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누어주는 눈부신 왕관

화성특례시 생활문화동호회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

행복을
나누어주는
눈부신
왕관

화성특례시 생활문화동호회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

배움에 끝이 없는 것처럼 즐거움도 끝이 없다.
다만 그 즐거움은 시도하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허락된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일상이 지루하다, 재미없다고 푸념하는 이에게 멋진 본보기를 보여주는
‘여왕과 왕들’이 있다. 바로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이다.

이현주(편집실)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겨울이 깊어지느라 해가 일찍 저물어가는 저녁, 어디선가 감미롭고 따스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떠나 본 적 없는 고향이 떠오르고, 스멀스멀 잊혔던 추억이 살아나는 것 같은 멜로디를 따라가니 저마다 손에 악기를 든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 연습이 한창이다. 악기는 바로 누구나 학창 시절 한 번쯤 불어봤을 하모니카.

다른 악기들에 비해 비교적 친근하지만, 이 작은 악기의 음악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은 그런 하모니카에 대한 인식을 전혀 새롭게 바꿔주는 일을 해오고 있다. 동요에서 재즈, 국악까지.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에는 한계가 없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실력.

“예술은 한계가 없습니다. 끝없이 실력을 갈고닦아야 하죠.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은 회원의 50% 이상이 하모니카 강사를 맡고 있을 만큼 탄탄한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을 이끌고 있는 복석규 대표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연습실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상장들을 보니 그의 말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렇듯 눈부신 결실을 위해 오늘까지 회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 왔을지도.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의 시작은 2017년이지만 실제 태생을 되짚어보려면 그보다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2년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회원들이 ‘나래울 하모니카 앙상블’이란 이름으로 모여 (구)화성시문화재단과 경기도문화재단 지원 사업을 다수 수행하며 화성시의 문화예술계에 크고 작은 공연으로 이미 이름을 알려왔던 것. 이 모임을 전신으로 ‘로즈 앙상블’, ‘퀸 앙상블’을 거쳐 지금의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이 탄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오히려 드라이빙 씨어터 무대를 통해 활발히 공연을 펼쳤고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은 베이스 하모니카 2명, 코드 하모니카 2명, 소프라노 1 파트 3명, 2 파트 3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회원 다수는 한국하모니카오케스트라 회원으로도 활약 중이다.

제2의 인생을 선물한 고마운 악기

모양새만 봐서는 상상이 가지 않지만, 하모니카는 고대 중국에서 처음 발명되었다고 한다. ‘생(笙, Sheng)’이라고 불렸던 이 악기는 하모니카의 핵심 원리인 ‘프리 리드(Free Reed, 자유 진동 리드)’가 특징이었단다. 이 중국 고대 악기는 한국에선 생황으로 발달했고 서양으로 전해져서 19세기 초 독일에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발전했다. 하나의 악기로 여러 화음을 낼 수 있는 악기들과 달리 하모니카는 특정 키(조성)에 맞춰 리드가 배열되어 있다. 종류마다 고유 음색과 연주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작은 악기로 얼마나 다양하겠나 싶지만 하모니카의 종류는 무려 150여 가지나 된다. 덕분에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곡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모니카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어요. 벌써 20년 넘게 하모니카와 함께해왔네요. 어렸을 때 하모니카를 접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매력을 느낀 건 김광석의 음악에 빠지면서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우연히 대만 하모니카 연주자들의 내한 공연을 보고 새로운 음악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도전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되었어요.”

나래울 하모니카 앙상블 시절부터 동호회 활동을 해 온 양미향 회원은 그토록 오랜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하모니카의 무한한 매력을 아직 알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의 총무를 맡고 있는 김진아 회원은 하모니카와 인연을 맺은 지 8년째라고 한다. 아들이 먼저 하모니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본인이 더 열심히 하고 있다며 “하모니카의 장점은 너무 많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전에 사물놀이 연주를 했다는 이정은 회원은 하모니카의 매력이 여러 악기와 조화를 잘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의 목소리와도 잘 어울리죠. 악기 종류가 많은 만큼 다양한 주법이 있어요. 다른 악기들과도 잘 어울리지만, 하모니카만으로 오케스트라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다양성이 특징이죠.”

