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M.I.H 프로젝트 예술단 추천

누군가의 인생 영화

요즘 ‘인생 영화’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인생 영화는 누군가에게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던 영화, 또 누군가에게는 개인의 인생에 영향을 준 영화일 수도 있다. 음악을 전공하고 무대에 오르는 ‘화성시 M.I.H 프로젝트 예술단’에게 ‘인생 영화’를 물었다.

MOVIE

당신의 ‘버지니아 호’는 어디인가요?

<피아니스트의 전설>, 2002
The Legend of 1900

"피아노를 봐, 건반은 시작과 끝이 있지.
어느 피아노나 건반은 88개고,
그건 무섭지가 않아. 무서운 건 세상이야."

ⓒ피아니스트의 전설

1900년, 신대륙 아메리카에 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부푼 가슴을 안고 대서양을 건넜다. 배에서 태어나 배를 떠나지 않는 천재 피아니스트 ‘대니 로드먼 T.D 레몬 나인틴 헌드레드’를 자폐적 인간형이라며 조롱했지만, 그의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가 세상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레코딩하기 위해 다가왔다.
그러나 ‘세상의 방식’에 맞춰 살기를 원치 않던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난 후 변하기 시작한다. 그녀를 찾기 위해 하선을 결심한 날, 문득 눈앞에 펼쳐진 세상과 마주한 그는 결국 다시 배로 돌아오고, 이후 ‘버지니아 호’와 운명을 같이한다. 당시 신대륙과 같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가던 사람들에게 단 한 척의 배, ‘버지
니아 호’의 피아노를 자신의 세상 전부로 알았던 주인공의 태도는 이해 불가능한 삶이었다. 하지만 우리 인생이 진정 원하고 바라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자신의 피아노와 함께 인생을 마무리한 처연하고 겸손한 그의 삶은 진실되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우혜리 (운영인턴)

‘평양냉면’ 같은 영화

<솔로이스트>, 2009
THE SOLOIST

"당신이 나다니엘을 낫게 할 수도 없어
그냥 가서 친구가 되어줘."

ⓒ솔로이스트

더블베이스 전공으로 줄리어드 음대를 중퇴한 실제 인물 에어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주인공 나다니엘은 노숙자 신세로 LA의 한 자동차 터널에서 어느 독자로부터 기증받은 첼로로 베토벤의 STRING QUERTET OP.132 3악장을 연주한다. 첼로를 전공했지만 현실은 단 두 줄 뿐인 바이올린으로 본인의 정체성을 유지
하고 있는 그 , 첼로를 연주하는 게 얼마 만일까? 터널에 울려퍼지는 첼로 연주 장면에서 그간의 굴곡진 삶과 음악에 대한 열망, 복잡한 감정들이 모두 전해졌다. 신문기자 로페즈는 조현병 환자인 나다니엘을 위험하고 힘든 길거리 삶에서 어떻게 탈출시킬까 고민하며 치료를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오히려 나다니엘에게
봉변을 당한 그는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생각에 나다니엘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우울해 한다. 로페즈의 전 처 메리는 그에게 “당신이 나다니엘을 낫게 할 수도 없어 그냥 가서 친구가 되어줘.”라고 하며 위로한다. 나다니엘에게 정말 필요한건 물질적인 도움보다 곁에서 항상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단 한
명의 친구가 아니었을까? 자 극적인 미디어에 익숙해진 요즘, 맹숭맹숭한 평양냉면 같지만 잔잔한 감동을 느끼며 진정한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강문혁 (관현악, 클라리넷 연주자)

어른을 위한 동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017
THE SHAPE OF WATER

"나도 그 사람처럼 입을 뻥긋거리고 소릴 못 내요.
그럼 나도 괴물이에요?
내가 불완전한 존재란 걸 모르는 눈빛이에요.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니까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우주 개발이 한창인 1960년대, 미 항공 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가 수조에 갇힌 채 들어온다. 그곳에서 일하는 언어 장애를 지닌 청소부 엘라이자는 신비로운 그 모습에 이끌려 다가간다. 이때 괴생명체가 엘라이자와 교감하는 모습을 본 실험실 관계자들은 괴생명체에게 지능과 공감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를 해부해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는 그들. 엘라이자는 괴생명체를 탈출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영화는 판타지물의 거장이자 <판의 미로(2006)>로 유명한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로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감독 특유의 기괴함, 판타지적 요소 때문에 호불호가 나뉘지만, 뛰어난 영상미와 그에 걸맞은 배경 음악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인종차별, 장애인에 대한 시선,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 등 여러 형태의 사랑에 대한 편견들까지 담고 있어 몇 번이고 다시 보며 의미를 곱씹게 된다. 배경음악 ‘THE SHAPE OF WATER’와 세계적인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의 고전 재즈풍의 ‘YOU’LL NEVER KNOW’를 추천하며, 엔딩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내레이션도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다.

