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바꾸는 청년, 지역을 바꾸는 공간

괜찮아마을, 무브노드, 완도살롱, 삶기술학교, 개항로 프로젝트

ⓒ 괜찮아마을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공연장과 미술관을 만든다. 하지만 진정한 문화도시는 콘텐츠를 만들 사람들이 모여 지역의 이야기와 공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시도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다양한 도전을 위해 지역에 모이는 청년, 그리고 그들이 바꾸는 공간과 도시의 이야기들을 모았다.

ⓒ 괜찮아마을

목포

괜찮아마을

사무실로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꺼내든 종이에는 “인생을 다시 설계하고 싶은 다 큰 청년들을 위한 괜찮아마을”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일단 마음껏 쉬고 상상한 대로 저지르자고 유혹하는 이 청년들은 목포의 낡은 여관 ‘우진장’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목포와 주변의 섬들을 여행하고, 목포 어딘가 버려진 공간들을 활용할 계획을 세우기도 하며, 창업 체험을 하기도 한다. 마을에 입주한 청년들은 여행, 교육, 매거진 발행 등 다양한 일을 체험해 보고 시도한다. 지역 상품을 리패키징하고, 지역의 식자재로 가공식품을 만든다. 식당을 차리는 이도 있고, 목포의 축제를 기획하기도 한다. 빈집이 늘어난 원도심에서 청년들은 열심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즐겁게 고민하고 있다.

 

ⓒ 태백 무브노드
ⓒ 무브노드

태백 무브노드와

전남 완도살롱

‘굳이 서울에서 일해야 하나’라는 생각 끝에 자신의 일터를 타지역으로 옮겨 간 이들이 있다. 사람이
떠난 폐광의 이미지가 강한 태백에 ‘무브노드’라는 사무실 겸 커뮤니티 공간이 생겼다. 20대의 김신애 대표는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들의 협업 공간을 만들고자 자신의 고향 태백으로 갔다. 그곳에서 ‘코워킹스페이스’를 운영하며 공간을 대여하기도 하고, 태백을 중심으로 한 여러 문화사업을 기획한다. 청년 및 청소년 교육 프로젝트와 명상 프로그램, 태백을 여행하는 법 등 태백에 사는 사람들이 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태백에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할 수 있도록 꾸준한 즐거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완도살롱’은 완도 유일의 독립서점이다. 이전에 완도에는 청년들이 모일 만한 공간이 없었다. 퇴근 후 여수나 목포까지 나가야만 즐길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은 완도 청년들이 완도살롱에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는 완도살롱에 가고 싶어 완도에 방문하는 사람도 생겼다.

 

ⓒ 삶기술학교

충남

삶기술학교

충남 서천군 한산면. 인구가 3천 명도 되지 않는 마을에 도시 청년들을 위한 ‘삶기술학교’가 문을 열었다. 삶기술학교는 도시에서 온 청년들이 시골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마을의 전통 기술을 배워 자신만의 콘텐츠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곳에 모인 청년들은 한산모시짜기 장인에게 모시 짜는 법을 배우거나, 한산소곡주 담그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마을은 젊은이들을 통해 활기를 찾고, 청년들은 마을에서 삶의 방법을 깨우친다. 지난해 진행한 삶기술학교 3기를 마치고 한산에 정착한 이들도 있다. 그들은 빈집을 개조해 사무실과 집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마을을 살리고 청년들을 살릴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

개항로 프로젝트

한때 인천의 중심이었던 동인천 지역엔 새로 개발된 신도시로 사람들이 떠난 후 오래된 가게만 남았다. 북적이던 거리의 기억과 그곳의 근대 문화유산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서 모인 사람들은 2018년 ‘개항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창길 대표는 개항로에서 처음으로 리바이스 청바지를 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고향 인천에 자리를 잡았다. 개항로가 다시 예전처럼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이비인후과를 개조해 카페를 만들고, 산부인과를 개조해 조명이 그득한 라이트하우스를 만들었다. 소금 창고에서 한증막으로, 또다시 서점으로 사용되던 건물은 갤러리로 재탄생했다. 건축가, 조경전문가, 요식업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모여 카페, 식당, 호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거리의 노포를 운영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취재하고 알리는 일도 진행 중이다. 이창길 대표는 지역의 노포가 살아나고 그분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진짜 도시재생이라고 말한다. 그는 20대와 80대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다.

글 신혜진(기획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