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특례시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하루

화성시역사박물관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

화성특례시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하루

화성시역사박물관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

북적이는 신도시와 첨단 산업단지의 모습이 익숙한 화성특례시는
사실 아주 오랜 역사의 흔적을 품고 있는 도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하루 동안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단순히 유물을 보는 것을 넘어, 옛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차예지(편집실)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화성시역사박물관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행정동로 96
031-5189-7038


이용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및
추석 당일 휴관

지난 2021년 개관 10주년을 맞은 화성시역사박물관은 화성 시민들이 모아준 자료를 기반으로 설립된 곳이다. 그래서인지 박물관 로비에는 유물을 기증·기탁한 시민들의 이름이 한가득 쓰여있다. 박물관은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화성 역사가 담긴 역사문화실, 농촌과 어촌의 모습을 민속자료로 보여주는 생활문화실, 옛사람들의 삶에서 기록의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하게 하는 기록문화실에 더해 어린이 체험실, 기획전시실을 운영 중이다.

1층의 어린이체험실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퍼즐, 컬러링, 복식 체험 등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신석기시대 토기부터 화성시 지도 애니메이션까지 화성특례시의 과거와 현재를 느낄 수 있게 구성됐다. 2층으로 올라가면 옛날 생활 문화를 알 수 있는 소장품들과 고문서, 책 등을 볼 수 있다. 경기서남부에서 가장 큰 마을 유적인 발안리 유적지에서 확인된 온돌과 부뚜막처럼 실생활에서 사용됐던 물건들을 통해 화성특례시의 지나온 시간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경기 남부에서는 최초로 발견된 백제 의 금동관, 금동신발을 볼 수 있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과거 이 지역의 일반적인 가옥 구조를 재현해 둔 것도 인상적이다. 

화성특례시는 신도시가 건설되며 기존의 농경지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지역이다. 지역의 변화로 생활 방식도 변화했기에 과거 궁평리에서 행했던 낙지잡이, 유포리의 뱃치기(뱃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는 풍습)와 소금 만들기 등 정겨운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기획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옷자락 기억의 자락>전은 복식 관련 기록을 통해 옛 화성의 복식 문화와 생활상을 보여준다. 화성시에서 출토된 복식을 되살린 원형복원품, 1900년대에 촬영된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당시의 복식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전시의 막바지에는 나의 평소 옷 입는 스타일을 과거사람들의 복식과 매치해 16가지로 분석하고, 해당 복식의 일러스트가 담긴 포토카드도 받을 수 있다. 기획전시는 오는 12월 7일까지 진행되니, 옛 화성 사람들의 일상이 담긴 소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관람해 보는 것도 좋겠다.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할 수 있는 교육·문화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유아, 초·중·고생, 성인은 물론 이주민과 장애인을 위한 맞춤 프로그램도 있다. 어린이동반 가족의 경우 매월 문화가 있는 날에 만들기 체험, 극 감상 등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10월부터는 전시를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온라인 미션 게임도 진행되니 이번 주말은 옛 화성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포근한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나라를 지킨
빛나는 이름들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고주로 34
031-5189-1950


이용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및
추석 당일 휴관

이정표를 따라 길게 난 돌벽을 옆에 끼고 걸어 내려가면 지상에서 눈에 띄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돌을 쌓아 만든 연못이 반기는 독특한 외관은 ‘독립운동기념관’이라는 장소에 대해 조금은 따분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누구라도 만족시킬 만한 세련된 모습이다. 지하에 있지만, 곳곳에 큰 창과 외부 연결 공간을 둬 위로부터 들어오는 빛이 기념관을 따뜻하게 비춘다.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은 기존의 제암리3·1운동기념관을 확장 이전해 작년 4월에 새로이 문을 연 곳이다.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 어린이전시실 등의 실내전시 공간은 물론 마당과 정원, 피크닉실까지 갖추고 있어 종일 둘러보기에도 지루함이 없다. 

상설전시실에서는 19세기 후반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독립을 향한 화성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도록 시기에 따라 나뉜 총 5부의 전시가 펼쳐진다. 어린이전시실은 직접 만지고 눌러볼 수 있는 미디어와 각종 체험전시물을 갖췄고, 화성특례시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도 있어 아이들에게 독립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쉽게 알려줄 수 있다. 

다양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게임형태의 체험은 물론 초·중·고생 각각의 눈높이에 맞춘 단체 교육 프로그램도 풍부하다. 독립운동이라는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친근하게 풀어내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오는 10월 말에는 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과 관련해 예정된 기획전시와 해당 전시에 관련된 특강도 준비되어 있으니 하늘이 좋은 가을날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을 찾아 화성특례시의 대표 독립운동에 대해 알아보고 그 당시 화성 시민들이 겪었던 삶을 조금이나마 공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1월 16일에는 순국선열의 날(매년 11월 17일)을 맞아 초등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만들기 체험 ‘빛으로 새기는 독립운동가의 글씨’가 진행될 예정이니 아이와 함께 방문해도 좋겠다.

현재 기획전시실에서는 부민관 폭파 의거 8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조문기의 시한폭탄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가 열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마지막
의열투쟁이라 불리는 부민관 폭파 의거의 주역 중 한 명이자 화성 출신 독립운동가 조문기(趙文紀, 1927~2008)의 독립 정신이 깃든 삶을 조명하는 전시다. 그는 광복 이후에도 친일 청산의 중요성을 알리며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헌신했다. 이번 기획전시는 12월 14일까지 열린다.

<화분> Vol.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