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About Step

걸음에 대한 짧은 이야기

봄이 왔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서두르던 걸음에 점차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걸었을 뿐인데 눈에 보이는 풍경과 피부를 스쳐 가는 따뜻한 바람이 다소 낯설다. 이번엔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본다. 첫걸음을 내딛는 사람과 여전히 열심히 걸어가는 사람. 다양한 이들의 걸음이 느껴진다.

첫걸음

한적한 길을 걷다가 나무 의자 옆에 있는 조그마한 새싹을 발견했다. 처음 보는 광경도 아닌데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바라봤다. 이 작은 존재가 힘겹게 내디딘 첫걸음이 새삼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곤 나무 의자에 앉아 나의 첫걸음을, 더 나아가 누군가의 첫 도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귀여운 조카의 첫 걸음마, 가장 친한 친구의 첫 도전, 새로운 누군가와의 첫 만남.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나의 첫걸음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나도 이 작은 새싹처럼 강인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다양한 곳으로 걸음을 내디뎠고 앞으로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희망을 갖고 있다.

두 걸음

오전 8시. 가장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보는 시간이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등교를 하기 위해 서두르는 발걸음, 새벽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가는 발걸음. 첫걸음을 내디딘 후 계속해서 나아가는 걸음의 속도는 일정하면서도 지속적이다. 첫걸음의 설렘도, 마지막 걸음의 아쉬움도 없지만 어쩐지 두 걸음에 해당하는 걸음은 안정적이다. 우리는 꾸준히 걸어 나가며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 그 재미를 깨닫게 되는 순간 걸음을 멈추기는 힘들 것이다.

마지막 걸음

11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며 처음으로 이별이라는 것을 겪었다. 추억이 담긴 집과 많은 친구를 만났던 초등학교, 가족과 주말마다 갔던 극장의 마지막 걸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첫걸음보다 더 강력한 건 마지막 걸음이 아닐까. 항상 아쉽고 서운하다. 아직은 조금 서툴지만 그래도 지금은 마지막 걸음을 꽤 잘 찍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다소 뻔한 말이지만 내가 아는 분은 항상 말했다. 우리의 마지막 걸음은 또 다른 첫걸음이라고. 원래 뻔한 말이 정답인 법이다.

글 김채은

사진 최해솔