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봄날은 어떤 모습인가요?
봄날의 추억을 이야기 해주세요.
‘아직 날이 추우니까. 따뜻해지면’하며 많은 일들을 미뤄오던 지난 겨울날. 추울까 한껏 웅크리고 밖을 나선 어느 날, ‘아, 봄이구나!’하며 움츠린 어깨를 풀었다. 지난 봄날의 추억들이 떠오르고 앞으로의 봄날을 기대하는, 화성인들의 봄날이 궁금해졌다.
봄이 왔으니 벚꽃 나들이를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나중을 기약하고 친구와 함께 드라이브 삼아 가평을 다녀왔다. 벚꽃 구경을 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게 웬일인지 가는 길에 생각지도 못했던 만개한 벚꽃터널이 펼쳐져 있었다. 시기상 서울은 벚꽃이 지고 있을 때였는데 북쪽이라 그런지 수 킬로미터로 이어진 벚꽃들이 화려하게 피어있었다. 바람도 불어 꽃비가 떨어지는데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워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왕창 찍으며 친구와 함께 신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가 하루속히 종식되어 내년 봄에는 어떤 추억을 만들게 될지 기대되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아가씨 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그저 길가에 피던 이름 모를 꽃과 나무들. 시간이 흘러 아줌마가 되어 보니 꽃과 나무들이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는지 모른다. 어렸을 때는 꽃보다 예쁜 나이기 때문에 꽃이 예쁜 걸 모른다더니 이제는 나이가 들어 나보다 꽃들이 더 아름답고 예뻐 보인다. 하루의 시간은 느리지만 점점 세월은 빨라지니 놓쳤던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동안의 나는 엄마, 아내, 딸, 며느리로서의 바쁜 나날로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들을 즐기지도, 느끼지도 못 했던 것 같다. 이제는 수많은 역할들을 조금은 내려놓고 더 나를 위해 살아보려 한다. 그때는 또 새롭고 달라진 봄이 올 것 같다.
코로나19와 함께한 지 어느덧 1년이 넘어가는 즈음 반갑지 않은 봄 손님 황사까지 찾아와 봄날의 설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어느 봄날이었다. 영화나 소설에서 늘 그렇듯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그날따라 퇴근시간도 늦어져 밤 11시가 넘어서야 불이 꺼진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여느 때처럼 어둠 속에서 반가운 얼굴로 뛰어나와 날 맞아주는 이는 2019년 1월 3번째 파양 후 가족이 된 4살 암컷 웰시코기 ‘비비’였다. 늘 하루의 고단함을 마법처럼 녹여주는 그 반가운 인사로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하려 몸을 낮추는 순간, 조금은 낯선 모습의 비비를 보게 되었다. 얼굴은 벌에 쏘인 것 마냥 퉁퉁 부어있고, 눈은 눈물이 그렁그렁 한데 마치 아픈데 말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한 듯 낑낑대는 소리만 연신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개를 키워보고 처음인데다 이런 경험이 없었기에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 어버버하며 겨우 스마트폰을 꺼내 야간진료가 가능한 동물 병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찾아서 전화 후 급히 방문한 동물 병원의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급성 알레르기로 보이나 다행히 크게 심하지 않으니 주사를 한 대 맞고 약을 먹인 뒤 아침까지 상태를 지켜보면 호전될 거라고 하셨다. 그제서야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비비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집에 와 졸릴 때면 찾아가던 애착 방석에 비비를 눕혀주고서 씻고 나왔더니 처음 우리 집에 온 그날처럼 온화하게 잠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날따라 그곳을 바라보는 기분이 참 묘했다.
애완동물과의 삶이 대중화된 요즘,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애완동물과의 만남부터 이별까지를 나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공감하며 어떤 순간에는 “와~ 정말 가족같이라고는 하지만 저렇게까지 이별의 아픔이 클까? 나는 어떨까?” 스치듯 생각했었던 나였는데 말이다. 오늘 일로 알레르기에 소스라치게 놀라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는 나는 이미 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비비 곁에서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아침을 맞이한 나는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비비를 살펴보았다. 참 다행스럽게도 붓기가 조금 진정된듯하고 기운도 조금은 돌아온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고 하는듯한 완연한 봄날에 비비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그날 그 일이 있어서였을까? 항상 주말이면 나왔던 산책길이고 그냥 조금 화창한 봄날이었을 뿐인데 마치 화사한 꿈길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했다. 그 언젠가 들었던 말처럼 행복이란 마음먹기 나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그저 작은 일상의 이벤트가 지나갔을 뿐인데, 지금 비비와 함께 걷고 있는 이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봄날의 순간이 되어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PEOPLE’은 주제와 관련된 독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이야기 또는 그림, 사진과 함께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다음 PEOPLE 독자공모는 화성시문화재단 공식 블로그를 통해 6월 첫 주 공지할 예정입니다. 선정되신 분들께는 화성시문화재단의 특별한 기념품과 함께 《화분》 지면에 실어드립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봄이 되면 제일 예뻐지는 우리 동네. 수년간 변함없던, 내가 우리 동네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다.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지난봄들이 생각난다. 내가 기억하고 바라보는 너는 똑같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과는 많이 달이 달라져 있겠지. 매년 반복되는 봄 속의 내 모습은 어땠을지 묻고 싶은, 오래오래 추억을 쌓고 내 봄을 함께 하고 싶은, 이 길 이곳.
올해도 봄이 왔다. 움츠린 일상처럼 꽁꽁 얼었던 나무에게 초록 새싹이 돋았다. 우리 일상에도 새싹이 돋아나려는지 올해 봄은 유난히도 반갑다. 하루라도 빨리 봄을 맞이하고 싶어 이슬비 내리는 아침 산책길에 나서본다.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과 초록빛 새싹들이 맞이해준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