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를 위해 함께 밟는 스텝

동호회 ‘셔플라이프’

행복한 나를 위해 함께 밟는 스텝

동호회 ‘셔플라이프’

“청춘은 바로 지금, 청청청, 청춘은 바로 지금, 청청청~”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부석순이 노래한다. 그 노래에 맞춰 더 청춘 같은 이들이 춤을 춘다. 춤추는 사람은 모두 청춘이다. 이보다 아름다운 순간이 또 있을까.

이현주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중년 이후 규칙적인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한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일단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머리와 몸은 늘 엇박자이기 마련이고 더군다나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은 ‘꾸준히’므로, 실천은 멀기만 하다. 물론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들은 늘 어딘가 있다. 심지어 아주 가까이에도 있으니, 이미 인생의 ‘승자’라 불러도 좋을 이들, 바로 셔플댄스 동호회 ‘셔플라이프’다.

“우리 동호회는 대부분 5060 직장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아이들이 커서 운동 겸 취미를 갖고 싶은데 낮에는 하기 힘들어 저녁 시간에 모여 활동하고 있어요. 함께 셔플댄스라는 취미를 선택했고, 그 선택에 후회 없도록 뜻 맞는 분들과 꾸준히 연습하고 있답니다.”

임서목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셔플라이프는 2023년 12월 결성됐다. 그리고 2024년 1월 화성시 생활문화동호회로 등록되었다. 15명 남짓으로 시작한 초창기에는 셔플댄스에 서툰 기초 수준이었지만, 꾸준히 연습한 결과 실력이 점점 늘어갔다고.
“시작은 엉성했지만, 회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했어요. 일단 동호회를 만든 것만으로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이후 마을동아리에 선정돼 예산과 공간을 대여받고 전문 강사님을 초빙해 꾸준히 강습을 받았어요. 작년에는 화성뱃놀이축제 ‘바람의 사신단’ 댄스페스티벌에도 참가했어요.”

보여주지, 완전히 달라진 우리

저녁 8시가 되자 다원이음터 연습실에 셔플라이프 회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업무를 마치고 퇴근한 이들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모두 밝고 활기찬 모습이다. 셔플라이프 전체 회원은 25명이지만 이번 ‘바람의 사신단’ 페스티벌에는 18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취재진이 찾아갔을 때는 작품을 기획하고 있는 단계로, 구체적인 작품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 다만 작년 작품 주제가 첫 도전을 상징하듯 ‘처음’이었다면 올해는 ‘성장’이 될 것이고 작년보다 역동적인 대열과 스피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임서목 대표가 귀띔한다

‘셔플(shuffle)’은 사전상 의미로 발을 끌며 걷는다는 뜻이다. 멜버른(Melbourne) 셔플이라 부르기도 하는 만큼 1980년 호주 멜버른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대한셔플댄스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다가, 2011년 일렉트로 힙합그룹 LMFAO ‘Party Rock Anthem’ 뮤직비디오에 등장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한국에도 대중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셔플댄스의 특징은 무엇보다 발을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전에는 주로 비트가 빠른 EDM(일렉트로닉 음악)에 맞춰 췄지만, 지금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음악이 활용된다고.

반갑게 인사 나눈 회원들은 일단 몸을 푸는 스트레칭부터 시작한다. 경쾌한 음악이 연습실에 가득 차고, 이제 드디어 회원들이 ‘스텝을 밟을’ 차례. 그런데 정말 5060 여성들이 맞는지? 부석순의 ‘청바지’, 10CM의 ‘폰서트’, BTS의 ‘다이너마이트’ 등의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회원들의 움직임은 활력과 흥이 넘친다. 빠른 발 움직임이 특징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회원들의 정교한 스텝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연습장 바닥에 떨궜을지 짐작이 가는 터라 감탄은 어느새 존경으로 바뀐다.

자꾸만 오고 싶은 걸 어쩌나!

“셔플댄스를 추며 아프던 허리가 다 나았어요. 쉬워 보여도 운동량이 많아 30분만 해도 많이 힘들어요. 덕분에 살도 빠지고 하체가 튼튼해졌어요. 취미로 시작했지만, 배우는 단계를 넘어 가르치고 싶어 (사)대한셔플댄스협회 2급 강사 자격증도 땄어요.”

