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참여하는 지역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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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발전을 위해 문화가 가지고 있는 가치, 그리고 청년이 함께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했다. 이를 지역, 문화, 청년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지역의 시대

예술은 글로벌 시대와 동시에 지역의 시대를 맞고 있다. 중심이 아니라는 뜻의 ‘지방’을 넘어 독립된 주체로의 ‘지역’의 개념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로컬’이라는 키워드가 뜨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지역의 고유한 가치와 자생적이고 내발적인 동력을 갖추는 일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지역 발전 시도가 모색되고 있다. 따라서 각종 국책사업이나 개발사업 또는 공공기관 유치나 주요 행사 개최 등 많은 실천적 방안들이 시행되고 있다. 많은 문화공간이 생기고, 그 안에서 다양한 창작 프로그램이 발생하며, 이는 지역홍보나 지역발전의 척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화를 활용하여 지역의 동력을 찾고 활성화를 꾀하는 시도는 당위성을 갖는 한편 실천하기 어려운 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는 문화의 본질적인 추상성에서 기인하기도 하며, 주민들의 경험의 부재, 성과나 효과의 추상성, 그리고 지역의 전문성 결여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예술진흥과 지역 콘텐츠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존중받으며 창작활동을 하는 것이 지역예술의 출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작과 유통, 그리고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과 지원이 모든 실천적 방안에 있어서 본질적인 가치를 발휘하게 되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예술기관은 지역시장의 취약함을 공공구매나 지역 소비 등으로 보완하여야 하며, 젊은 예술가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거나 외부의 예술가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 정주성을 높여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예술가 또한 고전적인 의미의 창작활동 외에도 지역에서의 문화예술 교육, 체험프로그램의 공급, 지역 경제활동의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 참여하고, 이를 위한 지역 예술가 네트워크를 만들어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 콘텐츠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원형적 자원과 일상에 잠재되어 있는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여러 플랫폼에서 활용될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 영화나 출판, 음악과 미술 등의 문화산업 분야에서 나오는 세계적인 상품은 다 지역문화의 고유성에 기인한다. 그러나 지역의 고유성이 반드시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니, 그 안에서 콘텐츠 창작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한다. 이런 분야에서는 특히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문화와 공간의 복지, 교육의 필요성

문화공간은 모든 문화 활동의 물리적 기반이자 가장 기본적인 예술 창작과 향유를 담는 그릇이다. 단지 자산적 가치만이 아니라 문화자원으로서의 인식이 필요하다. 지역의 현실에 맞게 문화공간과 예술 프로그램 운영에도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져 지역 주민의 용도에 맞게 효율적으로 활용되어야한다. 문화는 경제적·사회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거나 전문적인 안목과 식견이 있는 애호가만의 것이 아니다. 사회의 보편적인 구성원들이 문화를 삶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사회 취약계층의 삶의 질도 생각하는 선진적 사회에서 문화는 더욱 도움이 된다. 일반인보다 상대적으로 그 기회가 제한되거나 소외되기 쉬운 이웃들이 그 대상이다. 대표적으로 장애인, 재소자, 군인, 다문화가정, 노인, 저소득층 아동 등을 위한 문화복지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한다. 또한 문화예술 교육은 과거의 기능적인 예능 교육이 아니고 체험과 과정을 중시하는 관객 및 주민 교육으로서의 영역을 이야기한다. 특히 문화 관련 경험이 별로 없는 농어촌의 특성상 주민들의 문화 향유력을 키우고 문화를 일상화하기 위해 문화예술 교육의 활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사회 각 분야의 구성원이 그들의 창의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편으로써 문화예술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그 중심에 문화재단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전문성과 유무형 자원의 활용이 필요하다.

공동체의 지역 경제

지역의 주민 소득 창출이나 거시적 단위에서의 지역 사업 활성화는 지역발전에 가장 중요하다. 문화는 이러한 지역경제와 괴리되지 않고 참여의 경로를 열어두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는 문화에 호의와 신뢰를 가지게 되며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구로써 인식할 것이다. 주민들의 공동체 활성화도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의 관계는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그 기저에는 대단히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다. 혈연, 지연, 학연 이외에도 각종 사회단체나 이익집단 그리고 다양한 공식, 비공식 모임을 통해 거미줄 같은 관계망 속에서 공동체가 유지된다. 이런 공동체의 속성과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에는 생활문화센터나 생활문화공동체같은 사업이 필요한 것이다.

지역 축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축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수십억 예산이 드는 대규모 관광 축제나 전문적인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 축제도 있지만, 소규모 마을 단위 공동체 축제도 늘어나고 있다. 축제는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스스로 즐기고 교류하는 계기가 된다. 물론 축제는 장기적으로 지역과 마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이유 때문에 열리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 평소 문화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하며, 지역의 문화적 자원과 역량을 응집력 있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관광

과거 집단여행이나 시설 관람 위주의 관광은 최근에 관광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하는 유형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관광 프로그램에 생태적 환경과 함께 문화적 요소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관광의 질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점차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에게 문화적인 재미는 절대적인 흡인 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의 문화계는 이제 지역관광의 영역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때로는 관광의 도구로, 때로는 관광의 목적으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앞에서 나열한 문화의 활용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주체가 바로 청년이다. 청년 자원은 그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원으로 중요성이 매우 크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관련 분야의 기관들이 다양한 지원책과 정책적 수단을 시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경기 회복이나 산업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그 효과가 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들의 우선 과제는 역시 취업이며, 설사 창업을 꿈꾸고 있는 청년이라 하더라도 그 분야의 체험을 통해 충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난 후 창업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청년들은 미숙하고 취약하며 소외되기 싶다. 미숙한 것은 경험이 부족해서, 취약한 것은 시장 친화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또 소외되는 것은 지역의 역학관계에 힘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이 애초부터 가지고 있는 공공성과 시장성의 취약함 그리고 단단한 지역 문화계의 권력 구조나 생태계의 특성상 청년들은 그 기회조차 잡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청년들의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일단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스케일 내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되, 효율적인 소통과 적극적인 협업을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자본과 시스템 모두 취약한 청년에게는 자신의 활동에 스토리와 이미지를 잘 구현하고 개인적 브랜딩과 평판 관리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에는 지나치게 청년을 대상화하지 않고 지역의 여러 가지 현안과 사업에 자연스레 진입시킬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청년이 지역사회 구조적 관계의 일원이 되어 그 장점을 살리며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공공과 시장 시스템 내에서 역할을 찾고, 그 과정에서 독자적인 자신의 영역과 시장을 개척해 나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역에 애정과 사명감을 가지고 문화 정책과 사업을 수행할 전문가는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 분야의 특성상 전문가와 주민 그리고 행정이 함께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으니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전문적인 매개자로서의 지역문화기획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에 있는 잠재적 인력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청년들이 지역에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는 요즘 매우 강조되는 지속 가능하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지역이 되기 위한 미래지향적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글 이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