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책이랑 놀자!
아이가 책을 좋아해 주길 바라는 건 모든 부모의 마음일 터. 하지만 부모의 기대와 달리 아이가 책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색 도서관에 데려가 보자. 숲속에 들어선 듯 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친환경 도서관부터, 별과 행성을 꿈꾸게 하는 우주 테마 도서관, 아날로그와 첨단이 공존하는 미로형 도서관까지! 책 읽는 즐거움은 물론, 아이와 특별한 추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글 정은숙 사진 정은숙, 각 도서관 제공
경기 화성시 동탄대로12길 102
031-372-4435
이용시간
월~금 09:00~22:00
토~일 09:00~18:00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 휴관
도심 한가운데서도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왕배푸른숲도서관. 2021년 4월에 개관한 친환경 도서관으로, 공공건축물 중 전국 최초로 제로에너지 1등급을 획득했다. 주차장 일대에는 태양광 패널로 만든 지붕을 설치했고, 도서관에서 필요한 전기를 태양열로 자체 생산하는 점도 흥미롭다. 이 지붕은 여름엔 차량을 그늘로 보호하고, 겨울엔 눈을 막아 주차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왕배푸른숲도서관의 매력은 자연과 책이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점이다. 내부를 ‘도심 속 숲’이라는 콘셉트로, 자연의 싱그러움과 초록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자작나무 서가와 식물을 인테리어에 활용했다. 여기에 가변성 있는 서가와 폴딩 도어로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고, 자연광을 이용해 아늑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서관은 지상 2층 규모로, 1층은 어린이와 가족 방문객을 위한 공간이다. 유아 자료실과 어린이 자료실이 나란히 자리하고, 높은 층고와 개방감이 돋보이는 힐링 라운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방’ 같은 존재다. 환경 교육 등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나 인문학 강연, 영화 상영 등을 주로 개최한다.
2층 자료실은 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공간으로, 종합자료실과 청소년존, 미디어 강좌가 열리는 미디어 존이 갖춰져 있다. 2층은 구역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마치 카페 같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구역도 있고, 야외에 있는 듯한 공원 좌석, 액자 모양을 연상시키는 의자까지. 주민들이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공간과 좌석에 많은 신경을 썼다.
2층 종합자료실 출입구와 연결된 왕배숲 산책로와 3층 옥상 쉼터는 도서관의 매력을 더한다. 독서를 마친 뒤 가볍게 걸으며 숲의 공기를 느낄 수 있고, 옥상 쉼터는 도서관 속 숨은 힐링 공간이다. 주로 봄부터 가을까지만 개방하는데, 왕배산 능선과 주변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같은 곳이다. 탁 트인 전망 덕분에 자연 속에서 느끼는 여유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삶의 여유를 찾고 싶은 주민들에게 더없이 좋은 쉼터가 되어준다.
왕배푸른숲도서관은 지난 4월 13일 아이들이 올해 이루고 싶은 꿈을 화분에 적고, 직접 꿈나무를 심는 독서 원예 수업을 진행했다. 작은 씨앗이 자라나듯, 아이들은 자신의 바람을 한 송이 나무로 표현하며 미래를 상상했다. 화분에는 “엄마 아빠 오래오래 살게 해주세요”,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따뜻한 마음들이 담겨 교실을 사랑과 희망으로 물들였다.
경기 화성시 영통로60번길 15
031-273-8878
이용시간
매일 09:00~18:00
매월 첫째, 셋째 월요일, 국가공휴일 휴관
2023년 10월 정식 개관한 달빛나래어린이도서관은 이름부터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달빛나래’는 반월 지역의 ‘달’, 아이들이 빛나길 바라는 염원의 ‘빛’, 생각과 감정을 날개처럼 펼친다는 뜻의 ‘나래’를 조합해 만들었다. 달빛나래라는 명칭처럼 이 도서관은 아이들이 빛나는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곳은 터널 형태로 설계된 서가다. 형광색 조명이 이어지는 터널 서가는 우주여행의 설렘과 미지의 기대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터널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어딘가에 불시착해 있을 것만 같은 우주선과, 자신이 살던 행성을 떠나 다른 행성을 여행하는 어린왕자를 만날 것 같은 묘한 기대감마저 든다.
