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예술인들의 꿈

예술인학교 연구TA 1기 그룹 ‘다락’

예술인이 지역 속에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예술인에게 지역이 무엇을 바라고, 사람들은 무엇을 기대할까. 이러한 고민에서 예술인학교 연구TA 1기 그룹으로 ‘다락’이 참여했다. 소리를 매개로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하나하나의 서사를 엮어 무대 위 공감을 만들어내는 일. 그 모습에서 지역사회의 가치, 예술 활동의 의미를 깨닫는다.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예술인들의 꿈
예술인학교 연구TA 1기 그룹 ‘다락’

TA

Teaching Artist의 약자로 단순히 예술을 가르치거나 이론,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창의적인 문화예술 교육을 가르치는 예술교육가.

예술인학교 연구TA, 뭔가 어려운 듯한 느낌이 듭니다. 쉽게 소개해주세요.

권소정 리더(이하 권) 예술인학교 연구TA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의 역량을 개발하고 교육해서 예술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이어서 시민에게까지 돌아가는 예술생태계를 만드는 예술교육가(TA)지원 사업입니다. 1기 그룹으로 저희 ‘다락’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5월부터 연구간담회를 진행하고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극장판 : 사운드 오브 스토리’라는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예술인학교 연구TA 1기로 참여한 ‘다락’은 어떤 그룹인가요? 구성원들은 각자 어떤 활동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다락’은 2010년에 만들어져서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어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서 지역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고, 대상별 맞춤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시작된 예술인학교 연구TA처럼 특정한 사업에 적합한 예술인들을 프로젝트별로 엮어서 프로그램을 기획, 개발하는 일이 한 예죠. 저는 연극 전공인데, 다락의 리더이자 대표로 활동하고 있지만 연극 수업도 수행합니다. 교과 연계 연극수업 같이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교과의 내용들을 정서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몰입하면서 다양한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학교 선생님들과 협업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들을 위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태임 팀원(이하 김) 저는 다락의 팀원이고, 또 연극 예술교육가라고 소개하고 싶은데요. 연극을 매개로 다양한 대상자들을 만나 이야기의 세계 안에 들어가서 여러 주제를 탐색하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대상자들 혹은 참여자들이 지금 여기에 허구의 드라마 안에서 역할을 맡아 극을 펼치지만 그 이야기들은 결국 본인들의 세계관이거든요. 그래서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잘 끄집어내고 극을 진행하다가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를 정의해볼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혜윤 팀원(이하 서) 저는 다락의 팀원이자 작곡을 전공했고 여기서는 막내입니다(웃음). 누구나 작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목표로 아이들,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작곡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보통 음악을 배우려고 피아노학원이나 음악학원 등을 가면 기능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가르쳐주잖아요. 그러다 보면 음악에 흥미를 잃고 음악이 가진 매력을 깨닫지 못하게 되면서 성장기를 지나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단계에 가기 전에 음악의 매력을 일깨워주고, 음악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권소정 리더
김태임
서혜윤

예술인학교 연구TA는 어떤 동기로 참여하게 됐는지, 진행 중에 느낀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2010년부터 이곳저곳의 지역들을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진행했는데, 해당 지역과 밀착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지역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긴 했지만 사는 곳이 다르기도 하고 많은 지역을 오가다 보니 애착이 가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가족이 함께 사는 화성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그런 찰나에 지인이 “화성시문화재단에서 흥미로운 지역형 사업이 나왔는데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알려주셔서 예술인학교 연구TA를 찾아보고 바로 팀을 만들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삶의 터전에서 지역과 밀착한 일을 해보게 돼 다들 너무 좋아해요.

예술인학교 연구TA는 한번 프로그램 만들고 실행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연구 과정을 수정·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에요. 참여한 이후로 굉장히 잘 활용하고 있고, 화성시문화재단에서 열심히 도와주셔서 저희 셋은 “내년, 후년도 계속하고 싶다”고 만족스럽게 활동하고 있거든요. 계속 수정·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며 시너지를 내게 되는 것 같아요. 어제도 회의하면서 “프로그램 하나가 아니라 100개도 짜겠다”며 웃었다니까요.

다른 지원사업의 경우, 참가신청 후에 선정되면 프로그램 운영하고 결과 보고하면 그대로 끝이었거든요. 그런데 예술인학교 연구TA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그렇다고 과정이나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편안하다는 것, 종종 난관이 있더라도 담당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마음 편해요. ‘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우리가 지원한다’는 식이 아니라 컨설팅과 멘토링 등 협력과 논의로 힘을 보태주니 힘이 생기지 않을 수 없죠. 저희 스스로 재미있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그게 확실히 다른 점이에요.

‘극장판 : 사운드 오브 스토리’라는 프로그램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무슨 내용인가요?

아마 소리라는 것은 각자 생각하는 이미지가 다를 텐데요. 어떤 노래를 듣거나 부를 때 생각나는 사람, 아니면 생각나는 장소 같은 게 있지 않나요? 저희가 주목하는 건 저마다 기억하고 있는 소리입니다. 생각해보면 소리는 기억과 함께 자기의 서사를 저장하는 거거든요. 꼭 노래가 아니어도 자연의 소리,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를 활용해서 참여자들에게 개인의 서사를 자극시키고, 그 이야기를 무대에서 소리가 가진 힘을 확장시키는 것을 하고 있어요.

소리로 만드는 멋이라면 흔히 음악적인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소리에 연관된 다양한 기억과 서사들을 함께 끄집어내는 작업을 하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지, 우리가 의도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에요.

참여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면 소리를 떠올리면서 예전의 감정, 냄새까지도 기억해내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동안 잊고 있던 기억을 스스로 생각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마치 치유받는 느낌이었다는 소감을 많이 들었어요. 자신이 지금 이러한 상태이고, 이러한 것들을 좋아했었고,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이런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이 답변은 온전하게 자신에게 집중해야만 말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치유받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기수가 거듭될수록 여러 그룹들이 예술인학교 연구TA의 문을 두드릴텐데, 이 분들에게 조언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기본적으로는 예술인학교 연구TA라는 사업의 정체성에 공감하고, 더불어 자신의 직업적인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온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이 연구과정 자체가 스스로 실험하고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해온 분들에게 적합할 것 같아요.

사실 예술인학교 연구TA는 많은 자율성을 주는데, 이 의미는 그만큼 많은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이 소중한 과정을 정말 내실 있게 치열하게 연구할 사람들이 지원했으면 하고, 자신이 이 일을 왜 하는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뚜렷한 가치관을 가진 분이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업과 달리 연구과정이 중요한 까닭에 열의와 확신, 추진력이 있어야 해요. 단순히 수업을 만들어서 수행해본다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가는 혼란스러울 수가 있거든요. 연구자로서의 순수한 열정이 있어야 하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사업 수행이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소수 인원이더라도 열정과 확신이 있는 그룹들이 들어와서 이 사업이 오랫동안 지속되길 바랍니다.

글 이종철

사진 남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