셔플라이프에 합류한 지 4개월가량 됐다는 천순자 씨를 비롯한 회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셔플댄스의 장점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경쾌한 리듬과 함께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5분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힘들어하던 회원들은 어느 순간 30분을 쉬지 않고 연습해도 지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중년 건강을 좌우한다는 하체 근력을 키우고 싶다면 셔플댄스만 한 것이 없을 듯.
운동을 꾸준히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미가 없어서인 경우가 많다. 회원 대부분은 헬스며 필라테스, 골프까지 운동이란 운동은 대부분 경험한 이들. 그런 운동들은 때로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쉬고 싶을 때가 많지만 셔플라이프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지고 싶지 않단다. 회원들이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이곳으로 향할 수 있는 것은 ‘즐겁기 때문’이다. 자꾸만 오고 싶고 안 오면 궁금하니 어찌 쉴 수가 있겠는가.

“목디스크가 터져 시술까지 받았는데 시술받은 날 퇴원해서 바로 연습하러 왔어요. 근데 최근 재발해 일주일을 쉬어야 했어요. 그동안 어찌나 오고 싶던지, 기분까지 우울해지더라고요. 연습은 못 해도 회원들 얼굴이 보고 싶어 올 정도예요.”

이윤정 씨 말처럼 셔플라이프는 끈끈한 동료애로 묶여 있다. 셔플라이프 활동에 있어 최우선 순위는 바로 친목이다. 공연을 앞두면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 서로 돈독하지 않으면 유지가 힘들다. 회원들은 좋은 관계의 비결이 사생활 존중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상대의 사생활을 묻거나 궁금해하지 않는다. 연륜에서 오는 이 지혜 덕에 셔플라이프 회원들은 늘 서로를 배려하며 즐거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도전해 더 소중한

“마치 성장 일기를 보는 것 같지요. 셔플댄스가 뭔지 정확히 잘 알지도 못하던 회원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하고 어느새 공연까지 하게 되었으니까요. ‘바람의 사신단’ 참가 이후엔 ‘도농 어울림축제’, 화성시 동호회 축제 등 다양한 지역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모두 참 열심히들 하세요, 강사 자격증을 따신 분도 많고요.”

원년 회원으로 셔플라이프의 성장을 고스란히 지켜봐 온 심수영 씨는 회원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정기 모임 시간 외에도 회원들은 각자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며 틈날 때마다 연습을 쉬지 않는다. 혼자 잘해 돋보이기보다 함께하는 공연에서 혹시 팀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커서일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은 ‘나도 할 수 있네!’로 바뀌고, 그 성취감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 준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이들은 그 에너지가 주변을 밝히게 마련이다. 단순한 취미 동호회를 넘어 셔플라이프는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꿈도 가지고 있다. 곧 예정된 아르딤복지관을 강습을 시작으로 앞으로 봉사활동을 보다 활발히 해나갈 계획이란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연습 공간이 필수인 동호회 특성상 연습실 대여가 늘 쉽지 않다. 그래서 5월 하반기에는 동탄복합문화센터 대관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셔플라이프는 그렇게 시작부터 도전을 계속해 왔다. 모든 시작은 두렵게 마련이지만 함께하고 서로 응원하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듯 앞으로도 그 과정을 밑거름 삼아 성장해 갈 것이다.

“셔플라이프는 해방이지요. 1년 6개월 아팠던 허리가 셔플댄스를 추며 나았어요. 어느 순간 운전석에 있던 등받이를 빼버렸다니까요. 고독하게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 함께하며 힐링하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해요. 우리 목표는 80살까지 건강하게 셔플댄스를 추는 거예요.”
소녀처럼 양 갈래로 땋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조현서 씨의 말처럼 셔플라이프 회원들은 함께, 도전하며 힐링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손쉽게 얻는 것이 아닌 땀 흘려 일구고 몸과 마음으로 실감할 수 있는 결실이기에, 잠시도 연습을 쉴 수 없다.
80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셔플댄스를 시작해야 할 듯. 5060 여성으로 화성시에 살고, 셔플댄스 기초 스텝을 알고 있다면 셔플라이프의 문을 두드려 보자. 어제와 다른 새로운 내가 되고 싶은 열정을 가진 이는 특히 환영이란다.

셔플댄스 동호회 ‘셔플라이프’
활동기간 2023년 12월~
회원구성 50~60대 여성
활동문의 인스타그램 @dongtan_shuff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