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문화재단 사람들

새로운 길 위에서

화성시문화재단 미디어팀 류설희

기억이 닿는 시기부터 오래도록 피아노를 쳤던 그녀가 건반에서 손을 내려놓기로 했다. 항상 서던 무대에서 내려와 그 뒤에 서 보기로 한다. 이걸 ‘용기’가 아닌 말로 대신할 수 있을까. 늘 걷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는 일. 다른 길을 찾아 첫걸음을 떼는 순간. 화성시미디어센터의 늦은 오후, 안팎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지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변화하는 시간을 지나

바라본 오늘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코로나19로 업무 변화가 많았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화성시미디어센터는 화성 시민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주로 운영해 왔는데요.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수업을 대부분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게 됐어요. 업무 방식에 큰 변동이 생긴 거죠. 재단의 다른 팀들도 프로그램 진행 방식을 온라인으로 바꾸게 되면서 저희 미디어팀이 합류해 서로 협업할 기회가 많아지기도 했어요. 여러 가지로 많은 움직임을 경험하고 있죠.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말씀드렸듯이 코로나19 이전의 미디어센터는 시민 교육, 미디어활동가 양성에 집중하는 사업을 주로 이어왔다면, 올해는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문화 행사를 온라인으로, 영상을 통해서 가깝게 마주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에도 함께 주목하게 됐어요. 원래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였지만 더 빠르게 당겨온 셈이죠.

 

갑작스러운 변화에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그렇죠. 코로나19로 많은 시민분들의 일상, 크게는 삶 전체가 달라지기도 했잖아요. 그중에는 생계에 위기를 겪고 있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센터는 어떤 위치에 서야 할까, 역할 자체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이 격동의 시기에서 문화예술 분야가 실질적인 삶에 도움이 되려면 어떤 방식이 통할까, 하는 등의 질문을 던져 보기도 했죠. 결국엔 질 좋은 영상으로 시민분들께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제작한 콘텐츠가 코로나 블루 같은 현상을 조금이라도 덮을 수 있는, 그런 해소를 선물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지게 됐죠.

 

상황은 어렵지만 미디어팀은 어쩐지 긍정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재단에서 근무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요, 원래는 피아노를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어떤 변화의 시기를 거쳤는지 궁금해요.

아주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어요. 아마 네 살이었던 것 같아요. 글자를 ‘도레미’로 배운 거죠. 늘 피아노를 쳐왔고 당연히 대학도 피아노를 전공했고요. 그런데 세상에는 재능 있는 연주자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점점 피아노를 치는 일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그 뒤의 일들이 궁금해졌어요. 늘 훌륭한 연주자들이 설 무대가 부족하다고 느껴왔기 때문에 어느새 좋은 무대를 만드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게 됐죠. 그런 생각을 갖고 졸업을 한 후에 공연 기획사에 입사했어요. 그사이에 목표는 더 확고해졌고요. 여러 공연장을 관리하고 있는 화성시문화재단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입사까지 이어지게 됐죠.

 

공연기획팀에 좀더 어울리는 입사 동기네요.

그렇기도 하죠(웃음). 물론 미디어팀 업무도 만족하고 있지만 자연히 공연기획팀 업무에 호기심이 많아요. 기회가 닿는다면 공연기획팀과의 협업도 해보고 싶어요.

 

공연기획팀과 함께 공연을 꾸리고 영상을 제작해 시민분들께 공 유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아이디어네요. 한번 고민해 보고 싶어요. 이 시기를 오히려 잘 이용해 현명하게 풀어간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디어팀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예술가분들과 연이 닿았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원래는 예술가분들과 작업할 기회가 많지는 않은데요. 코로나19때문에 다른 팀들과 협업하게 되면서 예술가분들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됐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분은 화성시 M.I.H 프로젝트 예술단에서 안무 감독을 맡고 계신 김기수 선생님이에요. 댄스 분야에서도 물론 훌륭하시지만 다른 분야에도 열정적이시고 재능까지 가지고 계신 모습에 배울 점이 많았어요. 영상 제작부터 유튜브 기획, 와중에 크루를 꾸려서 공연까지 하시고, 여러 컬래버레이션 작업들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어요. 개인적으로 자극이 되기도 했고요. 밝은 에너지를 얻기도 했죠. 이런 아티스트를 일하면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에요.

