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위한 예술, 예술로 생동하는 지역’

예술가와의 상생을 꿈꾸다 <2022 지역작가초대전>

오는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동탄아트스페이스와 동탄아트스퀘어에서 <지역작가초대전>이 진행된다.

박석윤·김원기·임연웅 등 세 명의 작가가 이번 전시의 주인공으로, 회화와 사진을 매개로 하여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복합문화공간 창문아트센터에서 작가를 만나 지역문화와 예술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석윤 작가님은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도시재생과 지역예술의 융합을 꾀한 성공사례인 창문아트센터의 센터장이시잖아요. 전시 설명에 앞서 우선 창문아트센터가 어떻게 탄생하고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박석윤 작가

박석윤(이하 박) 창문아트센터가 생긴 2000년은 제가 외국 유학 후 5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어요. 유학 당시 공장이나 창고 등을 개조한 곳에 예술가들이 들어가서 작품활동을 하고, 거기서 새로운 장르들을 만나 또 다른 담론을 만들어내는 그 과정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거든요. 그것을 보면서 ‘한국에 들어가면 꼭 저렇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러다 한국에서 작업실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폐교를 알아보게 됐고, 협성대학교 교수와 강사 분들이 모여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화성시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서 지원을 받아 지역주민 대상으로 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코로나19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예술가들이 모여서 뭔가 작당해보고,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예술 공유 공간으로 활용이 됐으면 합니다.

그럼 전시 이야기로 넘어가, 11월에 참여할 <지역작가초대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화성시문화재단에서 마련해준 전시 공간이 80평 정도 되더라고요. 굉장히 큰 공간인데, 전시 작품의 일관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제 작업 형식을 바꾼지 3~4년째라 걱정이 되지만,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캔버스와 물감으로 작업했다면 지금은 철판에 용접을 하는 방식으로, 말하자면 조각적으로 작업하는데요. 철판이라는 매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관람객들이 알아본다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견지해왔던 평면 작업들을 바꿔보는 것이라, 그 결과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철판에 용접하는 방식의 작품이라니 상당히 궁금한데요. 어떤 매력이 있나요?

용접은 한 번 하면 흔적이 남고, 그 위에 흔적이 가도 그대로 남아 있어요. 또 시간을 조금 더 두느냐 아니면 덜 두느냐에 따라, 깊게 태우거나 살짝 태우거나 지나간 흔적들이 그대로 보여요. 그것이 꼭 사람 인생과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조금 더 신경 쓰고, 좀 더 관심이 있던 부분들이 그대로 그려지는 것이죠. 이번 전시에는 몇 점의 작품을 선보일지 아직 확정할 수는 없지만, 약 40점 내지 60점 사이가 될 것 같습니다. 작업을 계속 진행해 나가면서 전달할 메시지가 명확해지면 숫자를 줄여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화성시에서 오래도록 생활하며 지역문화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것인가요?

화성시는 제가 군시절부터 살아온 고향 같은 곳입니다. 그때만 해도 예술가들에게 굉장히 척박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문화재단도 생기고 지역문화에 대한 많은 역할을 하고 예산도 늘었죠. 또 관련 협의체도 여럿 생겨 지역 현안에 대한 소통도 가능해지면서 지역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아직은 전시를 찾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아요. 문화가 지역의 중심이라고 말하지만 좀 더 성숙한 인식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화성시가 문화로 활성화되는 도시, 문화적인 역량이 큰 도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원기 작가

김원기 작가님의 작품은 자연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주제의식을 가지고 작업하시나요?

김원기(이하 김) 제가 협성대학교 교수가 되어 화성에 왔을 때 자연을 재현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해왔어요. 자연을 극사실적으로 그리거나 인상파 풍으로 그리는 등 표현은 달라도 재현하는 방식을 주로 했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저마다 성향이 다르니 다양한 걸 가르쳐야 하는데, 이건 교수가 아니라는 생각에 차츰 작업에 대한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죠. 작품 변화에 대한 또다른 이유 하나는, 자연이 자꾸 훼손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거예요. 학생들과 같이 그림을 그릴 곳이 없어지니까 점점 내 마음속에 있는 자연을 자꾸 그리게 됐죠. 그러던 어느 날,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의 원시미술을 살펴보니 자연과 동물을 해석하는 방법이 아주 독특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방법을 나름 개발하게 됐죠. 원래 제 그림에는 동물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그려 넣게 됐고, 이야깃거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보면서 그렇게 이야깃거리를 만든다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11월에 열릴 <지역작가초대전>에서 어떤 작품을 선보여주실지 말씀해주세요.

