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생태의 가치가 깃든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54년간 사격 훈련장으로 쓰였던 매향리 농섬. 생명을 캐내며 삶을
일구던 바다에 하루에도 수백 개의 폭탄이 떨어져 폭음과 포성이
끊이지 않았다. 평화와 생존을 위한 주민들의 처절한 싸움이 있었던
매향리에는 아픔이 서려 있지만, 슬픈 과거를 딛고 희망을 품어
앞으로 나아간다.

매화 향이 불어오는 마을

‘매향리’ 세글자 이름의 유래에는 세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마을 앞 모래 언덕에 매화나무 군락이 있어, 매화 향이 마을로 불어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마을 이름을 지을 때 서원과 구장이라는 두 문장가가 매 자와 향 자를 선택하여 마을 이름이 매향리가 되었다고 하는 설이 있다. 세 번째 설은 누군가 미륵불을 기다리며 땅에 향을 묻었다는 뜻에서 매향埋香이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한자음이 같은 매향리梅香里로 바뀌었다고 하는 설이다. 매향리의 옛 지명은 고온리古溫里로 사람 살기에 좋고 따뜻한 마을이라는 뜻이다.
미군은 그들의 기지 명칭으로 ‘고온리’를 영문표기한 ‘쿠-니Koon-ni’ 사격장이라고 지었다.

폭격, 포탄의 흔적 고스란히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매향리. 매향리 주민 증언에 따르면,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8월에 매향리 농섬에 미 공군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농섬은 매향리 앞바다 1.6㎞ 밖에 있는 작은 섬이다.
미군의 폭격은 농섬을 해상 표적으로 삼아 실시한 사격 연습이었다.
평화로운 어촌마을의 바다 생물들과 마을 주민들은 종일 굉음과 폭음에 시달렸다. 여러 피해가 발생하자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1989년부터 훈련 중지를 요구했고 마침내 2005년 8월 12일 사격장이 전면 폐쇄되었다. 매향리 역사기념관 건물 마당에 농섬에서 건져 올린 포탄과 탄피 등 잔해가 즐비하다.

농섬은 철새들의 쉼터가 됐다. ⓒ 화성시

농섬은 철새들의 쉼터가 됐다. ⓒ 화성시

철새들의 쉼터, 농섬

매향리 앞바다에는 아픔을 간직한 농섬이 있다. 각종 바다 새의 서식지이자 소나무 군락으로 울창했던 섬은 폭격으로 깎여 섬 일부가 사라졌다. 생명체를 괴롭히던 폭탄 소리가 사라진 지금, 생명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철새들의 주 서식지이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의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해 도요새, 저어새 등 희귀한 철새들의 쉼터가 되어준다. 매향리의 갯벌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자리 잡았고, 다시금 서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평화를 되찾아 위로와 치유 공간으로

미 공군사령부의 공군사격장으로 사용하던 쿠니사격장 부지는 평화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사격장을 폐쇄했고 아픈 역사를 보존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2021년 9월에 공원으로 재단장했다.
잔디 마당, 매향정, 작가정원, 습지생태원, 마을 숲 산책로, 평화기념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2022년 4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평화와 희망을 전하는 장소의 메시지를 더욱 짙게 전하고 있다. 생태공원 산책로와 함께 서해안의 낭만을 즐기는 바닷가 산책도 할 수 있다.
전쟁의 아픔을 걷어낸 매향리에는 평화가 깃들었고, 크고 작은 생명이 숨 쉬고 있는 희망의 터전이었다.

* 참고문헌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 참고문헌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글 편집실

사진 김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