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파고 있나요?”
나는 환경보호에 큰 관심도 없고, 실천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기껏해야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사용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탄소 중립’,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거창한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쓰레기 줄이기, 재활용에 관심을 두는 일이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에서 가지고 온 털실이었다. 이걸 어디에다 써야 할 지 몰라 구석에 두었는데 드디어 쓸 일이 생겼다. 흔히 말하는 ‘금손’도 아닌데 유튜브 영상을 보고 텀블러 커버를 뜨기 시작했다. 그냥 예뻐서 시작했다. 재활용 실로 5~6개쯤 만들면서 실력이 늘어 선물용을 만들었다. 이제 약속이 있거나 놀이터에 나갈 때 어떤 텀블러에 어떤 커버를 씌울지 늘 생각한다.
생각보다 텀블러 크기가 다양해서 여러 가지의 커버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에 어울리는 키링key ring도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코바늘 뜨개질로 가방과 스카프도 만들고 공공시설에 기부도 했다.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고체 샴푸바, 설거지바, 친환경 세제 만들기도 틈틈이 한다. 작은 털 뭉치 하나가 내 삶에 코바늘이라는 재밌는 취미를 만들어 주었고 환경보호라는 좋은 습관도 생겼다.
무취미가 취미였던 나. 아이 둘을 키우며 현재 5년째 육아휴직 중이다. 아이 둘을 연달아 낳고 키우며 나를 위한 시간이라곤 어린이집 등원 후부터 하원까지 딱 6시간이 전부였다. 취미도 흥미도 없던 내게 남편의 권유로 스피닝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음악에 맞춰 미친듯이 흔들고 달리고, 하루 한 시간 무아지경의 시간이 내게 생동감과 용기를 주었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이었던 나.
스피닝 덕분에 육아로 지쳐있던 일상에서 얻은 생기는 다시 아이들 육아에 쏟는다. 오전 스포츠 프로그램 등록은 치열했지만 다행히 7월 스피닝 등록도 성공했다. 내친김에 다음 달에는 어릴 적 배우다 만 수영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운 좋게도 수영까지 등록에 성공했다. 운동에 빠진 나, 제법 멋지고 기특한걸?
육아에 지쳐 무기력하고,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일 때,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쯤 보육에 관심을 둔 나는 보육교사 공부를 시작했다. 3학기 수료를 마친 상태로 올해 40살인 나는 좋아하는 우쿨렐레 연주를 끊임없이 도전중이다. 사랑하는 아이들! 엄마의 꿈을 위해 끝까지 응원해줘♡
나는 ‘품앗이 광’이다. 재능품앗이란 말을 들은 후 외동딸을 위해 동네 사람들과 함께 수학, 영어, 요리, 첼로, 바이올린 등 품앗이를 주고받는다. 내가 지금까지 하는 품앗이는 바이올린과 첼로이다.
이것은 나를 위해서 하고 있기도 하다. 어렸을 때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듣고 ‘나도 저렇게 첼로를 켰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소망을 품었지만, 가정 형편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시간은 흘러 모임에 참여한 여자분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때 ‘와 멋지다!’라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분은 자기도 배우면서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있으니 한 번 와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나는 비용이 부담돼 거절했다.
어느 날 발레학원에서 피아노 소리에 맞추어 그룹 레슨을 받고 있는데 한 사람이 첼로를 전공했다는 말을 했다. ‘이제는 첼리스트까지 만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첼로를 배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밀려왔다.
용기를 내어 “저는 영어 강사인데 첼로 레슨과 품앗이 해보실래요?”하고 제안을 했다. 그분은 생각해본다더니 며칠 후 내 제안을 수락했다. 야호! 이때부터 나의 첼로 시대가 열린 것이다. 3년을 배운 후에 나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발을 들였다. 독기를 품고 하루에 2~5시간씩 연습했다. 아이가 어려서 그 이상 연습은 어려웠지만,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어느 정도의 실력이 쌓인 후 교회 무대에서 앙상블로 참여하고, 혼자 소그룹에서 솔로 활동도 한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은 덕분에 10년이 지난 지금껏 첼로와 바이올린을 품앗이로 배우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클래식 음악을 켜놓고 일과를 시작한다. 나는 몰랐다.