요즘 저는 타블로(tableau) 작업을 주로 하고 있는데요. 보통 그림을 그려 액자에 끼우고 이동할 수 있는 게 타블로의 특징이죠. 타블로 작업을 하게 된 배경은, 협성대학교에 가구디자인학과가 있는데 한 학기가 끝나면 버려지는 나무들이 생기더라고요. 그 나무들을 가져다가 직소기로 자르고 컬러링을 해서 작업하는, 일종의 업사이클링을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아까운 마음에 재미 삼아서 만들었는데, 유심히 살펴보니 작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작품으로 계속 만들기 시작했죠. 이번 전시에는 타블로 작품도 보여주고 그동안에 작업했던 것들, 새로운 기법의 작품들을 계획하고 있어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을 위해 특별히 마련하는 것이 있다는데, 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번 전시에서는 보는 것만이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구체적인 것은 좀 더 고민해야겠지만, 일단 제가 그린 밑그림을 활용해 관람객이 스스로 채색을 할 수 있는 체험을 해보려고 해요. 그려진 대로 색을 칠할 수 있지만 필요에 따라 그림을 추가하고, 만든 자기 작품을 가져가게끔 하려고 합니다. 많은 기대를 부탁드려요(웃음).

임연웅 작가

임연웅 작가님의 사진 작품을 보면 불교문화에 대한 침잠의 시선이 느껴지는데, 불교 유산에 관심을 기울이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임연웅(이하 임) 저는 건축을 전공하면서부터 고건축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러다가 1990년대부터 취미 삼아 우리나라의 국보와 보물을 기록하자는 생각에 사진 촬영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불교문화에 접근하게 됐습니다. 2006년에는 사진 작업에 변화가 생기게 됐는데, 본격적으로 작품성을 생각하며 창작 사진을 하게 된 거죠. 흔히 불교의 정수는 자기 수양이자 참선이라고 하죠? 저는 참선하다 보니 사진을 위한 참선이 아니라 참선을 위한 사진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사진은 정신적인 소양이 가득 찼을 때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작품으로서의 사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찍는 거예요.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찍는 것이 참선이고, 참선을 통해 이 우주가 생명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사진의 질감이 독특합니다. 거친 면이 보이는가 하는 반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도 듭니다.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진은 폐사지(廢寺址) 마당의 석탑 그림자예요. 이것은 소나무 그림자고, 흑백이지만 마치 천연색이 느껴지는 듯한 느낌이 들죠. 폐사지라고 하면 사라져가는 절터라지만, 저는 문화유적 답사의 꽃이 바로 폐사지라고 생각해요. 바람이 불거나 새가 날아가거나 하는 것은 진리의 표현이고 우주의 섭리가 움직이는 겁니다. 이것을 생각하며 폐사지에 가면 문득 뭔가 꽉 차 보이는 느낌이 들어요. 그 옛날 수천 명의 스님들이 참선하는 모습이 절마당에 가득 차 보이는 것이죠. 참선의 목적이 결국 사람이 행복해지길 기원하는 거니,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우리 사는 세상이 지금 과연 행복한가 반문이 들기도 하고요. 사랑을 베풀고 용서하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분》 독자들, 그리고 화성시민에게 작품을 전하며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폐사지는 한국의 불교문화, 불교 사상을 대표하는 문화재예요. 그래서 이번에 우리만의 불교문화를 살펴보고 어떻게 전통사상이 되어 유구한 역사를 끌고 갔는지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궁극적으로 현대인들이 참선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외롭고 힘들 때 정신적인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부족한 게 많지만 많은 관심을 가지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석윤

폐교를 활용한 예술가들의 창작 스튜디오, 창문아트센터를 이끌고 있는 회화작가다. <HA.DA전>, <화성미협전>, <봄의향기전>, <neo nomadism>, <도시와 농촌을 잇는 창>, <그린벨트 아트 프로젝트전>, <드로잉의 새로운 해석전>를 비롯해서 개인전 4회 및 그룹전 300여 회에 참여했다. 화성미협 지부장 및 고문, 경기미술대전 심위위원 및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김원기

창문아트센터 소속 작가로 회화, 판화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HA.DA, 유라시안 문화연대, 한·중아시안웨이, 화성미협 회원으로 활동하며 13회의 개인전을 진행했다. 협성대학교 예술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임연웅

오랫동안 국내 불교 관련 문화재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2003년과 2007년 진행된 개인전을 시작으로 <(사)한국사진작가협회 경기포토 페스티벌>, <서울 충무로 YART 갤러리 단체전>,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 개인전> 등에 참여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사)한국사진작가협회 3대, 4대 화성지부장을 역임했다.

글 이종철

사진 남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