이금지 (관현악, 바이올린 연주자)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

<굿 윌 헌팅>, 1997
GOOD WILL HUNTING

"네 잘못이 아니야."

ⓒ굿 윌 헌팅

비상한 두뇌를 가진 천재, 윌은 어린 시절의 상처로 세상에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알아본 MIT 수학과 교수 램보는 대학 동기인 심리학 교수 숀에게 그를 부탁하고, 거칠기만 했던 윌은 숀에게 위로를 받으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상처가 두려워 마음에 높은 담을 쌓고 숨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방법으로는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극복해 나가려는 노력이 없다면, 여러 개의 반창고를 덧대 임시방편으로 숨겨놓은 그 상처는 결국 곪아 터져 더 큰 병이 되고 만다. 하지만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혼자 힘으로 열긴 쉽지 않다. 상처가 무서워 스스로 닫아버린 문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마치 밖에서 잠겨버린 문처럼 안에서는 열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문 밖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 영화가 주는 따뜻함이 차가워진 이 세상에 조금의 온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김영환 (보컬)

마음을 울리는 우리 소리

<광대: 소리꾼>, 2020

"심봉사는 심봉사고 심청이는 심청이에요.
최고의 소리꾼이 가는데
최고의 장단잽이가 따라 가야제."

ⓒ광대: 소리꾼

영조 10년 조선, 뛰어난 실력의 소리꾼 학규와 아내 간난, 딸 청이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화목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간난과 청이는 양반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하고 눈이 멀게 된 딸 청이를 찾아내지만 간난을 잃는다. 학규는 간난을 찾기 위해 조선 팔도를 유랑하고, 스스로 이야기와 곡조를 붙인 ‘심청가’를 부르며 전쟁과 양반들의 착취로 피폐해진 백성들을 위로한다. 국악 전공자로 우리 음악이 소재가 된 <광대: 소리꾼>이 무척 반가웠다. 판소리를 소재로 한 한국적 색채의 뮤지컬 영화로 영화의 배경과 이야기가 음악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보통 음악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은 주인공의 인생이나 스토리를 극대화하는 연결고리로 사용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영화를 이끄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막으로 어려운 판소리의 가사를 보여줘 관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배려도 돋보인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심청가를 감독의 상상으로 재해석한 부분도 신선하다. 소리로 시작해서 소리로 끝나는 학규의 역할은 실제 소리꾼 이봉근이 맡았다. 전문 배우의 연기력을 기대할 순 없지만 소리꾼답게 판소리의 멋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과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현진 (국악, 아쟁연주자)

잊고 있었던 행복의 순간들

<라라랜드>, 2016
LALA LAND

"우리는 어디쯤 있는 거지?"

ⓒ라라랜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의 도시, L.A다. 이곳에서 재즈를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은 생계 유지를 위해 레스토랑에서 원치 않는 음악을 연주하며 살아간다. 한편, 배우 지망생 미아는 이번에도 오디션에 떨어지고 만다. 우연히 만난 그와 그녀는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며 사랑을 키워 나간다. 미아는 세바스찬의 격려로 일인극을 연기하고, 세바스찬은 밴드에 합류해 성공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음악은 아니었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갈등을 겪다 결국 헤어지고, 5년 후 유명배우가 된 미아는 약혼자와 우연히 들어선 재즈 클럽에서 세바스찬을 보게된다. 다양한 움직임과 스타일이 하나가 되어 즐겁게 춤을 추고 사람들과 행복하게 소통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던 영화. 춤의 본질은 자신이 추고 싶은 스타일대로 추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잊고 있던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한, 나의 인생 영화다.

유소정 (스트릿댄스)

글 화성시 M.I.H 프로젝트 예술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