회원들의 말을 듣고 보니 회원들의 연습 장면이 새롭게 다가온다.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의 무한한 매력을 누구보다 크게 느끼고, 즐기고 있으니 이 순간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 회원들보다 행복한 이들이 또 있을까. 그 즐거운 감정은 연습실에 울려 퍼지는 ‘퐁당퐁당’ 및 동요메들리에 충만하게 실려 있다. 그런데 많고 많은 곡 중에 왜 동요일까? 알고 보니 취재 시점 당시 얼마 후인 11월 29일 예정된 화성시 동요대회에 공연 제의가 와서 한창 동심으로 돌아가 연습 중이란다. 하모니카 연주로 듣는 ‘퐁당퐁당’은 다른 버전보다 유난히 귓속을 간질거리며 파고든다.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은 지금까지 수많은 공연을 해왔다. 모든 공연이 소중했을 테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일까? “여러 공연을 해왔지만 2020년 코로나19 당시 6월 고양시 킨텍스 야외공연장에서의 ‘2020 드라이빙 씨어터’ 공연과 독도에서의 공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2021년 독도사랑음악회에서 화성시소년소녀합창단과 독도 선착장에서 공연을 했는데, 태풍에 발이 묶여 하루 늦게 귀가한 적이 있지요.” 복석규 대표는 신정우 지휘자가 이끄는 화성시소년소녀합창단이 각종 세계 대회 상위권 수상을 휩쓰는 실력 있는 단체라고 덧붙인다.

실력자는 그에 걸맞은 상대를 협연자로 고르게 마련이다. 사실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 회원들의 수상 경력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화려하다. 올해 받은 상만 잠깐 소개하자면 제11회 서울국제하모니카대회 소합주 성인부 우수상, 제11회 서울국제하모니카대회 복음 독주 성인부 우수상, 제8회 50+액티브시니어축제 우수상을 수상했고, 제10회 독일 월드컵하모니카페스티벌에서는 방석화 회원이 재즈 독주 부문 4위를, 방석화·방석훈 형제 회원이 함께 앙상블 부문 1위와 오케스트라 부문 2위, 김경은 회원이 독주 부문 5위라는 쾌거를 올렸다. 과연 ‘퀸과 킹’이라는 동호회 이름에 어울리는 빛나는 왕관이다.

하모니카가 열어 줄 새롭고 멋진 세상

출중한 연주 실력은 사람들과 나눌 때 더욱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은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해오며 음악으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전에는 월 2회 이상 어르신과 어린이 관련 단체를 찾아 봉사를 했다. 지금은 규칙적이진 않지만 월 1회 봉사 공연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성시 희망노인요양원, 화성시남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자원봉사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복석규 대표는 화성시 생활문화동호회 운영위원장으로서, 동호회의 이러한 활동에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하긴 했지만, 화성시 생활문화동호회는 그 어느 도시보다 열심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화성 시민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화성시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운영위원장직은 2년 만기라 한 번 더 역임은 가능하지만, 화성시 생활문화동호회의 발전을 위해 젊고 능력 있는 분을 새로 선출하려고 합니다.”

연습이 무르익고 잠시 쉬는 시간, 이규용 회원의 유난히 밝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베이스 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는 이규용 회원은 하모니카 연주를 통해 배려를 배웠다고 말한다. 함께 어우러져 음악을 완성해야 하는 합주에서는 혼자 앞서가서도 안 되고, 서툰 이는 기다려줘야 할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습득한 배려는 일상에도 자연스레 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중호 회원은 하모니카 연주를 취미로 삼고부터 일상이 즐거워졌다고 한다. 특별히 자신 있는 연주곡은 ‘오데니보이’라고. 안창준 회원은 하모니카는 휴대가 간편해 언제, 어디서나 항상 가지고 다니며 사람들을 위해 즉흥 연주가 가능해 좋다고 이야기한다.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은 이번 호 《화분》 주제인 경험소비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다. 스스로가 즐겁고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소비를 하고 있지 않나. 무언가를 규칙적으로 하기 힘든 일상에서 기꺼이 자신을 위해, 또 남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들. 이름 그대로 ‘퀸과 킹’임에 틀림 없다.

“단기적인 목표는 제9회 화성하모니카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일과, 화성시 동요대회에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연주를 선물하는 것입니다. 보다 먼 목표는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을 화성 시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는 것입니다. 하모니카를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봉사 활동도 지금보다 더욱 활발히 할 예정입니다.” 복석규 대표는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조건 없이 출연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이 앞으로 화성 시민과 그 외 전국의 많은 사람에게 무궁무진한 하모니카 음악의 세계를 펼쳐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하모니카 연주 동호회 ‘퀸&킹 하모니카 앙상블’
활동기간 2017년~
회원구성 50~60대 남녀
활동문의 031-222-7737

<화분> Vol.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