체성과 입지를 다지는 시간이자, 시민은 작품을 구매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한 전시다. 이번 전시는 화성에 작업실을 두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민율, 오킹, 리나리 작가가 참여했으며 유화와 일러스트, 디지털 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이들을 만나 기획전 참여 소감과 함께 작품 세계를 들어봤다.


자기 소개와 함께
전시 주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민율

파인 아트Fine Art와 유화, 설치 작품, 영상 작업을 하고 있는 민율입니다. ‘나무의자’, ‘상상씨앗 이야기’, ‘기억하다’ 등 주로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나무의자’ 작품을 걸었어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편안한 쉼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찾는 데서 ‘나무의자’ 작업이 시작되었죠. 천천히 흔들리는 나무 끝 작은 의자를 보며 여유와 쉼을 가졌으면 합니다. 연말이라 따뜻한 위로를 드리고 싶었어요. 올 한 해도 수고했다고 말이죠.

오킹

일러스트레이터와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화 그림작가이기도 한데 이야기를 기반으로 연재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전시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할배와 나’를 중심으로 사람과 강아지의 이야기가 사계절의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가족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반려견까지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잖아요. 숲에 사는 할아버지가 강아지에게 아이 대하듯 삶의 방식들을 가르쳐 주고, 돌봄으로서 느끼는 행복 이상의 가치들을 이야기로 담고 싶었습니다.

리나리

컬러리스트이자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디지털 아티스트입니다. NFT 스토리를 구성하고, 아트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에 대한 염려를 북극곰 ‘폴라’의 타임 리프Time leap 여행을 통해 풀어갑니다. 폴라는 환경을 보살피면 북극의 미래가 바뀔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요. 작품을 통해 희망과 힐링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세계관 아래서 각각의 그림을 모으면 이야기가 완성되는 작품입니다.

민율, 나무의자 162x112cm, oil on canvas, 2018

민율, 나무의자 162x112cm, oil on canvas, 2018

작품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민율

경험과 일상생활을 하면서 소재를 채집하죠. ‘나무의자’ 시리즈도 우연히 바라본 나무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이를테면 몇 년이 지나도 신경 쓰지 않고 버리지도 않는 책장의 인형, 깨진 그릇, 이 나간 접시처럼 주변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요. 내년에도 또 다른 시리즈를 발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오킹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요. 저마다 치열하게 사는 삶을 보면서 인생 공부도 하고요. (웃음) 또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데 그곳에서 본 풍경들이 더해져서 이야기가 만들어져요. 내년에는 여행을 다니면서 대도시의 풍경을 기반으로 일러스트 작업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번 전시도 숲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들인데, 도시도 거대한 빌딩이 모인 하나의 숲이고 그 속의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자 시점에서 담고 싶어요.

리나리

평소에 작은 감동과 반짝임에서 떠오르는 짧은 문장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쓰고, 그 이야기를 기반으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메인 프로젝트인 폴라베어 이야기는 제 아이를 보며 떠올렸고,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도 아이입니다. 출산을 하고 1년도 되지 않아 코로나 시대를 맞았었기에 더더욱 환경과 지구 그리고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 대해 걱정과 관심이 컸거든요. 그 마음을 담아 만들게 된 캐릭터가 엄마 북극곰 폴라였어요.

화성시문화재단의 기획전시로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민율

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연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작가 생활을 하면서 ‘중견’이라는 단어를 붙이게 되면 아무래도 ‘신진’이나 ‘원로’보다 적은 관심을 받는 부분이 있는데 작가로서 관리받는다는 기분이 들어 좋았어요. 또 중견이 되니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오킹

제가 사는 곳에서 전시를 하게 되고 시민들에게 작품을 알리는 기회가 만들어져 기뻐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디지털아트, 일러스트와 회화를 함께 소개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는 것 또한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게감 있는 회화와 함께 어린 연령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캐릭터 그림으로 관람객의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리나리

새롭게 시도한 것들이 생겼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번에는 이런 도전을 해봐야겠다! 하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사실 출산 후 경력이 끊어지며 지금의 일들은 새로운 도전을 담은 시도인데요, 이렇게 기획전시를 통해 제가 가고 있는 방향이 꽤 괜찮은 방향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리나리, A Night with An Aurora 40x40cm, Digital art printing on Acryl, 2023

리나리, A Night with An Aurora 40x40cm, Digital art printing on Acryl, 2023

작가님들의 작품은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보게 돼요.
자신만의 동심 세계가 있나요?

민율

제 작업물 중 ‘상상씨앗’ 시리즈는 상상에 대한 이야기예요. 어른들은 어린 시절에 했던 상상이 유치하고 비생산적이라는 생각을 하죠. 이 자체가 상상력을 잃게 만들어요. 이 시리즈의 메시지는 어린아이의 상상으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요즘 세상이 조금 이기적이고 각박하잖아요. 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내 안의 부정적인 마음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요?

오킹

작품 속 할아버지와 강아지는 제 모습을 대입해 그린 부분도 있어요. 어른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강아지도 제 모습이고,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고 싶은 할아버지 또한 사실 저예요. 숲속에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죠. 저는 어른이라고 하지만 실은 어른의 껍데기를 안고 살아요. 일기에도 나라는 사람 자체가 내면의 아이를 잘 다루고, 오늘을 잘 사는 게 목표라고 적는걸요.

리나리

제 안의 동심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없어지거나 작아지지는 않더라고요. 결혼 전에는 취미 생활로 즐거움을 찾았다면, 지금은 이 동심이 아이와 연결되고 공유되기에 계속해서 반짝반짝 빛이 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애착 인형이 커다란 흰 곰 인형이었어요. 지금은 제 아이의 애착 인형이기도 하고 북극곰 폴라의 캐릭터 모티브이기도 하죠. 어릴 때부터 저는 그 인형을 끌어안고 자면서 제 악몽을 막아줄 거라고 믿었고, 지금은 그 친구가 우리 꼬마의 밤을 지켜줄 거라고 믿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민율

내년에 제주도의 한 리조트에서 작업실을 제공해 주셔서 한 달간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제주에서 받은 영감을 기반으로 작품을 만들어 발표하게 될 것 같은데 정말 기대돼요.

오킹

제가 ‘화성에서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오킹’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리고 싶어요. 이번 전시를 발판으로 삼아서 단단하게 입지를 다질 생각입니다.

리나리

현재 메인 프로젝트인 ‘마스터 폴라 베어와 북극 친구들’ 캐릭터 이야기를 확장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고요. 캐릭터를 더 다양한 연령층에게 선보일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해요. NFT나 AI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관과 스토리텔링 강의도 하고 있기에 전문 분야에 대한 활동을 쭉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더불어 친환경 재료들을 활용하거나,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상품과 접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기업들과의 협업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오킹, 우리의 크리스마스 30x42cm, digital drawing, 2023

오킹, 우리의 크리스마스 30x42cm, digital drawing, 2023

끝으로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감을
민율 작가님이 대표로 말씀해주세요.

민율

8년째 병점에서 작업 중인데 지역 작가님들을 만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여기서 작가님을 만나니 좋더라고요.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했죠. 이 전시는 참여 작가들에게 주어진 커다란 선물입니다. 화성시문화재단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글 편집실

사진 김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