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진작가공모전 <다(多)시점 풍경>
지난 6월 2일부터 7월 3일, 동탄아트스페이스에서 화성시문화재단 신진작가공모전
<다(多)시점 풍경>이 진행되었다. 이 전시의 주인공은 올해 2월에 진행된 신진작가 공모에서 최종 선정된 박서연·임장순 작가였다. 우리 사회를 활자라는 매체를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극적이고 대비되는 화풍, 신진작가로서의 파격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두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평면에 펼쳐진 활자라는 교집합을 찾아보고,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박서연(이하 박) 평면회화 작업을 하고 있는 박서연입니다. 꾸준히 작업을 해오고 있다가 신진작가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돼 기뻤습니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임장순(이하 임) 해외에서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싶어요. 이번 전시를 발판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임 전시를 개최하고 작가를 초대하는 공모의 세부적인 부분에서 참여 작가를 배려하는 부분과 전시를 기획하는 부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보고 공모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다 보니 운영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었고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작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점이 돋보였어요.
박 항상 작업을 하면서 틈날 때마다 공모전 정보 사이트에서 업데이트된 공모들을 확인하는 편인데 전시 공간이 크고 기존의 전시 포트폴리오가 대단해서 선정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마음으로 지원했어요.
박 큐레이터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셔서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작품 운송부터 설치까지, 꽤 까다로운 일인데 무탈하고 제 마음에 쏙 들게 해주셨어요. 평일에는 서울로 출근하는 사정 때문에 많은 것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신경 쓰지 않도록 배려해주셔서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처음에 전시장 들어왔을 때 깨끗하고 큰 화이트 큐브 형태여서 제가 원하는 디스플레이를 실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임 입국 직후라 개인적인 일들이 많아서 전시 운영이나 설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들었어요. 동탄아트스페이스 측에 죄송했는데, 다행히 좋은 공간에 작품을 잘 설치해주신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박 제 성격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소위 MZ세대로, 아날로그부터 디지털 문화까지 혼재된 시대적인 분위기 덕분에 저 또한 추리 장르 즉 문학, 영상 매체, 웹툰 등 여러 곳에서 작업 소스에 대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제 회화를 보고 있으면 이미지나 팝업 장치가 튀어나오는 듯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하고 싶어 이러한 구성을 선택했죠. 추리 장르를 살펴보면 사건 발생과 문제 해결이라는 플롯이 존재하잖아요? 그 문제 해결의 과정을 따라가 보면 현재 시대상이 그대로 보이더라구요. 제가 사는 시대의 문제들을 대입하고 그 과정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들을 떠올리고 찾고 꼴라쥬하면서 작업하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박 언제부터인가 글을 접할 때마다 시대변화를 읽어보려고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의 부조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또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딜레마와 다양한 관계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흥미롭게 관찰합니다. 사실 글이란 시각적으로 구현되기 어려운 수단이죠. 하지만 제가 해석한 작업을 통해 글과 그림이 결합해 이야기를 풀어내면 주제가 더 명확해지고 강렬해지는 것 같아요. 특히 삼류문화, 하위문화라 취급하는 장르 소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진실에 대한 무언가를 숨기려 하는지 보인다고 할까요? 저는 이러한 것들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큰 재미를 느낍니다.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 불가항력 시스템의 방식과 그 안에서 반응하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담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린 이미지, 유추할 수 있는 상황 등을 보면서 관객들 또한 각자의 상상을 펼치고, 꼭 전부 공감하지는 않아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을 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임 동양화는 우리만의 재료로 만들어지는 그림이라는 점이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재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릴 때, 그 그림은 우리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기본적인 예술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된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동양화의 재료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이후로 저는 작업할 때 재료 자체가 관객에게 많이 보이게 해서 동양화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과 태도를 전달하도록 노력해왔습니다. 또 주관적인 표현을 적절하게 조절해 관객들이 스스로 작품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도록 실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임 동양화 매체에 맞는 대상을 찾다가 같은 종이에 인쇄된 과거의 신문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림 형식과 같은 평면인데다가, 종이에 흑백으로 인쇄된 것이 동양화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죠. 현대미술에서 동양화는 과거의 미술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는데, 과거의 대상을 동양화 매체에 그려내면 어떨까 떠올려봤어요. 특히 1970~90년대는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기인데,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한국의 산업발전, 사회변화 과정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들이 전통적인 회화매체에 그려지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임 제 작품은 각각의 특정 일자에 발행된 신문의 한 페이지를 재현한 것들입니다. 작품의 제목들은 모두 제가 선택한 일자와 그 내용에서 보이는 헤드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죠. 관객들이 기억하는 특정 일자의 신문이 다루고 있는 과거 사건들을 생각해 본다면 느낌이 새로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관객에게 과거를 돌아보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관객들이 제 작품을 보고 우리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 있었던 긍정적인, 부정적인 작용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박 제 작품 곳곳을 보면 약간 특이한 동물, 반복되는 이미지, 도장처럼 복제한 이미지 등이 혼재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 이미지들이 왜 그려졌을까?’, ‘어떤 의미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펴봤으면 해요. 제가 생각한 상징성이 있지만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 다를 것이고, 어떠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 편하게 상상하면서 느끼는 그대로 보면 좋겠습니다.
박 미술이라는 것이 전문가 아니어도 편하게 보고 느끼는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해석은 관객의 몫이기 때문에 어려워할 필요도 없어요. 저의 경우 그림 그리러 작업실을 갈 때
‘힐링하러 간다’고 하거든요. 그리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신나고, 그래서 작업에서도 이미지들에 위트를 집어넣으려고 해요. 웃기기도 하고 역설도 있고, 또 대중문화에서도 보이는 그런 이미지들을 보면서 하나의 소설을 보듯이 작품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임 저와 같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을 위해 좋은 기회를 준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작품을 보는 관객과 화성시민들이 예술적으로 풍요로운 일상을 보내시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21년 예술의전당 마스커레이드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비롯해 제5회 포트폴리오 박람회(서울예술재단), 제22회 단원미술제(안산문화재단), 을지아트페어프라이즈(서울 중구문화재단) 등에서 수상했다. 개인전 <Guilty Pleasure: 환상몽타주> <J의 역습> <Eye Trick I> 등과 단체전 <마스커레이드전>
<텅 빈곳_새집의 모양> 등 여러 곳에서 관객과 접점을 늘려왔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미국 시카고예술대학에서 회화와 소묘를 전공했다. 2021년에는 뉴욕예술재단의 Corp Artist Grant에 선정된 바 있고, 그동안 <The Wonder Years> <기록/기억> <19oo년 o월 o일> 등의 개인전과 <전남 국제 수묵비엔날레> <아트서울 더 한 채>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미국 휴스턴 미술관을 비롯해 서울특별시, 고용노동부, 서울대학교미술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글 이종철
사진 홍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