내부는 곡선을 활용한 디자인과 다양한 크기의 행성 모형, 별자리 장식 등으로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영유아를 위한 유아 자료실은 타일 벽화를 통해 우주 모험의 생동감을 담아냈고, 행성 조명으로 우주의 신비로움을 표현했다.
특히 1층 라운지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의자에 앉아 천장을 올려다보면 광활한 우주가 눈앞에 펼쳐진다. 실제 행성들의 크기와 특징을 반영해 우주 공간을 최대한 생생하게 구현했다.
달빛나래어린이도서관의 또 다른 매력은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우주라는 낯선 공간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도서관에서 숨바꼭질하는 기분으로, 곳곳에 숨겨진 우주 관련 캐릭터를 찾아보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할 때는 우주 로봇 친구 ‘테미’가 서가 위치를 안내해 주고, 아이들이 고른 책은 우주인 모양의 자가 대출·반납기를 통해 쉽게 빌릴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아이들에게 도서관 이용 자체를 하나의 흥미로운 경험으로 만들어 준다.
달빛나래어린이도서관은 단순히 앉아서 책만 읽는 지루한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이 우주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깨우치며 성장할 수 있는 곳이다. 어린왕자가 여섯 개의 행성을 여행하며 “진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던 것처럼, 아이들은 이 우주 테마 도서관을 통해 미래를 꿈꾸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별을 찾아가는 특별한 여정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지난 4월 12일, 달빛나래어린이도서관에서는 어린이들이 임수정 작가와 직접 만나 《대단한 참외씨》 속 씨앗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작가는 작은 씨앗이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싹을 틔우듯, 아이들 역시 각자의 꿈을 품고 도전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결국 꽃을 피울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전하며 아이들의 눈빛을 반짝이게 했다.
경기 화성시 상신하길로273번길 17
031-8059-6800
이용시간
월~금 09:00~22:00
토~일 09:00~18:00
매달 둘째, 넷째 월요일 정기 휴관
지난 12월 6일, 화성시의 20번째 공공도서관인 향남복합문화센터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개관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이곳은 이미 화성 주민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 있다.
이 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은 한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와 복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1층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카페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진다. 집 모양의 서가, 동물 인형이 가득한 영유아 공간, 알록달록한 원기둥 형태의 ‘Story Room’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미로처럼 설계된 서가를 따라 걷다 보면,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책을 읽어주는 AI 로봇 ‘루카’와 증강현실(AR) 기술이 접목된 ‘AR BOOK’이다. 주말이면 루카와 함께 책을 읽으려는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어린이 자료실 데스크에서 전용 그림책과 헤드폰을 빌려 루카 앞에 앉으면, 로봇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또박또박 이야기를 들려준다. AR BOOK은 아이들이 직접 주인공을 도우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교육과 놀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2층은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공간이다. 1층에 연결된 내부 계단으로도 이어지며, 자연과학부터 문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미로처럼 배치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지적 모험을 경험할 수 있다.
향남복합문화센터도서관은 지역 주민 모두에게 열린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공동육아나눔터와 돌봄센터, 실내 수영장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시설도 한자리에 모였다.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음성 인식 PC와 저시력자용 도서 확대기 등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향남복합문화센터도서관은 화성의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책과 기술, 그리고 따뜻한 배려가 어우러져 있다.
지난 4월 10일 오전 10시, 문화교실에서는 어른을 위한 문화 강좌가 열렸다. 책 속 한 구절을 또박또박 써 내려가며 자신만의 캘리그라피 작품을 완성하는 시간이었다. 손끝에 집중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한 글자씩 써 내려가는 동안 일상의 번잡함이 사라졌다. 잉크가 번지는 종이 위로 각자의 감정과 사색이 스며들며, 글씨는 곧 치유의 언어가 되었다. 캘리그라피로 책을 만난 시간, 참가자들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