 

좋은 경험이네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미디어센터는 시민 교육을 위한 사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 중 가장 마음에 남는 행사가 있나요?

올해 초 겨울방학 프로그램으로 ‘새싹 크리에이터 체험 교실’이라는 행사를 기획했어요.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프로젝트였죠. 게임, ASMR, 라디오, 뉴스 콘텐츠 제작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채워갔어요. 센터에 있는 장비와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며 나름 성공적인 마무리를 이끌었던 것 같아요. 참여한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았고요.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한 거라 그런지 마음에 남아요.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했고, 다행인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에 진행한 행사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새싹 크리에이터라니 기발하네요.

센터에서 늘 방학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는데, 다양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이 모여서 좀더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죠. 미디어센터에는 좋은 장비와 공간이 갖춰져 있어요. 센터의 장점을 어떻게 하면잘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요즘 인기 있는 콘텐츠를 이용해서 아이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정보 윤리를 가르쳐주고 싶기도 했어요. 요즘 아이들이 희망하는 꿈의 직업이 크리에이터이기도 하고요.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작업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미디어센터의 시설이 상상보다 더 탄탄한 것 같아요.

맞아요. 만약 화성시의 문화 공간을 소개한다면 미디어센터를 가장 먼저 말하고 싶어요. 제가 이곳에 근무해서 그런 건 아니고요(웃음). 정말 다양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 큰 화면으로 다 같이 볼 수 있는 공간도 있고, VR 체험 공간도 함께 있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어요. 라디오 부스, 포토 스튜디오, 영상 장비도 다양하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공간의 존재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아쉬워요.

일반 시민들은 어렵게 느낄 것 같아요. 아직은 생소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으니까요.

그렇죠. 왠지 카메라를 잘 알아야 할 것 같고요. 간혹 버스 정류장 이름인 줄 알았다는 분들도 계세요(웃음). 사실 그냥 자유롭게 들러서 책 한 권 읽고 가셔도 괜찮은 공간이에요. 실제로 그러시는 분들도 꽤 있고요. 좀더 편하게 방문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요즘 회사 내에서 하는 고민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혼자 사업을 기획하다가 협업을 새로 하다 보니 어려운 점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많은 부분에서 새로움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만큼 업무가 많아지기도 했고요. 모두가 각자의 팀에서 그 분야에 몰두하다 보니, 색깔은 하나고 계속 짙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협업하면서 그 색을 좀더 다양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오히려 장점이라는 생각도 해요. 전반적으로 회사에 커다란 움직임이 생겼다면 이런 지점인 것 같아요. 아마도 큰 과도기를 거치면서 여러 변수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겠죠. 모든 일엔 단점과 장점이 분명하잖아요. 이런 부분을 잘 인지하고 사업을 이어가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해요.

 

고민이 많겠네요. 이런 와중에 회사 생활에서 안식처가 되는 존재가 있을 것 같아요.

미디어 관련 일을 계속하다 보니 일 속에서 안식처를 찾을 때가 많아요.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할 땐 참고 영상을 많이 봐야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잠시 쉬는 느낌을 받기도 하죠. 일하는 중이지만 일과 쉼이 동시에 맞물리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게 미디어 분야 일의 장점이기도 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일 속에서 안식을 찾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여기면서 그런 시간을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긍정적인 생각이네요. 최근에 화성 시민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화성은 어떤 도시인가요?

제가 화성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 와닿는 부분인 것 같은데요. 통계적으로 화성에는 아이들, 청년층이 많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생동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잦아요. 사소하게는 미디어센터뒤편에 놀이터가 있는데,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면 분위기가 확 맑아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죠. 그런 시간들은 일종의 환기 구실을 하는 것 같아 좋아요.

 

화성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요. 새로운 한 해는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요?

요즘 시민과 함께하는 활동에 재미를 붙이고 의미를 알아가고 있어요. 다음에 이뤄갈 사업들에 관한 상상을 하면서 즐겁기도 해요. 요즘은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날들을 상상해 보는 생산적인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는 이런 순간을 만끽하며 잘 지내고 싶어요.

글 김지수

사진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