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과 전달의 즐거움 ‘도슨트’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면 용기를 내 볼만하다.
코로나로 인해 문화생활에 목말라 있던 나에게 도슨트 활동은 배움의 기쁨과 전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다. 전시회장에서 작품과 작가를 직접 만나고,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일은 문화와 예술을 좋아하는 이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비대면 공연, 전시가 주를 이루게 되었지만 비대면 방식은 현장의 생동감과 느낌을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화성시문화재단은 시민들의 다채로운 문화생활을 위해 방역수칙 준수 하에 각기 다른 주제의 미디어아트 전시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사전예약과 인원 제한을 두고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동탄아트스페이스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올해 첫 번째 미디어아트 전시 <LIVE ON MARS>는 문준용, 정정주 작가의 두 가지 작품을 선보였다.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문준용의 <액자와 나무와 새들>은 관람객이 3D프린터로 만든 나무가 서 있는 액자에 조명 장치를 비추면 세 면의 벽면에 액자와 또 다른 가상의 그림자들이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증강현실을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민감한 센서로 인해 체험이 불안정할 때도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 관람객의 호응도는 뜨거웠다. 정정주의 <응시의 도시>는 사라진 건물 모형들 내부에 소형 카메라를 숨겨두고 관람객이 작품 내 카메라로 관찰되어 전시장에 보이게 되는 작품이다. 이러한 시선의 권력을 이용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 의도를 잘 전달하기 위해 관람객에게 카메라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고, 그저 작은 건물 모형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관람객들은 숨겨진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이 촬영되어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 <Another Sense> 전시에서는 미디어아트 그룹 스튜디오 아텍과 툴보이가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스튜디오 아텍의 <입자 운동>은 사람의 움직임과 호흡에 집중해 그 흐름을 화면에 디지털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관람객의 움직임은 모션 캡처 시스템을 통해 매핑된 화면에 입자의 구름으로 그려진다. 이는 실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녹화하고 그 데이터를 관람객 움직임에 적용해 마치 춤을 추는 듯 우아하게 표현된다. 툴보이의 <Chandelier-Landing>과 <Drop-ver-pink>은 단종된 형광등과 앞으로 생산과 수입이 금지될 형광등을 이용해 화려한 샹들리에로 재탄생했다. 특히 <Drop-ver-pink>는 식물재배용 조명인 분홍색 PG 형광등을 사용해 코로나로 지친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전달했고, 화려한 빛의 낭만적 분위기 때문인지 여성 관람객의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었다.
세 번째 전시로 미디어아트 그룹 ATOD이 참여한 <ILLUSION>은 앞선 전시보다 시민들의 발길이 잦았다. 김민직의 <Surface_Tri>는 트라이 비전이라는 옛 광고판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세 면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 회전하면서 여러 가지 패턴과 문자를 만들어 낸다. 특히 유리면이 움직일 때 다양한 각도에서 빛들이 반사, 굴절되어 만들어지는 빛의 이동 모습은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김민호의 <Sextet>는 6개의 시계 조형물의 시곗바늘을 돌리면 다양한 소리가 들리고 각기 다른 소리가 화음을 만들어 내는 작품으로, 청각이 예민한 어린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이승정의 <Emotion Ring>은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작가 자신의 뇌파를 이용해 감정을 연속적인 실수의 집합으로 표현한 생태학적 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구조적인 물체로 만들어 눈으로 볼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 표현했다. 인간의 감정을 예술작품과 접목한다는 발상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작가의 뇌파에 반응하는 작품의 반짝임과 색을 녹화한 작품이라는 설명에 체험을 기대한 관람객은 아쉬워하기도 했다.
도슨트 활동을 한 지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들은 사전예약 등의 제한적 규정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인한 문화생활의 목마름을 이렇게나마 해소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한다. 나 또한 관람객의 만족도가 높은 전시회일수록 많은 분이 작품 감상의 기회를 얻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도슨트로서 다양한 관람객을 만날수록 작품에 대한 설명과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이 더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장을 여러 번 방문한 관람객과의 친근한 소통은 도슨트 활동의 즐거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슨트는 문화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예술에 대한 뛰어난 안목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맘으로 작품을 공부하고, 관람객에게 친절하게 작품에 관한 내용을 전달할 마음가짐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일이다.
프리랜서 작가이자 전시 도슨트. 신문사 기자에서 결혼과 함께 프로주부로 지내다 익숙함을 걷어내고, 문화·예술 글쓰기, 도슨트 활동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중이다.
글 김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