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예술단이 써 내려간 한 해의 장면들

화성시 예술단+관객평론단

화성시 예술단이
써 내려간
한 해의 장면들

화성시 예술단+관객평론단

화성시 예술단은 2025년 총 12회의 기획공연과 21회의 공연투어를 선보였다.
예술단과 그들을 지켜본 관객평론단이 한 해를 돌아보며 느끼는 감상은 어떨지,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차예지(편집실) 사진 이대원(싸우나스튜디오)

왼쪽부터 길현 관객평론단, 이건상 오케스트라 감독, 이금지 오케스트라 악장, 정유진 관객평론단, 김현섭 국악단 감독, 김진령 국악단 악장

올해 진행한 공연과 프로그램 기획 의도는 무엇이었고, 관객에게 어떤 것을 전달하고자 하셨나요?

_ 김현섭(국악단 감독) 예술계의 최근 흐름을 보면 지역의 문화유산이라든지, 그 지역만의 고유성을 어떻게 예술 안에 담아낼 것인가 하는 게 중요해졌어요. 그래서 국악단도 화성시만의 특징을 많이 담아내려고 했는데요. 올 5월에 <담음(談音); 이야기를 품은 소리>를 통해서 일 년 동안 국악단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했고요. 이어 <화음(華音)Ⅰ; 화성을 노래하다>와 <화음(華音)Ⅱ; 화성을 연주하다>를 통해 화성시만의 특징을 노래하고 연주했고, 마지막으로 국악 뮤지컬 <틸틸과 미틸>로 우리가 함께 지내면서 1년간 느낀 감정들이 결국 행복으로 가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표현했어요.

_ 이건상(오케스트라 감독) 오케스트라는 크게 <마티네 콘서트>와 정기 연주회 두 가지 공연을 위주로 진행합니다. <마티네 콘서트>에서는 길이가 짧은 단악장 위주로 여러 작곡가를 소개하려고 했어요. 반면 정기 연주회는 좀 더 격식을 갖추고 공연장을 찾을 수 있도록 다른 분위기로, 일반적인 길이의 클래식 곡들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정기 연주회 <교향, 숲의 서사>에서는 다소 접하기 어려운 곡인 시벨리우스 1번 교향곡을 해서 좋은 반응도 얻었어요. 화성시에 융건릉이나 정조 관련 유산이 많기 때문에 구성할 때 그 시대와 비슷한 시기의 서양 작곡가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정기 연주회 때는 모차르트를 조명했는데, 아마 정조가 모차르트보다 형일 거예요. 그런 식으로 이 지역과 클래식을 연결해보는 거죠.

올 한 해 진행한 공연 중 예술단의 전환점이라 생각된 공연이 있다면요?

_ 김현섭 개인적으로는 <화음 Ⅰ,Ⅱ>를 꼽고 싶어요. 한 달 간격으로 단원들이 빠르게 공연 준비를 해야 했거든요.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고, 악기도 이것저것 많이 썼어요. 그러면서 많이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요. 힘든 만큼 끈끈해지기도 했고요.

_ 이금지(오케스트라 악장) 저희도 초반 <마티네 콘서트> 진행할 때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준비할 시간이 2주 정도뿐이었어요. 연휴도 겹쳤었고요. 짧은 일정 안에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그만큼 보람이 있었어요. 그 이후로는 어느 곡이 주어지든지 할 수 있는 힘도 생긴 것 같아요.

_ 이건상 ‘베토벤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마티네 콘서트>를 했던 때가 떠오르네요. 베토벤이라는 작곡가가 차근차근 단계를 올리며 길을 밟아가는 음악 세계를 가졌어요. 그에 맞춰 단원들과의 합도 단계별로 잡아가는 느낌이었고 팀워크도 단단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마티네 콘서트> ‘베토벤의 얼굴’ 공연 모습
<담음(談音); 이야기를 품은 소리> 공연 모습
<어린이와 함께하는 국악퐁당> 공연 모습
로비콘서트 <엄마와 아기를 위한 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공연장뿐 아니라 복도 등에서 시민들과 가까이 만나는 음악회도 진행했죠. 어떤 기억이었나요?

_ 김진령(국악단 악장) 마음가짐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는 정적으로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면, 시민들과 소통하는 무대는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시민들께 악기를 만져보시라고 권하기도 하고요.

_ 이금지 가까이에 있으면 숨소리까지 다 들리거든요. 그래서 ‘실수하면 어떡하지’ 싶은 걱정도 있고, 표정도 가끔은 신경 쓰이고요. 대신 그러면서 연주 퀄리티가 더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모습을 관객들도 더 집중해서 봐주시고요.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공연 규모나 성과를 떠나, 기억에 남는 공연도 있을 텐데요. 어떤 공연이 기억에 남았나요?

_ 김진령 <어린이와 함께하는 국악퐁당>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어린이들이 ‘환장’하는 게 느껴졌거든요. 일어나서 춤추고 떼창하고. 동탄복합문화센터 로비에서 진행한 공연이었는데 로비가 아이들 목소리로 울릴 정도였죠. 그 반응을 보니 공연을 끝낼 수가 없는 거예요. 앙코르 곡을 3곡이나 했어요. 요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붐이잖아요. 연주자가 주제곡을 악기 소개 타임을 위해 앞부분만 짧게 준비했는데, 아이들이 다 따라부르는 바람에 멈추지 못하고 뒷부분을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이어서 연주하기도 했어요.

