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융·건릉에서 효를 생각하다
어버이를 섬김에 효로 다함(事親以孝사친이효)은 사람이 가져야 할 마땅한 도리로 존숭해 왔습니다. 효는 동양과 서양, 옛날과 지금을 구분하지 않는 보편 덕목입니다. 우리 사는 세상의 이치, 제도와 규칙 등도 예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바로 효를 행할 줄 알기 때문이겠지요.
백운고비(白雲孤飛), 멀리 떠나는 자식이 어버이를 애틋이 그리워합니다. 200여 년 전 정조대왕이 능행에 나서 아버지(사도세자)를 뵙고 돌아설 때 심경은 어떠했을까요. 그 깊은 마음의 시작과 끝에 화성 융·건릉이 있습니다.
융릉과 건릉에 서면 웅장하면서도 자연적인 모습에 감탄하게 됩니다. 고개를 한참 올려봐야 할 정도로 높다란 소나무 숲 사이 널찍한 길을 걸으면 싱그러운 새소리, 우거진 풀 내음이 감각을 일깨우고, 요리조리 숨어들었다가 태연자약한 얼굴을 내미는 청솔모가 방문객을 맞습니다.
곧 가을이 되어 잎사귀가 조금씩 붉어질 즈음 정조대왕의 효심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겠지요. 언제든 찾아오세요. 선선한 바람을 마주하며 옛 풍치 그윽한 이곳에서 효의 마음, 효행의 의미를 생각해보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