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복이 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나요?
몇 년 전 추억을 확인해보라는 클라우드 알림을 받았다. 친척 모두 함께했던 대가족 여행, 뜨거운 여름날 빽빽한 사람들 사이에서 뛰놀았던 페스티벌, 길을 못 찾고 헤매도 즐거웠던 친구들과의 해외여행… 그리움도 잠시, 당연했던 것들을 잃어버린 상황이 너무 야속했다.
화성인들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을까?
일상 회복이 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나요?
2017년도에 그리 멀지 않은 동남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찍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거실 한켠에 걸어두곤 답답함이 느껴질 때마다 감상하곤 한다. ‘또 가야지.’ 하다가 코로나19가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 제대로 된 여행은 하지 못했다. 국내 여행을 하더라도 마스크에 거리두기에 흥도 나지 않고, 사람이 많은 곳은 괜히 불편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된 우리 아이들… 더 늦기 전에 다시금 푸른 바다에서 마스크 없이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
2019년 코로나19가 세상에 퍼지기 전에는 아내와 나란히 손을 잡고 봄이 오면 진달래가 활짝 핀 산을 찾아 가벼운 산행을 하거나, 벚꽃이 만개한 곳을 찾아 나들이를 하곤 했다. 또 아이들과는 지역행사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가족과의 달콤한 추억쌓기를 포기한 채 벌써 3년이 지나고
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꽃 피는 3월이 왔다. 코로나19는 오미크론바이러스로 변이하여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고, 우리들은 마스크로 얼굴의 대부분을 가린 채 생활하고 있다. 조금씩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있고 오미크론바이러스는 독감 수준으로 위험도가 낮기에 전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지만,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되겠지 싶다. 올해 들어서는 공연과 행사를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방송국 방청을 신청해서 몇 차례 방청을 하고 왔다. 본격적으로 봄이 찾아오는 4월과 5월에는 지금보다는 많이 상황이 나아져서 거리공연도 생겼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벚꽃 구경을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학생,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도 학교에서 체험활동도 가고 학교생활에 좀 더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침대 위에서 터치 몇 번으로 모든 곳을 방문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나머지 한 손은 엉덩이를 긁든 코를 파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너무나 익숙해진 이런 일상은 혼자인 사람을 더욱 고립되게 만들었다. 내가 그렇다. 나의 오래된 취미는 영화 관람이다. 스크린 앞에 앉기 전까지의 과정도 날 즐겁게 했다. 많은 영화 중 하나를 고르고, 티켓을 뽑고, 요깃거리를 사서 자리를 안내받는 동안 나의 존재감을 작게나마 확인받았다. 내가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나의 자리로 지정된 곳에 속하는 그 감각이 좋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 3년 째, 우리는 OTT로 시선을 돌렸고, 영화관을 거절했다. 관람의 준비과정은 모두 스스로 하게 되거나 삭제되었다. 내가 즐기던 감각이 사라졌다. 일상이 회복된다면 예전 그 영화관에 가고 싶다. 형형색색의 영화 포스터를 볼 수 있는, 맛있는 냄새가 나는 크고 작은 스크린에서 앞으로 나올 영화의 예고편이 들리는 그런 영화관에 가고 싶다. 예전과 같은 영화관은 앞으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다. 부디 간절히 바란다. 일상이 돌아오듯 영화관도 나의 감각을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코로나19에 취약한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외출이 더 어렵다. 휠체어를 타고 여기저기 누비고 싶다. 싱그러운 햇살과 바람이 나리는 융·건릉에 다시 가보고 싶다.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인 나는 마스크를 벗고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마주하고, 서로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인사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식사를 할 때 또는 간식시간에만 얼굴을 다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하거나 뛰놀 때 언제든 서로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9년생 4살이 된 아이들은
이미 태어나서부터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되어 이제는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었다. 익숙해지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익숙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보호자의 얼굴도 사진을 통해야만 마주할 수 있는 이 시국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인사하는 가장 일상적인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마스크가 아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인사 나누고, 얼굴 표정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안아줄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마스크 한 장의 무게만큼 일상의 무게가 가볍고, 마스크 한 장의 두께만큼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지기를, 마스크 한 장의 안전성만큼 안전한 삶을 살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여러 고비를 이겨낸 우리 모두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시기를 극복해 나아가길 바란다. 마스크를 벗는 그 날을 기대하며…
나의 새로운 고향과 친해지고 싶다! 2020년,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던 결혼과 함께 고향을 떠나 화성시로 이사를 왔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한 결혼이어서 신혼여행도 제대로 못가고 겨울이 다가올 때쯤 화성시로 와 ‘집콕’만 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해가 바뀌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이 왔을 때도 마음 놓고 외출하지
못했다. 다시 만나는 봄에는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나의 집인 화성시의 다양한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그 많은 공원들과 호수에 가서 봄나들이를 즐기고 주말엔 전시회도 다시 보러 다니고 싶다. 아직 화성시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해서 전에 살던 고향처럼 마음이 편해지고 익숙해지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융건릉, 궁평항,
제부도 등 유명한 장소도 벌써 가보고 싶은 목록에 체크해 놓았다.
요즘 즐겨 듣고 있는 피아노 연주곡은 히사이시 조(Hisaishi Joe)의 ‘Summer’다. 코로나19로 무수히 미뤄진 공연들이 너무 아쉽다. 랜선으로 옮겨간 예술은 또 다른 통로이긴 하나 실제 무대를 대체하기엔 갈증이 났다. 연주의 무게가 마음을 두드리고 연주자의 그날 분위기 또는 함께 듣는 관람자들에 의해 즐거음의 농도가 짙어진다. 봄꽃이 날리는 야외에서 공연을 함께 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아쉬운 마음을 그림에 담아 그려봤다.
평화로운 일상 속 깊숙이 코로나19가 파고든 지 벌써 3년 째다. 위드코로나, 불가피하게 함께 하는 삶이 됐지만 하루 빨리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점차 코로나가 수그러들어 일상회복이 된다면 제일 먼저 독정리 ‘우리꽃식물원’에 가족들과 다녀오고 싶다. 코로나가 번지기 전엔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꽃식물원에서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흠뻑 꽃향기에 취해 뛰놀다 오곤 했는데… 따스한 봄 햇살 아래 다시금 추억을 그리며 한껏 싱그러운 풀내음과 꽃향기 가득한 호수를 둘러보고 싶다. 재잘재잘 꽃들의 웃음소리 따라 가족들과 소근소근 이야기꽃을 피우며 손 꼭 잡고 걸어 보리라. 흩날리는 벚꽃 속에서 가족사진을 찍으리라. 머지않아 코로나가 물러가고 새로운 봄이 찾아온다면 가슴에 추억이 오래오래 머물 수 있도록 우리 꽃식물원에서 새봄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