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것들이 누리다
찬란한 햇살에 늘어지게 잠을 자던 지붕 위 고양이. 가까운 제암리 ‘3.1 운동 순국유적지’의 서러움이 무색해진다. 이 봄에 뼈마디조차 긴장을 다 풀라고, 그림자조차 무거운 날들에 한 번쯤 힘 빼라고 알려준다. 봄은 고요하고 힘 빠진 것들이 누리는 호사다. 그날, 제암리의 봄은 한잠 늘어지게 난 후 다시 나비처럼 날아오를 찰나이자 시작이었다.
3·1독립만세운동 당시 일본 헌병이 제암리(두렁바위) 주민을 집단학살한 봄이 왔다. 사람과 가옥, 가축, 곡식 타는 냄새와 연기가 10여㎞ 밖까지 퍼져 나갔다는데, 상처가 봄을 가린다. 그러나 세월은 가려진 것들을 들춰낸다. 새싹과 바람, 옆 사람 그리고 지붕 위 고양이 한 마리로.
아이패드 또는 종이, 유성 펜, 컬러 마커, 색연필
찬란한 햇살 속 따뜻해진 지붕 위, 늘어지게 낮잠 자고 있는 고양이를 만나는 상상을 해본다.
커다란 나무 기둥과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듯한 나뭇잎들, 지붕의 규칙적인 선들을 스케치한다.
햇빛에 반사된 파란색 지붕과 회색 슬레이트, 나뭇잎을 다양한 색으로 칠한다.
에디터 김은주
일러스트 권석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