내가 음악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게 될 줄은! ^^
지난해 전래놀이 지도자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관심은 많았는데 기회가 닿지 않던 와중 딸아이의 초등학교 학부모교육 강좌가 마련돼 참여하게 됐다. 전래놀이 중 어릴 적 해 봤던 놀이는 참 반가웠고 처음 접하는 놀이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열정적으로 놀아서 수업 다음날에는 약간의 후유증(?)도 있었지만 배우는 내내 행복했다. 집에서는 가족들에게 가르쳐 주며 같이 노는 시간이 생기니 집안 분위기도 한층 좋아졌다.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전래놀이 수업을 할 때는 떨려서 잠도 못 잤다. 하지만 함께 수업 들었던 다른 선생님들과 서로 의지하고 연습하며 자신감을 찾아갔다. 이후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같이 놀면서 점점 부담감은 줄어들었고, ‘재미있었다’는 말에 보람과 행복을 느꼈다. 놀이 활동 땐 팀명도 만들었다. 같이 놀 때 가치가 있다는 뜻을 담아 ‘가치노라’로 지었다. 학교 수업과 축제 내 체험부스를 운영하며 경험이 쌓였고 점점 전래놀이 매력에 빠져버렸다. 직접 놀이도구를 만들어 해보는 딱지, 제기, 죽방울놀이, 쌩쌩이가 제법 인기 있었다. 아이들은 투호, 콩주머니, 산가지, 아자카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한발두발, 모래놀이도 참 재미있어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전래놀이로 아이들과 신나고 가치 있게 놀고 싶다.
2022년 4월 동탄복합문화센터 도서관에서 권문희 작가님의 그림책 수업을 들었다. 왕복 3시간 거리를 오가면서도 소풍하듯 설렜다. 참여자 9명이 만든 ‘처음, 그림책’ 모음집의 출간회가 9월에 열렸다. 모음집 중 내가 쓴 ≪털팔이의 여름≫은 1980년대 외갓집에서 겪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유머와 감성을 담아 쓰고 그렸다. 서툴고 거칠어서 원석처럼 투박하지만 따스한 그림책이 탄생했다. 2022년 10월, 남양도서관에서 그림책 수업을 듣고 ≪고래섬 수달 비봉≫을 만들었다.
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사한 수달 ‘비봉’이 우연한 일을 겪고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내용이다. 그림책은 ‘수노을 희망축제’에서 수변 자연생태체험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2023년에는 송린이음터 마을동아리에서 ‘별책그림’이라는 그림책 모임을 만들었다. 좋아하는 그림책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그림을 그리며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여섯 명이 간직한 특별한 이야기들이 그림책으로 만들어져 올해 하반기에 주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또한 매주 목요일이면 송린이음터 도서관 유아실에서 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을 한다. 신중히 그림책을 고르며 쑥스러움을 이겨내고 책을 읽어주는 순간들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림책을 곁에 두니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나다운 삶을 고민하고, 쉬어감의 여유를 생각하게 된다.
그림책, 그곳에 내가 있고 아이가 있고, 삶을 그리는 우리가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덕후였어요. 재작년까지 꾸준하게 덕질을 했지요. 지하철과 카페에서 진행하는 팬이벤트를 보기 위해서 대구에서 서울까지 가기도 했었고요. 팬 사인회를 위해 한 달치의 아르바이트비를 모두 쏟아붓기도 했었어요. 사람 많은 곳에 혼자 가기 두려워하는 파워 내향형 인간이지만 가장 사랑하는 ‘최애’를 보기 위해서 많은 인파가 들어찬 콘서트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그런 제 모습을 보고는 미련하다며 손가락질하기도 했고,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사람들도 많이 봤어요.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덕후가 완전 멋있는 히어로라면 어떨까?’라고 말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무언가에 진심인 날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덕분에 <오타쿠 이즈 원더풀>이라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고, 영화를 상영하며 덕후들의 긍정적인 면모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어요. 지금은 제가 좋아하던 ‘최애’가 해체했지만, 그래도 계속 좋아할 거예요!
왜냐면 저는 덕후 파워 히어로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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