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문화재단 사람들

지금의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흔히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한다.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가두고, 세상이 만들어놓은 틀 속에 나를 욱여넣고 잘 버텨내는 것이 우리의 기성세대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진짜 내 모습과 생각을 발견하고 표현하려는 시도를 ‘나로서기’라고 한다. 과거의 내가 정해놓은 굴레를 벗어나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는 것. 튀지 않고 묻어가느라 스스로를 가두었던 사람들도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교육운영팀 이명희

당신은 누구인가요?

안녕하세요. 머지않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화성시문화재단 교육운영팀 이명희입니다. 60년을 살면서 누군가한테 제 소개를 한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워요. ‘매사에 긍정적으로 살고자 하는 이명희입니다’라고 하면 더 괜찮을까요?

두 번째 소개가 저는 더 마음에 드네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으실까요?

제가 어느 순간부터 ‘안 된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이거 안 되죠?’, ‘이러면 안 될 텐데……’라며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제 모습을 고치고 싶었어요. 요즘은 말하는 습관을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노력중이에요. 그러다보니 ‘매사에 긍정적인’이라는 수식어를 저한테 붙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웃음).

이번 호의 주제는 ‘화성NOW’예요. 화성시에 살고 계신 시민으로서 화성시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둘째가 중학교 2학년 때 동탄으로 왔으니까, 이곳에 산지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처음 화성에 왔을 때는 내 나이 또래가 없었어요. 동탄신도시가 막 생길 때라 젊은 사람들이 많았었죠. 교통이나 주변 인프라도 부족해서 불편했어요. 아이들이 원래 살던 곳으로 다시 가자고 했죠(웃음). 지금은 멀리 안 가도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도 많이 생기고, 집 주변에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길도 있죠. 화성시에는 걸을 곳이 참 많아요. 예전에는 걷기대회도 많이 열렸어요. 남편과 함께 걷기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죠.

교육운영팀-이명희

이제 곧 문화재단을 떠나신다고 들었어요. 4년 반 가까이 일하시던 재단을 떠나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많이 아쉬워요. 저랑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정말 재밌어요. 다들 어쩜 그렇게 말을 재미있게 하는지, 옆에서 듣고만 있어도 너무 웃겨요. 제가 어려워하는 일도 척척 해내고, 역시 일은 젊은 사람들이 해야 되는 것 같아요(웃음).

퇴직 후 앞으로의 계획은 있으신가요?

최근 건강상 문제로 봉사활동을 자주 못했는데, 다시 시작해보고 싶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게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자체로 저에게 심리적으로 큰 위안이 되었거든요. 그 외에는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육십 평생 일을 쉬어본 적이 없어서 갑자기 일을 안 하면 오히려 더 불안할 것 같아요. 재단을 그만두고 나서도 당장은 못 쉬지 싶어요. 집안 ‘일’이라도 해보겠다고 집안 곳곳을 들쑤실까봐 걱정이에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참 답답하게 살았어요. ‘봄에 싹이 나는구나, 가을에 단풍이 떨어지는구나’하며 주위를 돌아볼 수도 있었을 텐데, 나조차도 돌아볼 겨를 없이 그렇게 살아왔어요. ‘정년퇴직’을 할 나이까지 오고 나서야 주변을 보게 되는 게 참 후회돼요. 잠겨있지 않은 울타리 속에 스스로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노래를 배우고 싶어요. 제가 노래를 잘 못해요. 언젠가 외출하려고 화장을 하는데 너무 좋은 노래가 들렸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신승훈 씨가 부른 노래였어요. 제목은 뭐였는지 아직도 몰라요(웃음). 그때 이후로 어디 가서 노래 한곡이라도 저렇게 멋있게 부르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책

사소한 것이라도 해보지 않았던 것을 의지를 가지고 해보는 것도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좀 꾸며보고 싶어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입는 화려한 무늬 들어간 옷도 도전해보고, 나 혼자서 멀리 여행도 가고요. 저는 친구들을 만나도 거의 듣는 편에 속하고 말을 잘 안하는 사람이었어요. 이제는 저도 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남들이 깔깔거릴 수 있는 유머도 배워서 자신 있게 해보고 싶어요. 그동안 소홀했던 ‘나’를 정성껏 돌봐주려고 해요.

앞으로의 나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요.

저와 같은 세대들은 나보다는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이 당연했어요. 내가 하고 싶어도 참고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많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선택한 삶이 고달프고 힘들지라도 차라리 그게 더 나은 것 같아요. 오히려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 더 열심히 살지 않을까요.

글·사진 차유나(기획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