_ 이금지 저도 어린이 대상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오케스트라 게임>이라고 미디어와 결합해서 악기들끼리 여러 종목을 겨루는 영상이 상영되고, 그에 맞춰 연주하는 공연이었어요.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하고 반응이 뜨거워서 저희도 뿌듯했어요.

_ 이건상 그 공연은 기능적으로는 제일 어렵기도 했어요. 영상에 맞춰 지휘를 해야 하는데 60명 가까이 되는 단원들이 그에 맞추려면 쉽지 않거든요. 또 악기군 별로 반응 속도가 조금씩 달라서 신경 쓸 게 많았는데 그런 만큼 좀 스릴 넘치기도 했어요.

_ 정유진(관객평론단) 저는 11월에 했던 <교향, 숲의 서사> 공연이 기억에 남는데요. 호흡이 정말 잘 맞았거든요. 그만큼 단원들과 지휘자가 준비를 많이 했다는 걸 관객 입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어요. 준비 과정이 눈에 보이는 듯한 무대였어요.

_ 길현(관객평론단) 베토벤을 주제로 한 <마티네 콘서트>가 참 좋았어요. 공연의 균형이 잘 잡혀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단일 악장을 연주했는데도 그들을 다 모았을 때 마치 한 곡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올해 마지막 <마티네 콘서트>는 낭만주의 음악 위주로 꾸려졌는데, 저도 클래식 애호가로서 많은 음악을 듣지만 흔하게 연주되지 않는 드보르자크의 체코 모음곡을 연주해서 좋았습니다. 시민들의 문화적인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국악단 공연은 <화음 Ⅱ>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음악계에서 중요한 분들을 모신 공연이었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국악이라는 장르가 이렇게 진보하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오케스트라 게임> 공연 모습
국악 뮤지컬 <틸틸과 미틸> 공연 모습

관객평론단은 평소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여러 공연을 다니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화성시 예술단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_ 정유진 나이대가 젊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인 것 같아요. 젊은 에너지가 느껴져요. 그 덕에 정체되지 않고 계속 발전해나간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또 화성시가 아이들이 많은 도시다 보니 예술단의 공연을 통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게 큰 차별점인 것 같아요.

_ 길현 유명한 곡을 연주하면 훨씬 더 많은 청중을 모을 수 있겠지만, 자주 들을 수 없는 곡을 선정하는 것도 공연의 다채로움을 더하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화성시 예술단은 그런 부분에 있어 관객에게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어 좋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곡을 듣게 될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모여 공연에 대한 소회를 나누는 것도 참 좋네요. 예술단 입장에서 이런 피드백을 들으니 어떤가요?

_ 김현섭 우선 저희 공연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커요. 그리고 오늘 들었던 얘기를 기반으로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이 되기도 해요. 국악단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정체되면 안 된다’는 거였거든요. 단원들과도 새로운 걸 해보자는 제안을 많이 했고요. 제가 올해 부임해 국악단의 감독으로 왔는데요. 이렇게 훌륭한 재원들이 많은데 그에 반해 운영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제가 좋은 분들을 많이 데려와서 좋은 인연을 만들면 좋은 공연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될 수 있게 노력했는데 그걸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드려요. 

정유진 관객평론단
길현 관객평론단
이건상 오케스트라 감독
김현섭 국악단 감독
김진령 국악단 악장
이금지 오케스트라 악장

화성예술의전당이 곧 개관합니다. 여러분도 기대하고 계실 듯한데요.

_ 이건상 지휘자로서 음향이 상당히 기대됩니다. 홍보 영상 촬영을 위해 개관 전 방문했을 때, 음향 반사판이 아직 설치되기 전이었는데도 음향이 나쁘지 않았거든요. 시설이 갖춰지면 더 좋아질 것 같아요.

_ 김현섭 화성시 내에 새로운 공연장이 생긴다는 게 굉장히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 지역에 있는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_ 정유진 화성시를 대표하는 공연장이 생겨서 문화적인 퀄리티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_ 길현 1,450석 규모라고 들었는데 큰 규모의 공연이 가능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찾을 거고, 더 좋은 공연이 늘어날 것 같아 기대됩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공연을 되돌아보며 짧은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_ 김진령 다양한 종류의 공연을 하면서 저 스스로 발전한 한해였어요. 첫 부임한 감독님과 단원들과 함께하며 힘든 점도 있었지만, 호흡을 맞추며 단단해지기도 했고요.

_ 정유진 4월부터 11월까지 본격적인 공연이 진행됐는데요.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예술단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예술단을 통해 국악과 클래식이 활성화되는 게 보였습니다.

_ 길현 저 또한 공연이 계속해서 발전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좀 더 공연이 많이 열리면 좋겠어요.

_ 이금지 개인적으로는 출산 후 복귀해 체력적으로나 여러모로 쉽지는 않은 한 해였는데요. 그만큼 보람이 느껴지는 공연이 많았던 해였습니다.

_ 이건상 2022년부터 예술단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단원들과 함께 단계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단계를 계속 올릴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_ 김현섭 ‘치열하게 아름다웠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준비와 연습 과정은 치열하지만, 무대에서 하나의 소리로 모일 때는 굉장히 아름다웠거든요.

<화분> Vol.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